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르시시스트에 대해 조금 아는 사람이라면 아마 나르시시스트 부모는 자녀를 차별한다는 말을 들어봤을 것이다.
아마 나이가 내 또래 이상인 분이라면 예전에 방영했던 '아들과 딸'이라는 드라마를 알 텐데, 이 드라마의 주인공들은 한날한시에 같은 엄마로부터 태어났어도 성별이 다르다는 이유로 날 때부터 한 명은 귀한 왕자님 대접을 받고 또 한 명은 자기 잘못도 아닌 것까지 뒤집어쓰며 모진 설움을 당하면서 자란다.
그러나 위와 같은 상황처럼 정말 극단적인 차별을 받았다면 나는 우리 집이 뭔가 잘못됐다는 것을 단박에 깨달았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 집에서는 이게 차별인지 아닌지 인지하지 어려울 정도로 정말 교묘한 상황이 만들어졌다.
우리 집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기는커녕 나는 우리 집이 오히려 모범적이고 완벽한 집이라고 생각했었다.
명문대 출신에 대기업에 다니시면서 집과 회사만 오가는 아빠, 내가 살고 있는 도시에서 가장 좋은 국립대를 졸업하고 중등 역사 교사로 일하시다가 결혼하면서 직장을 그만두시고 지금은 집과 자녀밖에 모르는 엄마, 학교에서 1,2등을 하고 있는 나, 그리고 까불까불 하면서도 공부도 곧잘 하는 남동생. 이 얼마나 완벽한 조합인가!
그리고 내가 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는 상을 쓸어 담아서 상을 받을 때마다 동네에 몇 안 되는 경양식 식당에서 외식을 하고 정말 맛있는 음식들을 먹으면서 화기애애한 식사를 했다. 물론 남동생도 공부를 잘 하긴 했지만 남동생 보다도 첫째인 나의 성취에 부모님이 더 기뻐하시는 것 같았다.
상을 자주 받았기 때문에 내가 초등학교(당시 국민학교)에 입학한 뒤로는 늘 저녁이 파티 분위기였다.
특히 중간고사, 기말고사를 보고 나면 학업우수상을 받았는데 그 상을 가장 좋아하셨다.
학업우수상은 초등학교 6년 내내 놓친 적이 없었던 것 같다.
늘 나는 대회 준비와 시험공부로 바빴지만 부모님의 기대를 저버릴 수 없었고, 의외로 조금만 노력해도 결과가 좋았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는 없었다. 적어도 초등학교 중학년 때까지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