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비자 문제에 부딪혔다. 회사에서는 비자가 나오지 않는 이상 시프트를 주기 어렵다고 연락이 왔다.
솔직히, 그 얘기를 들었을 때 마음 한편이 홀가분했다.
하지만 내가 갑자기 빠지자, 이미 짜여 있던 스케줄에 차질이 생겼고, 매니지먼트에서는 “우리도 어떻게든 얘기해 볼 테니 와서 일 좀 도와줄 수 없겠냐” 며 연락을 해왔다.
나는 이미 지칠 대로 지쳐 있었고, 회사 규정을 따르겠다며 나이스하게 거절했다.
이후, 비자를 담당하던 에이전시에게 “한국에 돌아가 비자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도 괜찮을까요?”라고 물었고, 괜찮다는 답변을 받았다.
하지만 사실, 나를 복잡하게 만든 건 비자 문제가 아니라 밴쿠버라는 도시 자체에 대한 감정이었다.
이 도시는 너무 추웠고, 비 오는 날이 많았다. 회색빛 하늘과 끝없이 이어지는 겨울 속에서, 내 마음도 점점 얼어붙는 것만 같았다.
언니는 겨울 스포츠를 좋아하니 보드도 타러다니고,
휘슬러도 가고 즐거운 시간들을 보내는. 반면 나는 겨울을 좋아하지 않았다.
물론 여름의 파라다이스 같은 날들은 너무나도 좋았다. 하지만 그 몇 달을 제외하면,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졌고, 군것질로 시간을 때우는 날들이 이어졌다. 그렇게 점점 살이 찌고, 몸도 마음도 무거워졌다.
이 모든 게 비겁한 변명처럼 들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땐 정말, 그냥 이 모든 것을 떠나고 싶었다.
그렇게 나는 다시 한번 캐나다를 떠나 한국으로 돌아왔다.
도피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그때의 나는 나에게 최선의 선택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