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
해외 의대에 가겠다는 결심을 한 뒤 나는 전 세계에 있는 학교를 다 알아보기 시작했다. 한국 대학 입시도 혼자 준비했던 나는 구글이 있다면 못할 게 없었다. 미국, 영국, 호주, 뉴질랜드 등 영어권 학교를 먼저 찾아봤다. 하지만 역시나 억대의 학비와 생활비 등 다음 생에 하는 게 더 빠를 정도로 불가능했다. 미국에서 의사라는 직업 또한 인기직군이기 때문에 시민권도 없는 내가 하는 건 매우 많은 비용이 필요했다. 영어권 나라는 무조건 자국민에게 큰 혜택이 있지만 유학생한테는 무자비하다. 이해는 할 수 있지만 우리나라는 외국인 학생과 우리나라 학생이 받는 혜택이 별다른 차이가 없고 오히려 외국인이 우리나라 좋은 대학을 더 쉽게 갈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조금은 억울한 마음이 들었다.
너무 말이 안 되는 비용 때문에 같은 의료 계열인 간호대를 들어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찾아보기도 했다. 가장 저렴한 게 뉴질랜드 간호대였는데 일 년에 학비와 생활비 포함해서 3000만 원 정도는 필요했다. 그것 또한 몇 년 동안 낼 수 없는 형편이었다.
이제는 영어로 가르치는 다른 나라를 찾아봤다. 알아보니 인증받은 해외 의대는 미국이던 영국이던 다 상관이 없었다. 유럽 권에 있는 나라 중 체코, 이탈리아, 헝가리 등 꽤 많은 학교에서 영어로 의대를 운영 중이었다. 독일 대학교는 거의 학비가 없었고 독일의 기술력 또한 인정해 주니 가장 가고 싶었다. 하지만 독일에는 몇몇의 사립대 말고는 대부분 독일어로만 의대 공부가 가능했다. 만약에 내가 20대 초반이었다면 독일어를 1,2년 힘들게 배워 독일 대학교를 갔을지도 모르겠다.
헝가리는 학비가 일 년에 2000만 원 정도라서 너무 가고 싶었지만 선택지에서 제외했다. 한국인 학생이 많이 갔기 때문에 이미 모든 학교에서 인증이 되어 있었다. 마지막 선택지는 이탈리아 학교였다. 이탈리아는 학비가 훨씬 저렴하고 집안 소득에 따라 차등 부과한다. 심지어 외국인이라도 말이다. 그런데 한 한국 블로그를 보고 이탈리아가 별로라는 생각이 좀 들었다. 그리고 이왕이면 비싼 학비를 내는 곳이 더 좋은 게 아닐까 라는 생각도 있었다. 이래서 정보가 부족하면 판단을 제대로 하지를 못한다.
그러던 중 정말 신기하게도 헝가리 국가에서 해주는 장학금이 의대도 지원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구글에서 검색하다가 찾게 되었다. 원래 헝가리에서 해외 학생들이 헝가리에서 무료로 대학을 다닐 수 있도록 하는 stipendium hungaricum이라는 장학금이 있다. 장학금 제도를 시작한 지는 꽤 됐지만 한국에서는 아직 유명하지 않았고 어떻게 준비했는지는 몇 명의 블로거의 후기가 전부였다. 그리고 다른 과는 가능했지만 의대는 장학생으로 한국사람이 지원을 할 수 없었다. (수의대에서는 받은 사람은 있었다. )
너무 신기하게도 내가 외국 의대를 알아본 뒤에 의대 진학에 한국인도 신청이 가능했다. 신청까지 2개월도 남지 않았기에 열심히 정보를 찾아봤다. 빨리 준비해야 하는 것은 영어 성적과 자기소개서(motivation letter)였다. 학교에 메일을 보내보니 다행히 토익도 가능했다. 준비할 수 있는 기간이 좀 더 길었다면 아이엘츠로 하고 싶었지만 가장 저렴하고 빨리 준비할 수 있는 토익으로 했다.
몇 년 간 혼자서 미드로 영어 회화 공부를 거의 매일 했던 나는 운이 좋게도 토익 공부를 일주일 하고 930점이라는 점수를 받을 수 있었다. 지난 몇 년의 노력이 그래도 조금은 남아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들어 나 자신에게 고마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