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자가 된 피해자

나르시시스트 엄마의 성장배경

by 지피지기

이제 우리 엄마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엄마는 4남매 중 첫째로 태어나셨다. 요즘 소위 말하는 K-장녀였다.

원래 엄마는 체구도 작고 왜소했는데 아기 때 워낙 가난한 데다가 외할머니가 젖이 잘 돌지 않아서 젖 대신 미음을 먹고 자랐기 때문이라고 한다. 때문에 어릴 때부터 병약해서 돌봄을 받았다.

특별히 돌봄을 받기도 했지만 어느 정도 자라서부터는 동생을 잘 못 본다는 이유로 외할머니께 혼나고 맞기도 했고 공부를 못한다고 구박을 받기도 했다. 그런데 공부를 못 한 이유는 10월 말에 태어났음에도 불구하고 7살에 학교에 입학했기 때문이었다. 또래들보다 무려 1년, 혹은 2년 가까이 어렸기 때문에 저학년 때 따라가기가 무척 어려웠다고 한다.

그러다가 12살부터 과외를 받기 시작했는데 이 무렵부터 성적이 급상승하는 바람에 이 도시(엄마가 어렸을 땐 그냥 시였지만 지금은 광역시가 된 대도시이다.)에서 가장 명문으로 치는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나올 수 있었다.

엄마가 아주 어렸을 때, 즉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가 결혼한 지 얼마 안 됐을 땐 가난했지만 점차 외할아버지의 일이 잘 되면서 곧 그 동네에서 가장 잘 사는 집이 되었다. 집 마당에 우물이 있어서 온 동네 사람들이 물을 떠가고 유일하게 tv도 있어서 평상에 동네 사람들이 다 모여서 tv를 봤다고 한다.



그렇게 부유하던 집이 엄마가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몰락하기 시작했다. 외할아버지가 췌장암에 걸리면서부터였다. 모아뒀던 돈을 모조리 병원비로 쓰는 바람에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실 무렵에는 집 한 채 빼고는 돈이 한 푼도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로 엄마는 과외를 해서 등록금을 직접 벌어서 대학을 졸업했고, 외할머니도 생계에 뛰어드셨다. 엄마는 대학을 졸업한 후 사립학교에서 교편을 잡으셨다. 결혼 전까지 약 5년 동안 교사생활을 하면서 동생들 학비를 댔다.

두 분 다 결혼을 늦게 하셨다. 아빠는 32살에, 엄마는 28살에 중매로 결혼을 하셨다고 한다. 엄마는 원래 결혼을 하고 싶은 생각이 크게 없었는데 외할머니의 등쌀에 못 이겨 결혼을 했다고 하셨다.

결혼한다고 할 때부터 우리 아빠네 집안을 아는 주변 사람들이 '저 집 맏며느리로 들어온다는 사람 어떡하냐'는 말을 얼핏 듣긴 했지만 그게 어떤 의미인지 몰랐다고 한다. 결혼하고 나서야 그게 무슨 의미인지를 알게 되었다. 엄마에게는 엄청난 시집살이가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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