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을 걷으면 행복이 보이겠죠

『길거리 가수 새미』 X 『위대한 개츠비』

by 꿈의 떨림


리처드 코리가 시내로 나오면
우리들은 거리에 서서 그를 바라보았다.
그는 발바닥부터 머리끝까지 신사였다.
깨끗한 용모에 호리호리한 풍채는 의젓하였다.

그는 언제나 점잖게 차려입었고
말할 때는 늘 친절했다.
"안녕하십니까"라고 인사할 때마다 그는
맥박을 뛰게 했고 걸을 때는 후광이 비쳤다.

게다가 돈도 많았다 - 그럼, 왕보다 더 부자였다,
그리고 모든 면에서 맵시 있고 세련되었다.
한마디로 굉장한 사람이어서
우리는 그의 처지를 부러워했다.

그래서 우리는 일을 계속하며 좋은 때를 기다렸으며,
고기도 못 먹고 빵만 타박하였다.
그런데 리처드 코리는 어느 조용한 여름날 밤,
집에 가서 제 머리를 쏘아 버렸다.

- 리처드 코리, 에드윈 앨링턴 로빈슨 -



어린 날의 꿈과 환상



누구에게도 말한 적이 없는데 어린 시절 제 꿈 중 하나는 가수였습니다. 아, 그냥 가수가 아니었어요. 인기가 아주아주 많은 가수였죠.


노래, 잘 못합니다.

끼, 그런 건 손톱만큼도 없고요.

외모, 인상은 좋습니다.

춤, 몸을 움직이는 건 완전 꽝이죠.


간절하게 바란 꿈이었지만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습니다. 비웃음을 사기 딱 좋았으니까요. 혹시라도 가수가 꿈이라고 말하면 노래를 시킬까 봐 겁도 났지요.


가수의 삶을 동경했던 건 무대 아래에서 쏟아지는 환호 때문이었습니다. 화려한 조명을 받으면서 사람들에게 열광적인 함성과 사랑을 받고 싶었죠. 즉각적이면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는 기분이 어떤 건지 느끼고도 싶었고요. 굳이 가수가 아니어도 괜찮았어요. 제게로 향하는 찬사와 환호를 느낄 수 있다면 그 무엇이든 상관없었죠. 명성을 얻기 위해서는 비난도 감수해야 하고, 뼈를 깎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을 모른 채 달콤한 결과만 보고 그게 전부라 여겼습니다.


주목을 받고 싶으면서 막상 그러면 얼굴이 벌게진 채 바보처럼 구는 저에 대한 미움과 안타까움이 그런 욕망을 만들었죠. 주인공이 되는 걸 두려워하지 않고, 무대를 즐기고, 음악에 빠지고, 인기를 누리는 상상은 현실의 저를 견디는 힘이면서 현실에서 도망갈 수 있는 수단이었습니다.


길거리 가수 새미의 꿈과 환상





『길거리 가수 새미』의 표지를 본 순간, 어린 시절의 환상이 떠올랐습니다. 가수의 꿈을 꾸었는지도 잊고 있었는데 이 그림책의 표지가 그때의 저를 돌아보게 했습니다. 『창 너머』의 우울과 절망과 기괴함과 난해함에서 빠져나오지 못했을 때 만난 찰스 키핑의 또 다른 작품 『길거리 가수 새미』는 표지만 보고 있는데도 묘하게 슬프더라고요.


주인공 새미인 듯한 남자는 허름한 옷을 입고 있습니다. 머리카락은 멋을 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정돈을 하지 못해 긴 듯합니다. 남자의 등에는 북이, 그의 가슴과 배에는 아코디언이, 허리춤에는 트럼펫이 있습니다. 양 무릎에는 심벌즈로 보이는 타악기가 있군요. 그의 발 밑은 온갖 쓰레기로 가득합니다. 부유층이 사는 거리는 아닌가 봅니다. 새미의 발걸음은 힘차고, 노래를 부르는 새미의 표정은 즐겁습니다. 새미가 어떤 마음인지는 모르겠는데 그를 보는 제 마음은 아픕니다. 건드리기에는 너무 깊이 박힌 슬픔과 그 모든 것을 해탈한 듯한 편안함이 묘하게 공존합니다. '길거리 가수'라는 타이틀이 제 허영과 욕망을 건드립니다. 새미의 기분보다는 제 감정에 빠져 미리 판단하고 재단하고 있음을 알지만 쉽게 헤어날 수가 없네요. 표지를 넘기니 그곳에서도 새미는 악기를 연주하고 노래를 부릅니다. 이번에는 개와 고양이도 함께입니다.


새미는 하루도 빠짐없이 지하도에서 노래를 부르는 스트리트 싱어입니다. 이 곳에서 혼자 춤추고 노래하면서 지하도를 오가는 사람들에게 동전을 얻어 살고 있지요. 동네 꼬마들과 개들도 새미를 따라다니며 춤을 춥니다. 새미에게 이곳은 천국입니다. 한때 돈과 인기를 좇아 이 곳을 떠났던 일이 마음에 사무쳐 있기 때문이죠. 과거에 그는 빅 찬스 서커스단 단장 이보르 찬스의 꼬드김에 넘어가 서커스단에 들어갔습니다. 그곳에서 새미는 바보짓을 하는 진짜 광대가 되어야 했지요. 새미는 관객의 박수 소리를 들으며 언젠가는 인기 가수가 될 꿈을 품었습니다. 하지만 새미가 갈고리에 매달려 대롱대롱 매달릴 때, 갈고리에 걸린 바지가 벗겨져 새미가 무대 위로 곤두박질칠 때, 새미의 몸 위로 물벼락이 덮칠 때 관객들은 떠들썩하게 웃었고 새미는 견딜 수 없이 부끄러웠습니다. 그날 밤 서커스를 구경하러 온 빅놉이라는 흥행꾼이 진짜 가수로 만들어주겠다며 새미를 꼬셨습니다. 새미는 울먹이며 꼭 진짜 가수로 만들어달라 했지요. 새미는 또다시 인기를 얻고 부자가 될 꿈을 품었습니다. 마침내 그는 으리으리한 집에서 살게 됐고, 명성도 얻었습니다.



새미는 밤마다 광대처럼 꾸미고 톱밥이 깔린 무대 위에서 춤추고 노래했습니다. 새미는 관객과 박수 소리를 사랑했습니다. 언젠가는 인기 가수가 될 꿈을 품은 사람이었으니까요.

(중략)

"웃음을 사려고 바지 벗는 짓이나 하고 살 거야? 실속을 차려야지. 나한테 맡겨 봐. 너를 진짜 가수로 만들어 줄 테니." 새미는 울먹였어요. "그렇게 해 주세요. 꼭이요, 선생님." 새미는 또다시 인기를 얻고 부자가 될 꿈을 품었습니다. 새미 스트리트 싱어라는 이름이 네온 빛으로 번쩍일 날을 꿈꾸었습니다.

- 길거리 가수 새미 -


위대한 개츠비의 꿈과 환상


내가 훨씬 더 젊고 상처 입기 쉬웠던 시절 아버지는 내게 그 이후 내 마음속에 되새기던 몇 가지 조언을 주었다.
"네가 누군가를 비난하고 싶어 질 때에는 언제든……" 그분은 내게 말했다. "이 세상 사람들 전부가 네가 지녔던 이점을 누렸었던 것은 아니라는 점을 꼭 기억하렴."

- 위대한 개츠비 -



새미와 마찬가지로 부자가 되고 싶은 청년이 있습니다. 그는 개츠비이고, 정말 부자가 되었죠.


『위대한 개츠비』는 닉 캐러웨이의 서술로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1922년 웨스트 에그가 배경이죠. 닉의 집안은 미국 중서부 도시에서 3대째 두드러진 부유 계층입니다. 닉은 예일대를 졸업했고, 제1차 세계대전에 참가했고, 채권업을 배우기 위해 고향을 떠나 웨스트 에그에 집을 구합니다. 닉의 옆집에는 엄청난 부자가 살고 있습니다. 주말이면 대저택에서는 호화로운 파티가 벌어지는데 그 집의 주인이 제이 개츠비죠. 명목상의 만 건너편에는 이스트 에그가 있습니다. 그곳에는 닉의 육촌 데이지가 삽니다. 그녀의 남편 톰 뷰캐넌은 대학 때 재능 있는 미식축구 선수였지만 그저 한때일 뿐이었죠. 닉은 데이지와 톰을 만나기 위해 이스트 에그에 있는 그들의 집으로 갑니다. 그곳에서 골프 선수인 조던 베이커를 만납니다. 그날 닉은 톰에게 여자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얼마 후 자기 여자를 만났으면 좋겠다는 톰의 막무가내 요청에 그녀를 봅니다. 그녀는 자동차 정비소를 하는 조지 윌슨의 아내이죠. 어느 날, 닉은 개츠비의 초대로 그의 집 파티에 참석합니다. 개츠비에 대한 소문과 추측들이 난무하지만 누구도 그에 대해 정확하게 아는 사람이 없죠. 닉은 그곳에서 조던을 다시 만나고, 후에 개츠비와 데이지와의 관계를 듣습니다. 개츠비는 오 년 전에 헤어진 데이지와 우연히 만나기 위해 파티를 열고, 해협 건너편에 데이지가 산다는 것을 알고 지금의 집을 산 거죠. 닉은 개츠비의 바람대로 데이지를 자신의 집으로 초대해 개츠비와 만나게 합니다. 그 후 개츠비와 데이지는 자주 만남을 갖고, 개츠비는 데이지와 함께 할 미래를 꿈꿉니다.



그가 단지 그녀에게 원했던 것은 톰에게 가서 말해 주는 것이었다. "나는 결코 당신을 사랑하지 않아요"라고. 그녀의 그 말이 사 년의 흔적을 지워 버린 후 그들이 좀 더 실질적인 조치를 취할 수 있게 되기를. 그들 중 하나가 그렇게 해줌으로써, 그녀가 자유로워진 후, 그들은 루이빌로 돌아가서 그녀의 집에서 결혼하려던 것이었다. 마치 오 년 전처럼.
"그런데 그녀는 이해하지 못하더군……." 그는 말했다. "예전 같았으면 이해했을 텐데. 우린 몇 시간을 앉아 있었는데……."
그는 갑자기 말을 멈추고 과일 껍질과 버려진 선물들, 짓밟힌 꽃들이 나뒹구는 길을 오르내렸다.
"나라면 그녀에게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지 않을 거야." 나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과거를 되돌릴 수는 없잖아."
"과거를 되돌릴 수 없다고?" 그는 못 믿겠다는 듯이 소리쳤다. "왜 안 돼, 당연히 할 수 있어!"
그는 거칠게 주위를 둘러보았다. 마치 과거가, 그의 손에 닿을 수 있는 집 그늘에 숨어 있기라도 한 것처럼.
"나는 모든 것을 이전과 똑같이 바로잡아 놓을 거야." 그는 단호하게 말했다. "그녀도 알게 되겠지."

- 위대한 개츠비 -


꿈과 환상, 양날의 검




곧 새미는 시내 중심가에 있는 '꿈의 궁전' 무대에서 노래하게 되었습니다. 사람이 몰라보게 달라졌지요.

머리를 지지고 볶고 번쩍번쩍한 옷을 입고 기타를 둘러메고서, 야한 춤을 추는 아가씨 둘과 함께 밤마다 무대에서 노래했습니다. 앰프 음악 소리에 묻혀 새미의 노랫소리는 들리지 않는데도 관객들은 열광했습니다.

오래지 않아 새미는 스타디움 공연에서도 가장 잘 나가는 가수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관객들을 가까이에서 느낄 수 없게 되었지요.
어마어마한 스타디움 공연에서 새미는 모래알처럼 작은 존재였고,
새미의 귀에는 어둠 속에서 관객들이 질러 대는 소리밖에 들리지 않았습니다.
관객들은 전혀 새미의 노래를 듣지 않는 듯했습니다.

- 길거리 가수 새미 -



이제 새미는 으리으리한 집에 살지만 명성이라는 감옥에 갇힌 죄수가 됩니다. 그는 관객을 위한 가수가 아닌 텔레비전을 위한 허깨비가 되어 결국 손바닥만 한 비디오테이프에 담깁니다. 시간이 지나자 새미의 비디오테이프는 차츰 시들해지고, 새미는 한물 간 가수 취급을 받습니다. 새로운 얼굴이 나타나자 빅놉은 그들에게 집중하죠. 새미는 재기하기 위해 집과 재산을 몽땅 팔아 영화를 만들지만 쫄딱 망합니다.


이리저리 끌려다니는 새미와 달리 개츠비는 원하는 것을 갖기 위해 계획을 세우고 노력합니다. 불법적인 사업을 통해 부를 쌓은 것도, 주말마다 그토록 성대한 파티를 여는 것도, 데이지의 집이 보이는 곳에서 사는 것도, 자신이 저지르지 않은 사고를 뒤집어쓰려 한 것도 사랑을 얻기 위해 스스로 결정한 일이죠. 사랑에 무모한 개츠비와 달리 데이지는 개츠비를 원하면서 자신이 누리는 것 또한 포기할 수 없습니다. 개츠비는 데이지가 톰에게 당신을 사랑한 적이 없었다고 말해주길 바라는데 그녀는 개츠비도 사랑했고, 톰도 사랑했다고 합니다.


겉모습은 화려했지만 꼭두각시에 불과했던 새미는 사람들에게 잊힌 후에야 진정한 자신을 찾습니다. 인기와 돈에 가려진 허깨비가 아닌 진짜 가수가 된 거죠. 허름한 차림을 하고 쓰레기가 뒹구는 혼잡한 찻길 아래 지하도에서 노래를 부르지만 진짜 행복을 찾았기에 새미는 즐겁습니다. 개츠비는 스스로 세운 이상과 성공을 위해 진짜 자신을 버렸습니다. 데이지와의 사랑을 이루기 위해서는 돈이 많아야 한다고 생각했기에 꿈과 욕망을 좇아 달렸죠. 하지만 그는 사랑에 배신을 당했고, 잡을 수 있다고 여긴 초록 불빛은 언제나 그의 너머에 있었습니다.


분명 꿈은 비루한 현실을 이길 수 있는 힘이면서 더 나은 삶을 위한 원동력입니다. 하지만 현실을 외면한 채 꾸는 꿈은 허상일 뿐입니다. 잠시 달콤할 수는 있겠지만 현실을 더 불안하게 만들죠. 지금 당신은 꿈이 있어 가능한가요, 아니면 꿈 때문에 위태로운가요?



성공과 행복의 상관관계



이십 대 때, 제 관심사는 오로지 성공이었습니다. 이름을 널리 알리고 싶었고, 넘보지 못할 재능과 카리스마를 뿜고 싶었습니다. 닉네임과 패스워드에는 꼭 '성공'이라는 단어가 들어갔지요. 그때 저는 저보다 나이가 많으면서 어느 정도 지위를 가진 사람을 만날 때면 진정한 성공이 무엇이냐고 물었습니다. 수업을 하다가도, 아르바이트를 하다가도 뜬금없이 이 질문을 던졌어요. 사실 궁금하지 않았습니다. 이미 알고 있었으니까요. 그냥 제가 가진 답을 확인하고 싶었을 뿐이었죠.


수없이 질문을 하고 대답을 들었지만 제 생각과 일치하는 내용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말이 통하는 친구가 한 명이라도 있는 것, 건강하게 오늘을 사는 것, 가족들과 둘러앉아 밥을 먹는 것, 누군가에게 사랑을 줄 수 있는 것 등의 대답은 너무 시시하고 형편없어서 한숨이 나왔죠. 돈과 명예 없이 어떻게 성공을 말할 수 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당시 저는 구체적이지도, 명확하지도 않은 성공이라는 허상에 빠져 좌절하고 절망했습니다. 끊임없이 타인과 저를 비교하면서 미워하고 미안하기를 반복했고, 불안과 무기력 때문에 지쳐있을 때가 많았죠. 행복은 성공 뒤에 따라오는 거라 믿었기에 당연히 행복할 수도 없었고요.


항상 실패만 한 건 아닌데 너무 높은 이상과 허상을 만들어 놓고 패배자의 마음으로 살았습니다. 아직도 그 허영을 버리지 못해 가끔씩 괴로워하고 있고요. 재능도 없으면서 노력마저 하지 않은 채 인기 가수를 꿈꿨던 어린 날처럼 여전히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원하는 것을 얻지 못했다며 불만을 쌓고 있지요. 거대하고 거창하게 보이고 싶어 행복한 순간에도 이 정도로는 어림없다며 감정을 막고, 자잘한 성공에도 기뻐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꼭 밑바닥까지 떨어져야 진정한 행복을 찾을 수 있는 걸까요?"


몇 년 전에 『길거리 가수 새미』를 읽은 L이 이런 질문을 했습니다. 꼭 그렇게 헤맨 후에야 옆에 있는 행복을 발견할 수 있는 거냐며 그냥 행복할 수도 있는 거 아니냐고 했지요. 약간의 불만이 있긴 했지만 그녀의 말투와 표정에는 정말 순수한 궁금증으로 가득했습니다. 그리고 몇 달 후에 이번에는 제가 L에게 물었습니다. 그때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았나요? 근데 정말 진정한 행복은 힘든 시간을 겪어야만 느낄 수 있는 걸까요? 새미처럼 그런 과정을 겪고 겪은 후에야 길거리에서 노래를 부르던 그 시절이 행복했음을 느낄 수 있는 건지, 밑바닥까지 떨어져 봐야 식구들과 둘러앉아 밥을 먹고 말이 통하는 친구가 옆에 있다는 게 진짜 성공임을 알 수 있는 건지, 지금보다 더 형편없어져야 답답하고 한심한 현재가 행복한 순간이었음을 깨달을 수 있는 건지 궁금했어요. L이 주저하지 않고 그렇다고 대답하더군요. 불행 없이 행복을 찾을 수 없다며 그게 진리라고 말했습니다. 그 사이 L은 행복의 의미를 찾은 듯했습니다.


어려움을 겪은 후에야 그렇고 그랬던 보통의 날이 얼마나 소중하고 값진 시간이었는지 절실하게 느꼈으면서 또 잊었습니다. 겉으로는 화려하지만 그 안에 불행을 숨기고 있는 사람들을 봤으면서 겉모습만으로 그들을 판단하고 부러워했습니다. 성공과 행복은 일상의 소소함에서 비롯된다고 말하면서 받아들이지 못했고, 제가 꾸는 꿈이 얼마나 허황되었는지 알면서 미련을 버리지 못했습니다. 안타깝게도 여전히 그렇습니다.


환상에 가려진 행복



사랑에 배신당하고, 뜻하지 않은 죽음을 맞이했지만 개츠비가 불행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제임스 개츠'를 버리고 '제이 개츠비'라는 이상적인 자신이 되기 위해 그는 노력했고 정말 제이 개츠비가 되었으니까요. 자신의 과거를 거짓으로 만들고, 불법으로 사업을 하고, 유부녀를 사랑해서 가정을 깨뜨리려 한 건 옳지 않지만 그는 자신이 꿈꾸는 나가 되기 위해 철저하게 계획을 세우고 엄청나게 노력했습니다. 그는 무모했고, 순수했고, 열정적이었습니다. 그렇기에 톰과 데이지를 비롯한 허영과 위선으로 뭉친 그들 전부를 합친 것보다 훨씬 가치 있는 사람이 됐죠.



"내 짐작에 데이지도 역시 전화할 걸세." 그는 나를 간절하게 바라보았다. 마치 내가 확증해 주길 바라는 것처럼.
"나도 그렇게 생각하네."
"그래, 잘 가게."
우리는 악수했고 나는 출발했다. 내가 막 울타리에 도착하기 직전 나는 무언가를 떠올렸고, 돌아섰다.
"그들은 형편없는 자들이야." 나는 잔디밭을 가로질러 소리쳤다. "자넨 그 모든 빌어먹을 작자들을 전부 합친 것보다 훨씬 가치 있네."
나는 그렇게 말했던 것이 항상 기뻤다. 그것은 내가 그에게 준 유일한 경의였다. 처음부터 끝까지 나는 그를 못 미더워했으니까. 처음에 그는 정중하게 고개를 끄덕였고, 그러고 나서 그의 얼굴은 이해한다는 듯한 찬란한 미소로 밝아졌다. 마치 우리가 내내 그 사실을 황홀하게 공모라도 해왔던 것처럼.

- 위대한 개츠비 -



개츠비를 불행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건 그의 겉모습도 한몫했습니다. 공허한 욕망과 무모한 집착마저 아름답게 보이는 건 그가 이루고 가진 게 많기 때문이죠. 길거리에서 노래를 부르는 게 행복하다는 새미에게 묘한 슬픔을 느끼는 이유 역시 겉으로 드러나는 그의 조건 때문입니다. 그가 행복하다면 행복한 건데 저의 조건과 맞지 않는다고 그의 행복을 의심했습니다. 제가 누리는 행복도 시시하다며 부정하고 있고요.


사실 지금 저는 그럭저럭 괜찮게 살고 있습니다. 과거와 비교했을 때, 무척 안정적이고 편안한 생활을 하고 있죠. 노력하지 않았는데 얻은 것도 많고요. 머릿속으로 불안과 불행을 만들어내지 않는다면, 허영과 환상을 버리고 현재에 감사를 느낀다면, 오를 수 없는 곳을 탐내면서 남과 비교하지 않는다면 행복하고 만족할 만한 삶이죠. 그런데 생각이 끊임없이 저를 괴롭힙니다. 자꾸만 저를 못났다고 몰아세우면서 열등감을 키웁니다. 가진 것보다 잃은 게 많다며 상실감을 반복하고요. 자꾸만 그들의 것이 탐나고, 제 것은 하찮고 시시합니다. 그들의 과거가 현재를 괴롭히든, 그들의 내면이 결핍으로 가득하든, 공허한 집착이 그들을 너덜너덜하게 만들든 그런 건 보이지 않고 오로지 겉모습만으로 판단하고 부러워합니다. 과거의 어느 날을 기억하며 지금에 감사하다가도 금방 잊고 또 불평을 하고 있지요.


행복은 멀리에서 찾는 게 아니라 가까이에서 발견하는 거라던 누군가의 말이 떠오릅니다. 화려하고 반짝이는 것만 바라보다 소소한 기쁨을 놓치고 있음을 반성하면서 겉모습만으로 성공과 행복을 결론짓지 말자고 다짐합니다. 오늘은 불필요한 환상을 걷고 현실에 집중해보려고 해요. 이제야 진정한 성공과 행복에 대해 얘기하던 그들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합니다.



* 길거리 가수 새미, 찰스 키핑 지음, 서애경 옮김, 사계절 펴냄

* 위대한 개츠비, F. 스콧 피츠제럴드, 이정서 옮김, 새움 펴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