나를 만나는 사유의 시간

마음경영 season 1_08

by 백 곤


강원도 철원, 그 찬바람이 부는 탄약고 초소엔 적막함과 어둠이 내려앉아있었다. 하늘엔 도시에서 볼 수 없는 수많은 별들이 반짝이고 있었고, 칠흑 같은 어둠속에서 내 눈은 그 무엇보다도 밝게 주변을 밝히고 있었다. 나에게 주어진 2시간은 참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하는 시간이었다.


흔히들 군대에서의 추억은 축구한 이야기, 뻥이 가득한 무용담, 고참들의 괴롭힘, 힘든 훈련 등이라고 하지만 나의 추억은 모든 사람들이 잠든 깊은 밤,탄약고의 근무시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초소경계 근무는 사수와 부사수 2인 1조로 간다. 초반에 사수는 부사수에게 여러 질문들 “애인 있냐?” “누나가 있느냐? 이쁘냐?”와 같은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하다가 어느 정도 파악이 되면 사수는 부사수에게 경계를 잘 하라고 하고 잠시 휴식을 취한다.(이 휴식은 각자 해석의 정도가 다르다.)

그 때부터 나에게 사유의 시간이 주어진다.(이 시간은 사수가 되고도 동일했다.)

‘여긴 어디이고, 나는 누구일까?’

내 생각이지만 군대 가면 철이 든다는 것은 자신에 대해 생각을 많이 했기 때문이라고 확신한다.


정말 많은 생각이 하게 된다. 매일매일 주어지는 2시간의 시간은 자신을 돌아보고 미래에 대해 고민하기에 충분하고도 넘치는 시간이었다. '군대를 나가면 무엇을 할 것인가? 어떻게 하면 잘 살아갈 수 있을까?' 그 고민은 분명 이제 껏 살아 온 삶에 대한 스스로의 성찰이자 나 자신을 어떻게 마주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다.


물론 때론 몸이 고단하고, 삶이 힘들어서 꾸벅 졸기도 하고 힘듦을 토로하기도 한다. 그러나 적정의 순간이 지나면 순수하게 자신과 만나게 된다. 그 시간 꿈을 꾸고, 내 삶의 의미를 정의내리고, 어떤 가치 있는 삶을 살 것인지를 차분하게 생각하고 또 정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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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를 제대하고 사회에 나와서 가끔 그 탄약고 경계근무의 2시간이 생각날 때가 있다. 화려하고 수많은 흥미거리가 있고 친구들과 어울려 놀거나 취업을 위해 주어진 공부만 하다보면 이러한 조용한 성찰의 시간을 가지지 못한다.


이 성찰은 내 마음을 안정시키고 평온하게 하는 명상과는 조금 다르다. 아무런 인기척도 들리지 않는 깊은 밤. 어둠과 바람과 별을 마주한 나는 온전히 지금 여기 서 있는 나와 미래의 나를 동시에 만나게 된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누구라고 불려지길 원하는가?'


친구가 되고, 선생님이 되고, 경찰 아저씨가 되고, 회사원이 되고, 아내가 되고 남편이 되고, 엄마아빠가 되는 사회적 불림이 아니라 온전한 사람 그 자체로서 나는 어떤 사람이라고 불려지길 원하는가? 변혁가, 예술적 사유자, 희망전달자, 기획자 등 그 사람의 성향으로 불려지는 나의 가치가 담긴 이름은 무엇일까?

부자경영을 시작하고 부자가 되기를 꿈꾼다. 그리고 부자의 길을 하나씩 하나씩 실천해나간다. 그러나부자경영은 부자가 되는 것에만 목적이 있는 것은 아니다. 어느 정도 경제적 풍요로움을 가지게 된 다음에 무엇을 할 것인가?


나의 안위와 행복만을 추구하는 작은 부자는 노력하면 누구나 될 수 있다. 그러나 그 풍요로움으로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나서 해야 할 소명을 위해 전진한다면 (그것이 사회적인 역할을 하라는 것이 아니라) 분명 의미있는 큰 부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자신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물질적 풍요로움이 필요한 것이다. 그 꿈이 단지 사회적 직업을 가졌다고 해서 완성되는 것은 결코 아닐 것이다. 우리가 꿈을 꾸고 실현해 나가는 그 과정이 하나씩 하나씩 모였을 때 완성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한 꿈을 비전이라고도, 소명이라고 부르기도 할 것이다.


자신과 마주하는 새벽 2시간은 자신의 꿈이 무엇이며 어떤 삶을 살 것인가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값지고도 소중한 순간이다.


글 | 백 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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