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에이터 다이어리 2] 나에게 새로운 모티브를 주다

조위에서 서촉으로, 나의 노선을 바꾸다

by Bumsoo Kim

이번 설은 작정하고 쉬는 시간을 보냄과 동시에, 불곰 블로그 재건을 위한 초석 작업을 했다. 불곰 재건은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삶에서 그보다 더 어려운 것들이 일어나고 있었기 때문에 쉬면서 마음을 정리하고 비워야 했다. 쉬지 않고 나갔다가는 생각만 더 많아질 것이고, 그로 인해 나는 또다시 인생에서 하책을 선택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작정하고 쉬기로 했다.




산에 오르며 “에휴, 인생은 등산과 같지....”라고 마음을 잡았다. 그 후에는 내가 진짜로 지쳤을 때만 하는 온천욕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연휴 첫날은 나만의 휴식 공간인 서울 황금온천에서, 설 전날은 용산 드래곤힐스파에서 보냈다. 쉬면서 땀을 뺐다. 온천으로 좋은 기운을 내 몸으로 불어 넣었다. 이 과정에서 내가 해낸 건 몇 개 있었다. 바로 마음 비우기와, 구인사 정초 참배 전 어느 정도 내 2019년 로드맵을 그려낸 것이 그것이다.


과거 아픈 기억에서 상당수 해방되고 나니, 내 안에 남아있던 원초적 욕망을 마주하게 됐다. 원초적 욕망을 골라내는 과정에서 “내가 서두르기만 하고 있지, 진짜 치고 나갈 때를 위해 내 자리에서 준비하는 법을 배웠던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와 동시에 “나도 존경받는 사람이 되고 싶다..... 20대 때부터 이런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30대가 되어서 업무에서 성과를 내도, 나는 왜 누군가에게 밥 한끼 같이 하고 싶은 사람은 되지 못한 것인가”라는 자괴감도 들었다. 또..... 내 사주풀이에서 “나는 타인을 빛내는 무대에 설 때, 나도 빛나는 사람이니, 나는 평생 누군가를 도와야 한다”는 구절을 보고 열등감을 표출했다. 또 조연이냐고.


그 과정 끝에, 나는 욕망을 내려놓고 객관적으로 이것들을 바라보기로 결심했다. 이대로 사회가 나를 알아주지 않는다고 신세 한탄하고 화만 냈다가는, 나만 손해라는 계산이 성립되었기 때문이다. 사회로부터 존경받는 20대들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인간미 넘치는 사람들을 연구하기 시작했다(신세 한탄과 동시에). 그들은 이런 특징을 가지고 있었다.


1) 자기만의 철학과 업무 시스템이 있다.

2) 20대 초반부터 어느 하나의 분야에서 자기를 탑 급으로 올릴 센세이션한 경험을 했다.

3) 그 이야기를 블로그, 유튜브, 자기 책으로 녹여냈고 공유했다.

4) 자기계발방법을 자기계발서에서 그치지 않고, 자기만의 방법을 만들어냈다. 그걸 공유했다.


아, 그렇군. 어느 정도 계산이 섰다. 그러니까, 20대부터 존경받는 사람들은 “오리진을 만들기 위한 자기만의 시스템을 만들고 실험했고 -> 오리진을 만들어 냈고 -> 그 오리진을 공유했다”는 과정을 거쳤다. 팬덤은 그 과정을 보고 반응했다. 그 오리진에는 사람을 발전시킨 자기만의 철학과 시스템이 있었을 거고. 음, 방법은 간단하구나. 저 1~4항을 내가 해내면 그만 아닌가.


01. 냉철하게 내 업계를 바라보자.


나는 욕망을 내려놓고 내 업계부터 냉철하게 살피기 시작했다. 디지털 마케팅은 이제 어느 정도 정립되었다. 또한, 기업의 규모에 따라 나뉘게 되었고, 역할에 따라 나뉘게 되었다. 대기업은 전략 위주의 마케팅과,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진행한다. 스타트업은 콘텐츠 마케팅과 퍼포먼스 마케팅으로 나뉜다(콘텐츠 마케팅은 콘텐츠 제작 / 퍼포먼스 마케팅은 다양한 전략들에서 의미 있는 결과물을 도출해내는 것을 의미한다). 중소기업은 마케터 1인이 이 모든 것을 다 한다.


사실 여기서부터 문제가 생긴다. 대기업과 인플루언서는 상부상조하는 관계다. 대기업은 콘티 짜고 전략을 구상해 크리에이터 등 인플루언서에게 준다. 인플루언서들은 자기 취향에 맞게 그 전략들을 수정 조율하며 콘텐츠를 만들고, 커리어를 쌓는다. 여긴 상당히 분업화가 잘 되어 있다. 스타트업 또한 퍼포먼스 마케팅을 통해 콘텐츠 접근법을 배워갈 수 있다. 하지만 중소기업 마케터들은 이런 환경에 있을 수 없다. 콘텐츠를 만들고, 글쓰고, 영상 편집하고, 블로그를 운영하고, 유튜브를 운영해야 한다. 혹자는 말할 것이다 “다양한 경험이 언젠가는 너에게 성장을 줄 거야”라고.


냉정하게 말하면, 그것은 드라마나 소설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중소기업 마케터들은 크리에이터에 가깝게 일한다. 마케팅 전략과 콘텐츠 제작을 같이 하니까 말이다. 여기서의 함정! 대중들은 배달의 민족이나 야나두, 야놀자가 아닌 이상에 웬만한 중소기업 마케터들이 만든 콘텐츠는 거르고 본다. 대중들은 같은 제품을 마케팅한 콘텐츠 중, 중소기업 마케터들이 만든 콘텐츠보다 인플루언서들이 만든 콘텐츠를 더 많이 본다. 즉, 기업 입장에서 글 1편 / 영상 1편을 만들어 기업 채널에 올리는 것보다 파워블로거 / 골드버튼을 받은 유튜버 1인에게 맡겨 버리는 것이 이득인 것이다.


그래서 중소기업 마케터들은 어쩌면 설 자리가 없을 수 있다. 전략 전문도 아니고, 콘텐츠 전문도 아니고..... 미래 사회는 전문가 집단이 모여 자기 분야에서 협업하는 팀 프로젝트로 일이 이뤄질 것이고, 그게 경력이 될 거라고 다들 말한다. 여기서 대기업 출신 마케터는 브랜딩과 전략을 맡을 수 있다. 크리에이터는 구현을 맡을 수 있고, 영향력을 맡을 수 있다. 하지만 어정쩡한 중소기업 마케터는 어떻게 될 것인가. 특출난 전문성이 없는데.......


나는 콘텐츠를 만들고, 이를 공유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러니 내가 6년간 블로거로 활동하며, 업도 관련 직종에서 커리어를 쌓을 수 있었던 거다. 하지만, 이제 회사가 나랑 맞고 안 맞고를 떠나서, 이 업이 나의 길인지 아닌지를 떠나서 철저하게 내 커리어를 고민해야 하는 시기가 왔다. 과거 자기계발서에서 얻은 지식을 어설프게 적용해서는 안 되는 시기가 왔다. 이보다는 더 근본적으로, 내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 시기가 온 것이다.


정확히는 “존버해서 대기업 마케터가 될 것인가, 아니면 인플루언서가 될 것인가?”를 고민하고 움직여야 할 시기가 온 것이다. 회사가 나랑 맞고 안 맞고를 떠나서.


02. 비움, 그리고 독서를 통해 필요한 것을 찾다.





냉철하게 내 업계의 현실을 바라본 후, 나는 이수진 원장님의 <느리게 어른이 되는 법>, 마이크로소프트 CEO 사티아 나델라의 <히트 리프레시>, 퍼엉 작가의 <편안하고 사랑스럽고 그래>, 한비자의 <한비자>를 읽으며 연휴를 보냈다. 퍼엉 작가의 책을 통해서 새로운 감각, 설렘이라는 감정을 느끼며 조심스럽게 사랑을 꿈꿔볼 수 있었다.


이수진 원장님의 책을 읽은 후, 현재 포지션에 대해서 재정의를 내렸다. 또한, 내가 무명에서 조연까지 올라온 것도 대단한 성장이었음을 인정했다. 마지막으로는 “사람에겐 때가 있고, 그에 맞춰 사람이 성장한 것이지, 그게 잘못된 것은 아니다”라고, 내 커리어를 내가 인정하게 됐다. <한비자>를 읽으며 국가나 개인이나 시스템이 확립되지 않으면 힘들다는 원칙을 접했고, <히트 리프레시>를 통해 나를 혁신하기로 결의했다.


내 혁신의 정점은 “업무적으로만 인정 받았던 파워블로거 시절을 넘어, 내 팬덤층까지 공고히 생기는 인플루언서가 되기”였다. 내가 시기하고 질투했던, 20대부터 인플루언서의 길을 걸은 사람들은 자기만의 시스템을 만들고 공유했다. 그 시스템 안에는 철학까지 녹아 있었다. 그럼 내가 무엇으로 나를 혁신하면 되는가? 바로 시스템 정립이 아닐까.


03. 나의 모티브를 조위에서 촉한으로 바꾸기로 했다.



앞서, 내 모티브는 삼국지의 조위라고 밝힌 적이 있었다. 조위는 무시 당하던 내게 꿈을 준 나라였고, 무명이었던 24살 청년이 강력한 마케팅 채널을 운영할 수 있는 능력자로 만들어 준 고마운 나라였다. 조위의 가장 큰 강점은 “혁신과 행동력”이었다. 조위는 창업자 조조부터가 썩어빠진 한나라를 대체해야 자신이 원하는 천하통일을 이룰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나라였다. 당연히 실천력은 빨랐다. 당대 사람들이 명분론에, 한나라의 추억에 젖어 있을 때, 제 한몸 보신하기 바빴을 때, 조위는 그 사람들을 치고 나가 삼국 중 천하 1강이 된다.


그런 조위의 문제점은 무엇이었을까? 조조 사후, 조조의 뜻을 받들어 갈 시스템이 없었다. 리더들은 신하들을 견제하기 바빴고, 종친들은 무능했다. 따라서 조위정권은 내부분열과 리더상의 부재라는 치명적인 약점을 가지고 있었다. 반면에, 삼국 중 가장 약소국이었던 촉한은 달랐다. 촉한은 제갈량이 완벽한 국가운영체계를 만들어냈고, “한실 부흥”이라는 철학을 다듬어 나갔다. 그 결과, 제갈량 사후, 제갈량의 후예들이 나라를 잘 다스려갔다. 멸망 전까지, 종친이나 권신 간의 파벌 싸움이 없었다. 어리석은 군주 유선과 간신배 황호만 있었을 뿐이었다. 그런 황호가 세력을 구축하지 못했을 정도로 멸망 직전까지 고도의 중앙집권체제를 구축했고, 국정 운영에 철학이 있었던 나라가 촉이었다. 오죽했음 촉나라를 멸망시킨 위나라가, 잘 정비된 촉의 시스템을 보고 부러워했을까.


또한, 촉한은 창의적인 나라였다. 삼국지에서 촉한이 차지하는 비중은 “창의력 쩌는 나라”이다. 제갈량 자체가 창의력으로 무장한 사람이었고, 목우유마 / 제갈연노 등 과학을 기반으로 한 무기 모두가 촉한에서 만들어진 것이니, 창의력 하면 촉한인 것이다.


답은 여기서부터 나왔다. 무명인 내가 조연까지 오는 데 조위가 모티브가 되었다면, 조연에서 주연으로 가는 더 험난한 도전에서는 촉한이 나의 모티브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무명에서 조연까지는 어느 정도, 능력을 인정 받으면 올라갈 수 있다. 하지만 조연에서 주연으로 가려면, 그 사람에게는 철학이 있어야 한다. 자신을 가꾸는 시스템이 있고, 그 시스템을 사회에 공유해야 한다. 그리고 가장 기본적인 것, 자기 관리에 철저해야 한다는 것이다. 감정, 체중, 외모, 그리고 성장시키는 생각까지도. 마지막은 이를 더 발전시킬 창의성이 있어야 한다.


조위는 무명이었던 나를 조연까지 끌어올렸다. 성장과 자기계발의 시기를 잘 포착하게 해줬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조연에서 주연으로 올라가려면 나만의 시스템을 만들어가야 한다. 창의성을 더해 그 시스템을 스스로 업그레이드 해야 한다. 즉, 내가 촉한을 공부하며 나의 시스템을 만들어가고, 그것을 공유하며 나를 인플루언서로 키워야 하는 것이었다. 20대 때 성공하지 못했다고 자책할 게 아니었다. 촉한의 시스템을 철저히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내가 완성시킬 시스템은 이렇다.

1. 회사 / 개인 콘텐츠 제작에 있어 극강의 효율을 자랑하는 애플 제품 체계: 아이맥 업그레이드 - 맥북프로 - 아이폰 - 아이패드로 이어지는 콘텐츠 허브 구축

2. 자기관리 시스템의 발전

3. 내가 읽는 책 수준을 고도로 높일 것

4. 그리고 이를 불곰 블로그 / 로아 유튜브 / 나의 브런치에서 가감없이 공유하며 발전시키는 것.


그래서 나는 내 모티브를 조위에서 촉한으로 바꾸기로 했다. 나를 조연이 아닌 주연으로 만들기 위해서.




04. 마지막 백마적, 유종의 미를 봐야지?



나는 마지막 백마적을 끝내기로 결심했다. 백마적은 과거 인큐라는 교육기업에서 만든 자아탐구 100일 프로젝트로, 100일간의 자아탐구 기록을 블로그에 남기는 프로젝트이다. 작년에 이 정도면 되었겠지라고 생각해서 끝냈는데, 아니었다. 71일차부터 100일차 까지, 나를 찾는 자아탐구가 아니라, 나를 인플루언서로, 주연으로 만들 시스템을 다질 공부 목적으로 부활시켜야 한다. 그래, 오늘부터 다시 백마적 세 번째, 그것의 유종의 미를 거두자. 그냥 자아탐구가 아니라, 나의 시스템을 위한 공부의 장으로 재해석하며 말이다.





남은 백마적 30일 간은, 철저하게 촉한을 공부하는 20일의 기간을 잘 활용해보려고 한다. 내 시스템을 만들기 전에, 촉한이 시스템을 만들고 이를 유지하는 데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공부할 것이다. 그래서 백마적의 세부 내용은 지키되, 몇몇 부분은 내가 필요한 공부를 하는 응용 백마적 시스템으로 가고자 한다. 이번 30일 동안, 그중 20일 동안은 촉한에 대해서 연구를 하자. 이걸로 백마적의 유종의 미를 보자. 이번주 크리에이터 다이어리는 여기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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