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르시시즘의 대물림(2)

나의 나르시시스트 친할머니

by 지피지기

글을 평소 성격대로(?) 계획 없이 의식의 흐름에 맡겼더니 내용이 산으로 갔다가 자리를 찾은 것 같다.

오늘은 나의 친할머니에 대해 써보려고 한다.


할머니는 할아버지와 나이 차이가 얼마 나지 않는 것으로 보아 대략 1920년대 초중반에 태어나신 분인 것 같다. 내가 세 살쯤 돌아가셨다고 하니 아마 1985년쯤 돌아가신 것 같다. 돌아가신 지가 거의 40년이 다돼간다.

묘하게도 아빠한테는 할머니에 대해 들은 게 거의 없고 대부분 엄마한테 들었다.

할머니는 9남매를 낳으셨는데 첫아들이 돌도 안돼서 죽었다고 한다. 어린 아기에게 몸에 좋은 인삼을 먹였다가(할머니가 직접 먹이신 것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죽었다고 한다. 어린 아기한테는 삼을 먹이면 안 된다는데 그걸 몰랐다고 하셨다. 그렇게 첫째를 허망하게 잃고 그 뒤로 8명의 자녀를 낳으셨는데 그중 아들은 우리 아빠를 포함하여 둘 뿐이고 나머지는 모두 딸이었다. 첫아기를 잃고 낳은 첫 딸은(나의 큰고모) 1970년대 초반에 아기를 낳은 후 얼마 되지 않아서 유명을 달리했다.

그리고 할머니는 60대 초반에 당뇨 합병증으로 사망하셨다고 한다.


엄마가 처음 시집을 가자 엄청난 시집살이를 시키셨다고 한다. 밭에서 이것저것 따오라고 하는데 어디 있는지를 제대로 알려주지 않으시고 못 찾아오니까 그런 것도 모르냐고 면박을 주셨다고 한다.

그리고 살림은 못 배우고 평생을 공부, 과외, 교사일 밖에 해본 적이 없는 엄마한테 집에서 뭘 배워 온 거냐며 구박을 하셨다고 한다.(이 말은 사실 엄마보다도 외할머니에 대한 모욕에 더 가깝다.)

엄마가 나를 임신하자 고모들과 같이 아빠도 없는 집에 찾아와서 삼시세끼 밥을 차려내게 하셨으며 차려놔도 맛이 없다고 타박하며 몇 번씩 물려서 다시 차리게 하셨다고 한다.

그 당시 아빠는 서울 발령이 나서 주말부부였는데 아빠는 전화를 거의 받지 않으셨다고 한다.

엄마 혼자 계신(뱃속에 내가 들어 있었으니 엄밀히 말하자면 혼자는 아니었다.) 대전 집에 할머니가 주 3~4회씩 찾아오셔서 임신 기간 내내 저렇게 지내셨다고 한다. 아니.. 왜 임산부가 차린 밥상을 그렇게 받고 싶으셨던 건지..

나르시시스트에 대해 알기 전에는 전형적인 시집살이시키는 시어머니라고 생각했는데 나르시시스트에 대해 알고 나니 우리 할머니도 나르시시스트여서 그랬던 것 같다!

나르시시스트가 잘하는 게 바로 갑질이고 다른 사람이 서럽든 말든 그것은 그들에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렇게 착취적인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것이다. (자신보다 강하면 복종하고 잘 보이려고 하며 약하면 착취한다. 한마디로 강약약강)

그리고 말년에는 당뇨 합병증으로 입원하셨는데 본인의 자녀가 7명이나 되는데도 불구하고 간병인 없 엄마 혼자 간병하셨다고 한다.

덕분에 엄마는 163cm 정도 되는 키에 몸무게는 40kg대 초반까지 빠졌다고 한다. 엄마가 뼈가 굵으신 편인데 40kg 초반까지 빠진 거면 거의 뼈만 남은 상태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사람이 평소에는 인품이 좋다가도 아프면 짜증이 느는데 평소에도 갑질하시던 분이 아프면 아마 더 성격이 고약하면 고약해졌지 더 온화해질 확률은 희박할 것이다. 돌아가실 때까지 온갖 비위를 다 맞추느라 엄마는 살이 쭉쭉 빠졌다고 한다. 다행인지 내가 세 살 때 돌아가셨다.




여기까지 보면 그냥 성격이 고약하신 분인가 보다 할 텐데 이 와중에 할머니한테는 의외인 면이 있었다. 바로 독실한 크리스천이셨다는 점이다.

넉넉지 않은 형편에도 다니던 교회에 교회 부지를 바치셨다.

큰 교회는 아니었지만 권사님으로 계셨고 땅까지 내놓으셨으니 보통 독실하신 게 아닌 것 같다.

할머니가 시집살이 독하게 시켰고, 가난한 집이라 해온 게 없다고 구박하셨지만 그래도 엄마가 기억하기에 좋았던 점이 딱 하나 있었는데 처음 인사드리러 간 날, 엄마를 앉혀놓고 축복기도를 해주셨다고 한다. 그게 그렇게 좋았고 기억에 남았다고 한다.

그런데 이게 좋았다고 해서 엄마도 올케한테 열심히 신앙생활하라 하시고 나서서 기도해주시고 하는데 나도 크리스천이지만 그게 그렇게 좋아 보이지만은 않다.

왜냐하면 이게 마음에 우러나오는 신앙심으로 하는 게 아니고 보여주기 위한 행동으로 비치기 때문이다. 그리고 상대가 요청해서 해주는 게 아니라 본인이 좋아서, 내가 좋으면 남도 좋을 것이라고 생각해서 지레짐작으로 하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상호 존중이 깔리지 않은 행동은 아무리 의도가 좋아도 의미가 없다.


나르시시스트도 신앙이 좋을 수 있다고 한다.

그렇지만 그게 정말 참 믿음이 깔린 것은 아닐 수 있다.

우리 엄마도 그렇지만 나르시시스트는 본인의 신앙심이 다른 사람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하면서 성경 말씀으로 상대가 원하지도 않는 레슨(훈수)을 마구 퍼부을 수도 있다. 즉, 자신이 원하는 대로 상대방을 조종하기 위해 성경말씀을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교회에서는 자신의 직분을 이용할 수도 있다.


참고 매체

썸머's 힐링사이다 유튜브 채널

(신앙심이 좋아 더 위험한 나르시시스트

https://youtu.be/JsYHe6Y2_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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