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경영 season 1_06
그리스 신화엔 시간을 지배하는 두 명의 신이 있다. 바로 크로노스(Chronos)와 카이로스(Kairos)이다.
크로노스는 아주 엄격하고 근엄하며 카리스마가 있다. 그에 반해 카이로스는 부드럽고 융통성이 많지만 때론 날카롭다. 크로노스를 절대적 시간, 카이로스를 주관적 시간이라 부른다.이 둘의 속성을 알기 위해서 잠깐 신화를 살펴보면 이해가 쉽다.
크로노스와 그의 부인 레아 사이에서 태어난 이가 있었으니 그들이 바로 제우스와 그의 형제들이다. 신화 속 크로노스는 그의 어머니 가이아의 명령에 따라 아버지 우라노스를 거세하고 절대권력을 가지게 된다.
그런데 크로노스는 그의 아버지 우라노스와 똑 같은 운명을 맞이한다는 예언에서 벗어나기 위해 그는 태어나는 아들들을 집어 삼킨다. 그 중 막내아들인 제우스가 태어나자 레아는 포대기에 싸인 돌덩이를 남편 크로노스에게 주어 집어삼키게 하고 제우스를 몰래 키운다. 성장한 제우스가 크로노스에게 형제자매들을 토하게 만들어 맞서 싸운 뒤 승리하여 신들의 왕이 된다.
카이로스는 제우스의 막내 아들인데 벌거벗고 다니고 앞머리는 무성한데 뒤는 대머리이며, 등과 발에 날개가 달려있고 손에는 저울과 칼을 들고 있다. 이 카이로스가 바로 상대적인 시간이자 기회의 시간이다. 그리스 카이로스의 동상에는 다음과 같은 글귀가 새겨져 있다.
“내가 벌거벗은 이유는 쉽게 눈에 띄기 위함이고,
내 앞머리가 무성한 이유는 내가 나타났을 때 사람들이 나를 쉽게 붙잡을 수 있게 하기 위함이며, 내 뒷머리가 대머리인 이유는 내가 지나가고 나면 다시는 나를 잡을 수 없게 하기 위함이요.
손에 들고 있는 칼과 저울은 나를 만났을 때 신중하게 판단(저울질)하고, 신속하게 의사 결정(칼같이 결정)을 하라는 뜻이다. 등과 발에 날개가 달려있는 이유는 최대한 빨리 사라지기 위함이다.
나의 이름은 기회(opportunity)이다.”
우리는 크로노스와 카이로스의 두 시간을 살아가고 있다. 아무런 생각 없이 살아가다보면 시간(크로노스)이 모든 것을 집어삼킬 때도 있고, 집중하여 두 배, 세 배로 효율적인 시간(카이로스)을 활용할 수 있다.
나의 경우에는 사실 최근까지 미술 분야에서는 카이로스의 삶을 살았지만 경제 분야에서는 난 크로노스의 깊고 어두운 배 속에 있었다. 경제에 대해 관심이 전혀 없었을 뿐만 아니라 경계 틀의 배 바깥으로 나갈 엄두를 내지 못했다. 신혼 초 아내는 신혼부부 특별청약 분양을 신청했다.
은평뉴타운 지역이었는데 꽤 큰 평수가 당첨이 되었다. 당시 분양가가 약 3억원대였는데, 우리가 당첨된 것은 4.3억원이었다. 정말 아무 관심도 없었고 또 아무 욕심도 없었던 나는 내 소득 대비 대충 대출을 알아보고 빚을 계속 갚아나가야 한다는 불안함에 그냥 포기를 했다.
그땐 너무 순수(순진=무지)했다. 전매 개념도 전혀 몰랐다. 우리가 가질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깨끗이 포기하고 청약을 날리고, 다시 처음부터 청약을 부었다.
경제적 크로노스의 배 속에서 내가 손을 내민 카이로스의 칼을 쥐어잡아 배를 가르지 못하고 멀리 떠나가는 대머리를 그저 바라만 봤다. 나는 그것이 기회였는지도 몰랐다. 그렇게 아름다운 풍선은 내손을 떠나 하늘로 날아갔다. (지금은 10억이 훨씬 넘는다.)
그렇게 무지하고, 무지하고, 무지했다. 아직 크로노스의 배를 완전히 가르고 못했다. 이제 겨우 카이로스의 도움을 받아 ‘경제적 자유’라는 말을 알았고, 바깥이 있다는 것과 바깥으로 나가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이제 다시 카이로스를 잡을 때가 되었다. 카이로스는 형제자매들이 많다. 카이로스의 무성한 앞머리를 잡아채기 위해 난 그의 형제자매들을 포섭하기로 했다. 새벽을 잡고, 집중을 잡고, 분석을 잡고, 부단함과 함께 손잡아 이 카이로스를 잡을 것이다. 시간은 매일 새롭게 생성된다.
2018년 10월 5일 그래피티 아티스트 뱅크시의 <풍선을 든 소녀> 작품이 소더비 경매에 올랐고, 최고 낙찰가 170만 달러(약13억원)로 낙찰이 결정되는 순간, 작품이 아래로 파쇄되기 시작했다.
뱅크시 본인이 약 12년 전에 비싸게 팔릴 것으로 예상하고 미리 작업해 둔 뒤, 원격 조정으로 작품을 파쇄한 것이다. ″파괴하려는 충동 또한 창조적인 충동이다. (The urge to destroy is also a creative urge.)"
뱅크시는 sns에서 피카소의 말로 소감을 대신하였다.
이제 카이로스의 칼을 빌려 크로노스의 배를 가르고, 기회를 잡아야 한다. 바로 ‘경제적 자유’와 '성공'의 기회 말이다.
글 | 백 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