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 H Jul 26. 2023

29살 - 20대를 돌아보며

의대생, 신입생


2022년 8월 나는 인생에 크나큰 변화를 앞두고 있다. 일주일 뒤 나는 한번도 가보지 않은 나라에서 의대생으로 입학해 새 삶을 시작한다. 얼마 전까지 실감이 나지 않았는데 저번주부터 슬슬 내가 진짜 떠나는구나라는 생각이 내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다.


지금 나는 한국나이로 29살이다.  나이는 상관없다고 하지만 내 무의식은 자꾸만 불안해한다. 다녀오면 난 35살, 너무 나이가 많은 게 아닐까?, 남들은 집사고 결혼할 시기에 이렇게 떠나는 게 가치있을까?, 한국에서 의사는 할 수 있을까? 등등 불안한 생각이 가득하다.


사람은 참 간사하다. 반년 전만해도 합격하기만 하면 열심히 죽을때까지 해야지! 라는 결심이 가득했던 나는 막상 합격하니 걱정만 한가득이다.



내 이십대를 돌아보며..


벌써 20대의 마지막이라니. 믿기지가 않는다. 나는 서울에 있는 한 공대를 나왔고 전공 공부를 하면서 흥미가 생기지 않아 대학에 다니는 내내 고생했다. 고3때 과외 선생님이 기계공학과에 여자가 가면 취직이 잘 된다는 말을 듣고 수시 6개 중에 단 하나에만 기계공학을 지원했다. 결국 6개 중 하나의 학교에 붙어 선택의 여지가 없이 입학하게 되었다. 사실 입학하기 전에는 자만심이 하늘을 찔렀다. 가장 하양지원한 학교가 붙었기 때문에 내가 학교에 입학하기만 한다면 벼락치기로 A를 받을 줄 알았다. 지금 생각하면 부끄럽다.


학교에 입학한 뒤에는 신나게 놀기만 했다. 1학년 1학기 땐 F도 받아봤다. 얼마나 좋은 학교인지, 나에게 멋진 20대가 펼쳐져 있다는 것을 알지는 못한 채 나는 그렇게 1,2학년을 보냈다. 나에게 흑역사가 될 연애도 해보고 학점은 딱히 신경쓰지 않았다. 나중이 되면 취직을 다 잘 하는줄만 알았다.


 내 인생에서 가장 큰 성취라고 생각하는 것은 3학년 때 교환학생에 간 것이다. 교환학생은 놀러간거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수도 있다. 20대 초반의 나에게는 해외 생활이 내 인생의 최대 꿈이었다. 중학교 때 우연히 Onstyle채널에서 미국에 사는 16살 축하 생일파티를 본적이 있다. 나에게는 너무나 큰 문화충격이었다. 넓은 2층 집에서 엄청난 선물들, 친구들에 둘러싸여 행복한 16살 생활을 하는 내 또래를 보니 내가 초라하게 느껴졌다. 그때부터 나는 해외 생활을 꿈꿨다. 어린 마음에 미국에 사는 할머니 동생분들에게 보내달라고 말해보기도 했다. 하지만 형편이 넉넉하지 않았던 우리집에서 유학을 갈 방법은 없었다.


교환학생을 하면서 처음에는 엄청난 꿈에 부풀었다. 영어도 잘 못하던 나지만 살다보면 영어가 늘겠지라는 생각으로 비행기를 탔다. 첫 비행기에서 나는 자전거가 영어로 뭔지도 모를만큼 심각한 상태였다. 다행이도 포르투갈 친구들은 나에게 관심이 많아서 먼저 말을 걸어주고 놀자고 불러줬다. 중요한건 영어를 못하는 내 자신이 부끄러워 나가기가 싫었다는 것이다. 그 좋은 시간에도 나는 미래를 걱정하고 있었다. 돌아가면 나는 4학년인데 어떡하지? 졸업 작품을 누구랑 하지? 취직 준비는 어떻게 하지 등등.. 왜 나는 항상 현실을 즐기지 못했을까?


학교로 돌아왔고 지독한 우울증을 앓았다. 고작 22,23살밖에 안되었던 나는 지금 뭔가 새로 시작하기에는 너무 늦었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원하지 않는 공부와 또 환경이 나의 생각을 점점 가두었다. 그때라도 내가 하고 싶은 공부, 잘할 수 있는 공부를 시작했으면 벌써 졸업하고도 남았을텐데.


그 뒤로 제대로 취직준비도 하지 않은채 시간이 흘렀고 난 이대로는 안되겠다는 생각을 하게되었다.


20대 중반에는 이것저것 시도를 많이 했었다. 하지만 진짜 원해서 하는 게 아닌 다른 사람이 원하는 걸 도와주다보니 나의 장점은 다 사라지고 단점만 남게 되었다. 하기로 한 건 끝까지 다 해냈던 내가 점점 금방 포기하기 시작했다. 시간이 가면서 점점 20대 후반이 되고 매일매일이 불안해졌다. 뭐 하나 이룬것 없이 시간만 보냈던 내 자신이 한심했다.


 이렇게 불안한 날들을 보내던 나에게 어느날 큰 자극이 왔다. 나와 같은 교실, 비슷한 성적이었던( 물론 그 친구가 훨씬 잘했지만 ) 친구가 벌써 의대를 졸업하고 레지던트를 한다는 것이었다. 나는 지금 여기서 뭐하는거지?라는 생각이 들면서 내 모습을 견딜수가 없었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나도 큰 도전을 해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내 브런치에는 날것 그대로의 나의 생각을 적고싶다. 20대 초반의 나는 즐거웠지만 불안했다. 20대 중반부터 지금까지의 나는 불안하고 힘든 시간을 보냈다. 그래도 나는 조금의 희망을 가지고 나의 마지막 20대를 보내고 있다.  

이전 05화 가난한 집에서 살아남기-마지막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