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도 어김없이, 몇 번의 깊은 한숨을 내쉰 뒤 레스토랑 안으로 들어섰다. 여느 때처럼 정신없는 하루가 시작됐다. 손님은 끊이지 않았고, 화장실에 갈 틈조차 없었다. 결국 참다 참다 짬을 내어 화장실로 달려갔다.
볼일을 보고, 손을 씻다가 목이 너무 말라 급히 물을 들이켰다. 무심코 거울을 보았는데, 그 안에 비친 내가 너무도 가여워 보였다.
‘그래도 자랑스럽다’, ‘정말 멋있어’라고 스스로를 다독여줄 수 있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그 순간의 나는 그저 초라하고 안쓰러워 보일 뿐이었다. 그리고는 문득, 더는 이곳에서 일하고 싶지 않다는생각이 스쳤다.
지금 돌이켜보면, 말단 직원이 굳이 그렇게까지 자신을 몰아붙일 필요는 없었다. 어렸고 해외에서 처음 일해보는 경험이었기에, 더 잘하고 싶었던 거 같다. 그땐 마치 내가 없으면 일이 돌아가지 않을 것처럼, 누구보다 열심히, 최선을 다했다.
그러면서 배운 것도 많았다. 셰프는 단순한 요리사가 아니라, 창의적인 예술가였다. 헤드 셰프는 매일 주방에 오거나 라인에 서 있진 않았지만, 큰 이벤트가 있을 때면 마술처럼 ‘스페셜 디쉬’를 만들어냈다.
나는 그때까지 요리를 마치 수학 공식처럼 외우며, 궁합이 잘 맞는 식재료와 정해진 레시피대로만 생각했다. 하지만 헤드 셰프가 즉석에서 가든으로 가서 허브를 꺾어 가니쉬를 더하고, 그때그때 창의적으로 요리를 완성하는 모습을 보고는 충격을 받았다.
처음 해외에서 일하며 마주한 그 광경은, 오히려 내 안에 있던 요리에 대한 자신감을 점점 잃게 만들었다.
이제야 조금씩 깨닫는다. 어쩌면 그것은 단순히 내 실력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살아온 방식이 달랐기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한국에서의 사회 구조, 공부 방식, 익숙한 틀 안에서만 일해온 습관들이 자연스럽게 우리의 창의성을 억눌렀던 것은 아닐까?
그게 바로 내가 익숙하게 살아온 방식이었기에, 변화가 두려웠고, 창의성을 발휘할 용기도 부족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