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경영 season 1_08
일주일에 한 번 교통비를 제외하고는 돈을 하나도 안 쓰는 날을 정했다. 바로 ‘제로데이’이다.
결코 쉽지는 않다. 특정한 날을 제로데이로 정하면 모든 내 행동에 제약이 생긴다. 갑자기 물건을 사야 할 때, 동료들과 더치페이 커피 한잔해야 할 때, 급하게 우편발송을 해야 할 때 등 하루는 예기치 않은 일들의 연속이다.
제로데이! 혼자 집에서만 있는다면야 잘 지켜지겠지만 사회생활을 하는 이상 지켜내기 쉽지 않다. 그래서 나는 날을 특정하지 않고 일주일에 한번 으로 정했다. 대체적으로 지켜지는 편이다. 교통비와 점심식사의 경우는 적립된 교통카드와 구내식당 카드를 사용하면 되니 별도로 한다.
제로데이를 실천하는데 있어 가장 조심해야 할 것이 하나 있다. 바로 반드시 실천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가지면 안 된다는 것이다. 의무감이 들면 스트레스가 생기고 제로데이가 아닌 날 더 과소비를 하게 된다. 마치 다이어트를 하면서 빵을 먹고 빵을 먹으면서 다이어트를 걱정하는 것처럼 제로데이 그 자체가 만성 스트레스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냥 단순하게 하루 동안 돈이라는 것에서 벗어나 하루를 살아보는 의식의 자유를 느끼면 된다. 매주 숫자로 세진 않지만 대체적으로 잘 지켜지는 편이다. 돈이 있고 없고를 떠나 돈에서부터 자유로워질 필요가 있다. 그래야 돈의 노예가 되지 않을 수 있다.
몇 해 전 엄청난 부자인 사람이 점심 식사를 사겠다고 해서 따라갔다. 중국집에 들어가서 식사를 하나씩 주문했다. 보통의 경우 여러 명이 참석한 자리라 요리로 탕수육을 하나 주문하고 각자 음식을 주문하는데, 그는 각자 식사만 주문하고는 메뉴판을 접었다. 그가 사겠다고 간 것이라 누구 하나 탕수육을 먹자고 선뜻 말을 못 꺼냈다.
어떻게 보면 좀스럽다고 할 수도 있지만 나는 소탈하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그 사람은 너무 자연스러웠기 때문이다. 우리는 체면 때문에, 분위기 때문에 자신이 하고 싶은 방향대로 말하고 행동하지 못한다. 그런데 그는 자신의 소신대로 행동했고, 그러한 생활 습관이 바로 그를 부자로 만들었을 것이다. 그날 맛있는 점심을 먹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참 재미있다. 부자가 되기 위해서는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고 검소한 생활습관이 몸에 베여야 하는데, 그 검소함으로 인해 풍요롭지 않는 삶을 산다.
그런데 그 풍요롭다는 것은 내가 부자를 상상할 때의 이미지인 경우가 많다. 초호화 집에 살고 비싼 옷을 걸치고 고급 레스토랑에서 값진 음식을 먹는 정형화된 부자이미지가 우리들의 머릿속에 선입견으로 박혀있을 수도 있다.
풍요롭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물질적으로 풍족하게 잘 사는 것일까? 아니면 마음의 넉넉함과 평온함이 나를 안정적으로 만들어 주는 것일까?
제로데이를 실천함에 있어 정말 돈이 없어 제로데이를 행할 수밖에 없는 것과 지갑에 충분한 돈이 있지만 의식적으로 쓰지 않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사고와 행동이다.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정말 아끼기 위해 의식하고 제로데이를 실천하는 것과 제로데이가 몸에 밴 사람의 차이는 크게 다르지 않다. 의식하고 아끼기 위해 실천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습관이 되고, 그 습관이 그를 부자의 길을 가게 만든다. 그 이후에는 자연스럽게 그 패턴이 몸에 배게 되는 것이다.
경제적 자유를 누리는 것의 가장 기본은 아끼고 절약하는 것이다. 다이어트를 해야 한다고 끝임 없이 의식하고 스트레스를 받지 말고 (일반적으로) 생활습관을 바꾸면 자연스럽게 다이어트가 되듯이, 부자가 되기 위해서는 부자에 대한 선입견과 머니 패턴을 바꿔야 한다.
우리는 충분한 물질적 풍요로움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그 풍요 속에서 생각보다 많은 소비를 한다. 조금만 노력하여 습관을 바꾸고 소비를 통제하면 더욱 오랫동안 풍요로움을 즐길 수 있다.
나는 그 풍요로움이 ‘제로데이’를 실천할 때 더 잘 느껴진다. 바로 물질적 속박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 ‘제로데이’를 실천해야겠다.
글 | 백 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