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던 순간의 그림자

by 마리

캐나다에 도착해 어학원에 다니며 영어를 배우고, 새로운 환경에 조금씩 적응해 갔다. 그러던 어느 날, 어학원에서 알게 된 한국인 오빠가 현지 에이전시 하나를 소개해줬다. 그 에이전시는 레스토랑 일자리를 연결해 주면서, 스폰서를 통해 영주권까지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단 몇 달 어학 공부만 했을 뿐인데, 모든 일이 놀라울 만큼 빠르게 흘러갔다.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으로 도시 전체가 들떠 있던 시기. 나는 규모도 크고, 마치 물 위에 떠 있는 것처럼 세련된 레스토랑에서 일하게 되었다. 그 바쁜 피크 시즌에 그곳의 멤버가 되었다는 사실이 뿌듯했고, 마치 내가 뭔가 해낸 것 같아 자랑스러웠다.



하지만 웨스턴 레스토랑의 시스템은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혹독했다. 시프트는 미리 나와있지만, 손님 예약 상황에 따라 스케줄이 수시로 변경되는 경우도 많았고, 출근을 하려 하다가도 날씨가 안 좋아져 갑작스레 예약이 줄었다는 이유로 시프트가 취소되기도 했다.


준비를 다 마친 채 건물 입구에 멈춰 선 채, 몇 번이나 심호흡을 하고서야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던 날들이 떠오른다.


시프트가 시작되면, 정해진 시간 안에 셋업을 미친 듯이 끝내야 했다. 그 짧은 시간 안에 모든 걸 준비 해내야 하는 시스템은 나에게 너무나 벅찼다.


모든 게 빠르게 돌아갔고,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조금씩 지쳐갔다.


‘정말 여기서 스폰을 받을 수 있다면, 이런 생활을 앞으로도 계속 견뎌야 하는 걸까?’


그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처음에는 자랑스러웠던 그 자리가, 어느 순간부터는 버텨내야만 하는 전쟁터가 되었다.


그때의 나는, 더 이상 뭔가를 성취하고 싶은 사람이 아니라, 그저 견디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었다.


조금씩, 조용히, 내 마음이 닳아가는 소리가 들렸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