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경영 season 1_07
VividEditions, <Up Balloon House Watercolor Art> © VividEditions 영화 <UP>을 수채화로 그린 그림
신혼 초 전세집을 구했다. 단독주택 3층 큰 평수에 저렴한 물건이 나와서 집을 보러 갔다.
아담한 3층짜리 단독이었는데 3층을 주인이 살고 있다고 이번에 처음으로 세를 내놓은 것이라고 했다.
집은 햇살이 잘 들어오왔고 벽이 루버 벽으로 되어 있었는데, ‘응답하라 1997’에 나오는 중산층 가정집에서 흔히 볼 수 있던 루버 벽채였다.오래되었지만 깨끗하게 잘 보존이 되어 있어서 나름 레트로적이고 정겨운 느낌이 있었다. 다행히 샤시는 새로 교체를 하고 주인이 살던 곳이라 주방 싱크대와 내부는 오래된 집임에도 깔끔하게 정비가 잘 되어 있었다.
이 집의 매력은 옥상과 다락방이었다. 내부 계단으로 옥상을 올라갈 수 있었는데 계단 옆에 다락방이 하나 있고, 옥상은 단독으로 집주인만 사용할 수가 있었다. 넓은 평수에 다락방, 옥상까지 단독으로 쓸 수 있어서 활용도가 높아 우리는 계약을 했다.
그런데 집주인이 다른 곳이 아니라 자신의 집 1층 작은 단칸방으로 이사를 가는 것이 아닌가?
넓고 편하게 수리해 놓은 집을 놔두고 왜 좁은 집으로 이사를 가는지 여쭸더니 자신의 아들이 이번에 강남에 큰 아파트를 사서 들어가야 하는데 돈을 보태주기 위해서라고 하였다.
개인의 사정까지 이렇다 저렇다 말하긴 뭐하지만 좀 안타까웠다. 이사를 하고 그 아들 되는 분이 주말마다 집주인의 집을 방문했는데 나이가 40대 중반 정도 되어 보였다. 들리는 이야기로는 특정한 직업이 없고 사업을 하다가 망하기도 했고, 이것 저것 한다고는 했다. 아마 그때마다 집주인인 부모가 돈을 보태줬으리라 짐작이 되었다. 두 노부부는 항상 일을 다녔다.
어쨌거나 우리는 그 집에서 다락방을 작업실로 활용하기도 하고 옥상에 텐트를 치고 바베큐 파티도 하면서 즐겁게 살았다. 그러던 중 아파트 청약에 당첨되고서도 무지함으로 기회를 날리고 집을 사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집을 알아보았다. 아파트는 트라우마가 있어서인지 싫었다.
신축빌라를 알아보던 중 깨끗하고 잘 지어진 신축을 발견하고 서둘러 계약을 하러 갔다. 그 집은 전용면적도 넓게 나왔고, 특히 인테리어가 깔끔해 주변 시세보다 비쌌음에도 이미 입주자들이 많이 계약을 했고, 우리는 다행히 운 좋게 3층을 계약할 수 있었다.
그런데 분양을 하고 설명을 해준 사람이 아주 젊은 사람이었는데 친절하고 해박했다. 알고 봤더니 이 전체 신축 건물을 건축하고 분양을 하는 부동산 사업가였다. 그는 서류상으로는 계약자인 아버지의 대리인이었지만 실제로는 전체를 총괄하고 있는 사업가였다. 그의 나이는 당시 25세였다. 그는 무광 블루카를 타고 다녔는데 차가 좋아서가 아니라 그의 삶의 태도가 좋아서 더 멋져보였다.
그는 중학생 때부터 아버지를 따라다니며 이 일을 배웠다고 한다. 제대로 잘 배웠는지 집을 사용자 중심으로 설계하고 지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신축빌라는 보통 공동옥상을 쓰고, 창고를 하나씩 배정해서 당장 필요 없는 물건을 옥상창고에 보관할 수 있게 한다. 그런데 엘리베이터는 보통 옥상부까지 연결되진 않는데 엘리베이터를 옥상까지 연장하고 주차장도 110% 가능하게 구획했다.
집안의 인테리어는 주부들이 좋아할 만하게 화이트로 구성하고 블랙으로만 깔끔하게 포인트만 주었다. 군더더기 장식이 없어서 질리지 않고 편안했다. 또한 분양 후 A/S도 책임지고 직접 해줬다. 나는 그 집에서 가족들과 함께 행복하게 살면서 투자 대한 공부를 해야 한다는 부자경영의 기초를 마련할 수 있었다.
나는 다시 생각해봤다.
40대 중반의 아들과 25세의 아들,
한 사람은 자신의 인생을 책임져야 할 나이에 부모에게 기대어 더 많은 것을 요구하고,
한 사람은 자신 스스로 부모의 업을 물려받아 본인 스타일대로 사업을 더 확장해 나간다.
나이를 떠나서 어떤 삶이 더 주체적이고 부자가 될 가능성이 많을까? 나는 그 젊은 사업가의 열정적인 눈빛에서 어떻게 ‘부자’가 되어야 하고, 어떤 삶을 살아가야 할지에 대해 깊게 고민하게 되었다.
글 | 백 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