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장. 그곳에서 내가 된 사람

이제 다시 시작,

by 마리

비자 연장을 마친 뒤, 짧은 여행을 다녀오고 다시 시드니로 돌아왔다.


그 무렵, 마음속에 슬며시 ‘이제는 영주권을 준비해야 할 때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

당시 일하던 곳의 매니저는 호주에서 오래 살아온 분이었는데, 덕분에 조언을 구할 수 있었다.

믿을 만한 이민 법무사와 상담 가능한 컨설팅 업체들을 소개받았고, 나는 그중 한 곳에 가서 상담을 받았다.

그 자리에서 몇 가지 이민 방법을 제안받았고, 나는 리크루팅 업체를 통해 나를 스폰서해줄 수 있는 고용처를 찾기로 했다.

업체에서는 몇 군데 지역과 가게를 추천해 주었고, 나는 직접 그곳들을 방문해 트라이얼을 해본 뒤, 사장과 내가 서로 만족하면 정식 계약으로 이어지는 방식이었다.


물론, 내가 직접 돌아다니며 스폰서를 찾을 수도 있었지만, 호주는 매년 7월 새로운 이민 정책이 발표되면서 조건이 점점 까다로워지는 상황이었다.

조금 비용이 들더라도 시간과 불확실성을 줄이고, 보다 안전한 길을 선택하고 싶었다. 지금 돌아보면, 그 선택이 정말 큰 행운이었던 것 같다.


나는 센트럴 코스트에 있는 한 카페를 선택했다. 바닷가 근처의 조용하고 아름다운 동네였다.

근무 시간은 아침 7시부터 오후 3시 반까지, 주 38시간, 5일 근무.

pexels-ignacio-pales-407380-2913873.jpg

휴가철과 여름이 되면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라 바빠지긴 했지만, 그래도 좋은 시작이었다.

여름철이 되자 가게는 저녁 장사도 시작했고, 사장은 내게 저녁 시간에도 함께해 달라고 부탁했다.

며칠간 저녁까지 일해보았지만, 생각보다 몸이 무거워졌고 피로가 쉽게 쌓였다.
린데 급여 명세서를 받아보니, 추가 근무 시간이 급여에 반영되지 않았다.


조심스럽지만 곧바로 에이전시에 연락을 했다.

담당자가 직접 와서 사장에게 계약서를 보여주며 설명해 주었고, 저녁 근무에는 별도의 이브닝 수당이 붙는다는 사실도 알려주었다.

덕분에 미지급된 금액을 추가로 받을 수 있었고, 사장은 부담을 느꼈는지 이후엔 점심 장사까지만 근무하는 것으로 조정되었다.


직접 말하기 어려웠던 부분들을 에이전시가 나서서 정리해 주니, 그 수수료가 하나도 아깝지 않았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6개월도 채 되지 않아 2012년 11월. 마침내 내 이름으로 된 영주권이 나왔다.


마이너스로 시작한 호주 생활과는 달리,

2년도 채 되지 않아, 내 힘으로 이룬 첫 번째 "확실한 성취"였다.


여러 나라를 경험한 덕에 빠르게 선택할 수 있었고, 운도 참 잘 따라주었다.

pexels-ollivves-1078981.jpg


물론 그 여정 속엔 도와준 사람들도 많았고, 덕분에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더 이상 비자 걱정 없이 지낼 수 있게 되었을 때, 뭐랄까—

이제야 진짜 시작하는 기분이 들었다. 수고했다, 정말.

keyword
이전 19화토마토 농장의 악몽과 아련한 그리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