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년 반의 가르침
오늘은 내가 사랑하는 최애 카페 뷰클랜드에서 감정토리가 열렸다. 감정토리는 트렌토리 속에서 나의 감정을 돌아보는 모임이다. 모임장 님은 현직 상담교사인 한혜원 쌤이셨다. 나는 작년부터 이 모임에 꾸준하게는 아니지만, 많이 참여하면서 1년간 감정 공부라는 것을 해 보았다. 오늘 열렸던 감정토리는 2019년 감정을 돌아보며, 나의 2020 감정 키워드를 설정하는 시간이었다.
작년 나의 감정을 돌이켜 보니, 2018년 6월과 7월부터 시작되었던 소외가 극대노 수준의 분노(딥빡)로 이어졌고, 분노가 절망으로, 절망이 우울로 이어지다가 극적으로 기쁨으로 바뀌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때 당시 이야기는 이미 나의 브런치와 인스타그램에 올렸으니, 이 글에서는 별도로 다루지 않겠다.
있다 없으니까란 노래처럼, 나에게 있던 것들이 사라지니까 별 생각이 다 들기 시작했다. 내 주변에서는 나에게 치고 오는 것들이 많았는데, 그것들은 충분히 웃어 넘길 수 있었던 일이었는데 그 때는 웃어 넘기지 못 했던 것 같다. 웃어넘기지 못했으니 "자기계발서 작가들은 다 주변에서 꿈을 응원해주는데 나는 왜 이 모양이야?"라는 극대노 수준의 분노가 나를 지배했을 것이다.
극대노를 잘 다스렸지만, 작년은 일이 너무 안 풀렸다. 하는 일마다 족족 실패했으니 절망이라는 감정이 당연히 나올 수밖에 없었겠지 싶었다. 절망은 우울로 이어졌다. 나는 왜 이렇게 불운이 따르는 것인지... 진보 정당이 정권을 잡을 때마다 나는 생명이 위협 받을 정도로 불운이 따르는 것인지... 그때 인큐 마인드리셋 수업 덕분에 훌훌 털었다고 생각했던 과거의 아픈 기억들이 전면으로 다시 올라왔었다.
생각하기도 싫었던, 노무현 정권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내가 비 기독교 신자, 역사를 좋아한다는 이유 만으로 친일파라고 오명을 쓰고 1년 내내 자살을 생각했을 정도로 왕따를 당해 극도로 우울했었던 고 2때의 기억이 생생하게 리플레이 되었다...(하, 그 때도 삼재였지..) 그 때마다 "그냥 흐르겠지.. 흐르겠지..."라고 나를 다독이며 우울이란 감정을 마주 보았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 다행히도 정신과 상담 없이, 내 일을 계속 할 수 있었고 제닉스란 회사에서 좋은 상사 분과 함께 일하며 리뷰의 정석을 배울 수 있었다.
그랬던 내 상황이 2019년 11월부터 달라지기 시작했다. 원하고 원했던 게임사 광고를 수주 받더니, 이번달 말까지 맛집 광고 일정과 아이폰 케이스 및 전자제품 광고를 수주받을 정도로 블로그가 바빠졌다. 그래서 건강상의 이유로 퇴사했던 직장에서 물러났음에도 불구하고 매우 바쁘게 보냈다. 점점 인정 받아가고, 다시 인플루언서로 복귀하는 나 자신을 보면서 "이제 와서?"란 생각도 들었지만 매우 기뻤다.
하지만 동시에 아쉽다는 감정도 들었다. 그깟 주변의 말이 뭐라고, 내가 그렇게 1년 반 동안 흔들리고 인터넷 상의 거처를 이리저리 옮겨 다녀야만 했을까. 그 평가들을 무시하고 마이웨이를 달렸다면 지금쯤 블로그 구독자는 3000명을 넘었을 것이고, 방문자는 200만 명을 넘지 않았을까. 기업 광고료를 높여 창업에 실패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나를 짓이기고 있는 빚이라는 것을 수월하게 갚지 않았을까. 더 많은 인정을 받지 않았을까. 브런치 글도 더 꾸준하게 써서 내 이름으로 책도 내보지 않았을까.
근데 이미 그것은 지나가 버린 과거. 아쉬움이 있는 나는 계속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내가 바라는 목표를 위해서. 중간에 아쉬움이 들지라도, 그 감정에 매몰되지 않고 현재에 있어야 아쉬움을 원동력 삼아 나의 길을 갈 수 있을 것이니 말이다. 현재 내 블로그는 일일 방문자 1,600여 명과 구독자 1,592명, 누적 방문자 96만 명까지 왔다. 올해 목표인 500만 방문자, 일일 1만명 방문 블로그가 되기에는 멀었지만.
나는 내 이야기를 마친 후, 혜원쌤과 함께 대화를 했다. 먼저 감정의 화살을 누구에게 쏘고 있었는지부터 보았다. 내 삶을 끝장나게 할 뻔했던 노무현 정권의 연장선인 현 정부도 내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빼앗아갔기에, 내 감정의 화살은 당연히 남에게 갈 수밖에 없었다. 진짜 정권 탓을 했고 시니컬했던 시간을 보냈다. 이후에 조금씩 나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다가오는 불운을 겪었을 때는 나에게 화살을 쏠 수밖에 없었다.
조금이라도 더 잘할 것을, 나는 왜 이렇게 바보 같이 남들이 잘하는 회사원 생활을 하지 못할까, 나는 왜 내 터전을 지켜내지 못했을까,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행동하고 싶은데 왜 못하지 등등...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혜원쌤께서 "충재님, 혹시 두 개의 마음이 서로 싸우고 있지 않아요? 내 마음대로 하고 싶다는 마음과,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는 마음이요. 그 두 개 중에 선택하셔야 할 것 같아요"라고 말씀해주셨다.
그 말씀이 왜 이리 와 닿았던 것일까. 그러고 보니 2019년 내 감정을 정리하는 단어는 순응, 받아들임이었다. 모질게 흔들리고 빚까지 져 본 2019년, 내가 깨달은 것 중 하나가 "세상에는 내가 하고 싶은 것만 할 수는 없다"였다. 그래서 축출해버릴까 고민했던 책 리뷰도 다시 정규 콘텐츠로 넣었다. 지금은 게임 블로거이지만, 과거 내 이력은 책 블로거였고, 이것으로 많은 구독자들을 모았었으니.
그래서 혜원쌤의 저 말씀이 마음에 와 닿았나보다. 나도 내가 편안해지려면 내가 하고 싶은 것에 집중할 것인가, 아니면 타인의 시선을 의식한 일을 더 해야 할 것인가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기 때문이다. 내가 선택했던 것은 내가 하고 싶은 것에 집중하기였다. 그리고 내 근본이자 타인의 시선을 제일 의식했던 책리뷰 콘텐츠도, 책 선택권과 발행권, 편집권을 오롯이 내 선택과 취향에 맞추기로 했다. 그러면 이것도 내가 하고 싶은 것이 될 테니까.
두 개의 마음에 대해 이야기를 끝마친 후, 혜원쌤께서 "충재님, 1년 반 동안 흔들리면서 얻은 교훈이나 깨달음이 뭐에요?"라고 여쭤봐주셨다. 깨달은 것이 무엇일까 생각하다가 내가 혜원쌤에게 말했던 답은 "다 때가 있다를 깨달은 것 같아요"였다.
1년 반 동안 블로그 거처를 3번 이사가야 했던 것, 그 선택이 지지받지 못했던 것, 죽어버린 블로그 살리기 프로젝트 6개월 진행 후에야 현재 블로그로 완전 이사할 수 있었던 것... 내가 솔직하게 작년에 진짜 극단적인 선택을 해야 했었다는 이야기를 토로했던 끝에서야 겨우 내 시도가 인정을 받을 수 있었던 것...
요즘 가장 뜨거운 인물인 포방터시장 돈까스 사장님도 백종원 대표를 만나기 전까지 신념은 있었지만 인정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포방터 돈까스 사장님은 백종원을 만나 드디어 빛을 보시고 제주도에서 꿈을 이루고 계신다. 나에게도 어쩌면, 이 분처럼 인정 받을 수 있는 것은 다 때가 있다는 것을 앎이 필요하지 않았을까.
그래서 내 마음이 괴로웠나 싶었다. 그땐 내 깨달음을 몰랐었으니까. 2018년 7월, 6년간 키웠던 블로그가 총 방문자 580만, 구독자 1만일 때 정치적 이슈에 휘말려 회생 불가능한 저품질에 걸렸을 때, 내가 그 블로그를 바로 포기한다 했으니 내 친구들, 오랜 구독자들, 그 블로그를 통해 나를 만났던 사람들이 당연히 반대했을 수밖에 없었을 거다.
나는 세월이 흐른 지금에서야 현 체제를 만들 수 있었다. 아마도 6개월 간 다시 달려보며 노력을 했고, 그 노력이 현재의 블로그가 마이크로 인플루언서로 대접받을 수 있는 위치로 이어졌으니... 이런 시간들과 노력들이 있어야, 나의 근거지를 옮긴다는 명분이 먹힐 수 있었으니까. 그래서 지난 1년 반 동안 흔들리면서 "다 때가 있지..."를 깨달을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옮겨간 블로그를 더 절실하게 운영할 수 있게 됐다. 하다 보면 포방터 사장님처럼 인정 받을 때에, 그 기회를 낚아챌 수 있을 것이니 말이다.
나의 작년 감정들을 돌아본 다음, 2020 감정 키워드를 정리했다. 나는 성취감, 짜릿함, 인정받기 3개를 적었다. 8년차 블로거가 되어가는 현재, 과거보다 더한 성취감들을 누리며 살고 있어서 올해 성취감을 더 느껴보고 싶었다(매너리즘과 피로도를 경계하며).
또, 짜릿한 경험들을 채워가며 "우아한 형제들 or 아이리그" 콘텐츠 프리랜서 직군으로 일하기란 꿈도 꿔 보며 음식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어서, 올해는 짜릿한 경험을 하며 삶을 축제로 만들 수 있을 거란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짜릿함을 2순위로 적었고. 단, 짜릿함 때문에 느낄 수 있는 자만심이라던지 권태기를 조심하기로 했다.
마지막은 인정 받기. 다 때가 있으므로, 나의 김프로 블로그나 브런치도 올해 안에 인정을 받을 때가 있을 것이니 이 부분은 조바심 내지 말고 이뤄지지 않는다 해서 억울함이나 인정 받기 위한 성과를 내야 한다는 부담감을 경계하기로 마음 먹고, 내 키워드 정리를 마무리했다.
혜원쌤과 함께 했던 감정토리를 마치며, 나는 올해 내가 강화도 보문사와 서울 봉은사, 진관사에서 기도 드렸던 내 마음의 근원을 다시 떠올렸다. 근원은 "보수, 진보 누가 정권을 잡더라도 흔들리지 않는 나를 만들자. 이제 다시 흔들리지 않을거야"였다. 1년 반 동안 흔들렸고 그에 따른 짐을 질 수밖에 없었으니, 내가 발전하려면 흔들려서는 안 된다. 내가 가진 아쉬움을 원동력 삼아 지금 이 순간을 살아야 한다.
그래서 나는 올해, 내 옛 블로그를 폭파시켰다. 브런치로 옮길 인큐에서의 경험과 프리랜서 포트폴리오를 제외하고 모든 콘텐츠를 삭제했다. 내가 다시 또 이곳에 미련을 느껴 돌아가고 흔들릴까 봐. 그리고 오늘, 현재 옮겨간 블로그를 더 키우기 위해 합법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네이버 외부 광고 중 하나인 쿠팡파트너스에 가입, 위젯을 현재 김프로 블로그에 달았다. 다시는 내가 흔들리지 않기 위해서. 과거로 돌아가지 않고 현재에 머물기 위해서.
그래, 나는 이제 흔들리지 않을 거야. 이 말을 끝으로, 오늘의 브런치 글을 마무리 해본다. 내일부터는 1주일 간 맛집리뷰, 검은사막 모바일 다크니스 공략리뷰, 스타크래프트 2 캠페인 플레이 일지, 아이폰 케이스와 에어팟 케이스 리뷰를 다 소화해야 한다. 가자!
P.S 책이라는 것이 돈을 가져다주지 않아도 괜찮다는 거, 책 덕분에 혜원쌤과 만났던 1년의 인연이 생겼으니 좋다는 걸 깨달았다. 감사하며 브런치를 마쳐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