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내가 세상 돌아가는 것을 이야기로 공부하는 시간, 트렌토리가 열리는 날이었다. 트렌토리에는 초보토리, 베이직 트렌토리, 스페셜 트렌토리가 있다. 초보토리는 트렌드를 공부하는 법을 배우며, 해당 주차 주제를 이야기하는 시간이다. 베이직 트렌토리는 주제에 대해 너무 깊지도 얕지도 않은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다. 스페셜 트렌토리는 상당히 깊은 이야기를 나누며, 트렌드와 역사의 흐름까지 같이 보는 시간이다.
나는 스페셜 트렌토리와 베이직 트렌토리에 참여한 적은 있지만, 초보토리는 참여한 적이 없었다. 그래서 이번엔 초보토리가 궁금해서 초보토리를 신청했고, 오늘 참여했다.
#1. 광고로 보는 트렌드
오늘 열린 초보토리는 다섯 번째 시간으로, 광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었다. 광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면서, 광고의 메시지 / 메시지를 담거나 연출하는 법은 시대상에 따라 바뀐다는 것을 배우 됐다. 과거 기업 광고는 연예인이 나와 제품을 홍보했었다. 공익광고는 답정너 스타일로 자기 할 말만 하거나, 국민을 가르치려고만 했다. 그런데 현재 광고는 다르다. 현재 광고는 사람들의 라이프 스타일과 일상의 언어가 반영되어 있다. 스마트폰 광고는 사람들이 폰카로 사진을 찍어 인스타에 올리는 시대를 반영하듯, 기기 스펙이 아니라 카메라로 촬영할 수 있는 사진을 보여준다. 공익광고는 일상에서 볼 수 있는 상황이 연출된다. 또, 네이버 지식인이나 구글 검색을 하지 않으면 뭔 광고인지 모를 병맛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광고가 범람하는 시대. 광고가 일상의 언어를 담고, 사용자의 라이프 스타일을 담고, 병맛을 연출하는 이유는 "사람들에게 기억되고 싶어서"가 아닐까? 막말로 누구나 광고를 하고, 누구나 홍보를 한다면 정보를 접한 사람에게 공감대를 형성하거나, 병맛과 후킹으로 사람들 뇌리에 남아야 사람들이 인식할 수 있으니 말이다.
#2. 박막례 할머니 - 스웩과 기획의 힘
광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후, 초보토리 본 이야기가 시작됐다. 이번 트렌토리(초보토리) 시간의 주제는, 요즘 한창 뜨고 계신 "박막례 할머니"다. 74세라는 나이를 떠나, 박막례 할머니는 구글 CEO와 유튜브 CEO가 주목하는 사람이 됐다. 몇 년 전 시작한 유튜브로 인생이 바뀐 사람이 됐다. 그냥 우리 곁에 있는, 할머니와 비슷한 사람인데 박막례 할머니가 뜨고, 책을 내고, 트렌드가 된 이유는 무엇일까? 내가 생각하기에, 박막례 할머니가 트렌드가 된 이유는 "스웩(할머니)과 기획력(김유라 PD)의 힘"인 것 같다.
박막례 할머니는 스웩이 넘치는 분이시다. 젊은 사람들에게 결혼하지 말라고 하고, 요리가 실패하면 실패하는 대로 당당하게 소감을 말씀하신다. 그 스웩이 절정에 달했을 때는 드라마 보며 욕 하기랑 젊은 사람들이 즐기는 걸 거부감 없이 재밌게 즐기실 때다. 박막례 할머니는 [하나뿐인 내편]을 보고 "도란아. 네 이름이 도란이라 돌았냐?"라고 말씀하실 때는 드립의 티키타카(축구 전술 중 하나. 짧은 패스를 유기적으로 주고받는 전술)란 무엇인가를 제대로 보여주신다. 친구 분들과 마피아 게임을 즐길 때, 가족들과 할리갈리를 즐길 때는 영락없는 젊은이들처럼 즐기신다. 내가 박막례다를 보여주면서.
그리고 채널 PD 김유라의 기획력도 무시할 수 없다. 김유라 PD의 기획력은 박막례의 스웩을 잘 살리지만, 시청자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명확하다. 키오스크(무인 기기)를 사용하며 어려움을 겪는 박막례 할머니의 모습으로 "기술의 발달이 보여주는 인간 소외가 우리 가족의 일일 수 있다"를 보여줬을 때, 여행 가서 처음 겪는 경험을 즐기는 박막례 할머니의 모습을 보여줄 때, 김유라 PD의 기획력이 돋보인다. 그 기획력이 콘텐츠의 중심을 잘 잡았고, 크리에이터가 범람하는 시대에 "박막례"라는 독보적이고 고유한 존재를 만들어냈으니 말이다.
그래서 내가 생각하는 박막례 할머니가 트렌드가 된 이유는 "할머니의 스웩과 김유라 PD의 기획력"이다.
#3. 대화 도중 인상 깊었던 것 - 나는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오늘 초보토리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한 언니가 던져주셨던 "나는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였다. 그 언니는 박막례 할머니의 인생 스토리를 이야기해주시며, 야구 명언인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은 아니다"를 박막례 할머니의 삶으로 본 것 같다고 하시면서 이 말을 던져 주셨는데... 이 이야기는 초보토리 참여자들과 나로 하여금 인생에 대해서 깊은 생각을 하게 만들어줬다. 박막례 할머니의 도전적인 모습을 보고 "도전해야 하지만, 실패하면 재기는 꿈도 못 꾸는 한국 사회 때문에 도전을 주저하는 청춘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솔직하게 나다움을 표현하고, 채우고 싶지만 아직 그게 무엇인지 모르는 우리들의 고민도 떠올랐다. 나는 70대에 어떤 모습일까를 고민하는 나 자신의 모습도 떠올렸다.
한 언니가 쏘아 올린 화두는 초보토리에 참여한 나와 우리 팀원들에게 "나는 어떤 인생을 살아야 할까?"라는 생각을 하게 해줬다. 동시에, 내가 콘텐츠가 되는 세상, 나라는 콘텐츠를 어떻게 채울 것인 가라 질문을 하게 만들었다.
#end. 나라는 콘텐츠를 어떻게 채울 것인가?
초보토리에서 받은 "나라는 콘텐츠를 어떻게 채울 것인가?"란 질문. 나는 초보토리가 끝난 후, 밥을 먹으면서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생각했다. 생각 끝에, 초보토리에서 말했던, 내 블로그 운영 경력 7년의 역사가 떠올랐다. 나의 블로그 7년 사는 1기와 2기로 나눌 수 있다. 1기는 2012년 ~ 2017년, 2기는 2018년 ~ 현재이다. 2019년, 왼쪽의 구 블로그를 떠나 현재의 블로그로 왔지만, 내 블로그 시대 구분은 2018년이 기준이다.
왜냐면 2012~2018년 간 운영했던 나의 구 블로그는 "성공한 그 누군가의 모습을 따라한 블로그"고, 2018년 1월에 탄생한 현재 블로그는 "처음으로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내 이야기로 채운 블로그"이기 때문이다. 구 블로그는 콘텐츠의 중심 없이 누가 이거 해서 성공했다고 하면 그걸 따라한 블로그였다. 그래서 구독자 1,000명 달성, 유료 광고 수주하는 데 3년이란 시간이 들었다. 반면, 새 블로그는 설계 초기부터 내가 관심 있었던 콘솔 게임 콘텐츠라는 거대한 중심축을 잡고, 모바일 / 온라인 게임, 도서 리뷰, 전자기기 리뷰, 내 활동 등... 조금씩 콘텐츠의 곁가지를 넓혀 나갔다. 그 덕분에, 개설 7개월 만에 유료 광고를 수주할 수 있었고, 개설 11개월 만에 구독자 1,000명을 이룰 수 있었다.
나는 이 경험을 박막례 할머니의 성공 사례와, 이랑주 대표님의 책 [오래가는 것들의 비밀] 중 "색상, 로고, 캐릭터 등 사람에게 전달되는 이미지는 오로지 '내 것'에서 나와야 한다"는 구절을 접목했다. 접목한 결과, "내가 좋아하는 것을 즐기는 모습, 조금은 여유롭게 나를 가꾸며, 성공에 집착하지 말고 삶을 행복하게 즐기며 사는 모습을 꾸준하게 채우자"라고 결론을 내렸다. 20대 때, 간절하게 성공하고 싶었던 적이 있었다. 집안의 가난과 학벌이라는 것 때문에 조롱받던 인생을 바꾸고 싶었다.
그래서 일부러 내 또래 애들 중, 성공하고 잘 나가는 애들과 교류하고 그들 길을 따라가려고 했다. 구 블로그는 당시, 나의 기대를 잘 채워줬다. 그들이 하는 대로 블로그를 해서 대외 활동을 하고, 연봉을 올려 취업도 했다. 하지만 내 안에서는 더 큰 소용돌이가 치고 있었다. 열심히 해도, 파워블로거가 됐음에도, 성공하고 잘 나가는 애들의 그늘을 벗어날 수 없다는 소용돌이가 내 마음을 쳤던 것이다. 그래서 나는 더 인정받고 싶어서, 나만의 방식으로 성공했고 더 크게 될 거라고 발악했다. 성공에만 집착했다. 그 결과는 결국, 나를 파멸로 몰고 갔고, 올해 엄청난 구설수에 시달리게 만들었다. 내가 좋아하지는 않지만, 블로그를 위해서 해야만 했던 독후감 쓰기로 6년을 버텼더니, 콘텐츠 생산 권태기를 꽤 오래 겪었다. 사람이 매사 진지충이 되기도 했었다. 그 모습은 지난달까지 나를 힘들게 했다.
이런 모습들하고 거리를 두고 싶어, 나는 블로그 터전을 과감하게 "나로부터 메시지가 나온" 신 블로그로 옮겼다. 블로그 터전을 옮기고, 박막례 할머니에 대 공부한 오늘, 뭔가를 배웠다. 성공하고 싶으면 남이 가는 길을 가더라도, 그 길 속에서 채워져야 하는 것은 나의 느낌 / 나의 경험을 통한 배움 / 나의 행복도 / 이 모습을 꾸준하게 가꿔가는 내 모습이어야 한다고 말이다. 남이 성공한 방식대로 하면 내가 성공하지만, 반대로 내 안에서 우러나는 것이 없기 때문에 오리진이 될 수 없다는 열등감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실패할 때 나 자신이 스스로 나를 괴롭히게 된다는 것을 이번에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시간이 오래 걸려도 괜찮으니... 이제는 내가 좋아하는 것을 즐기며 여유롭게 나를 가꾸고, 성공보다는 삶을 행복하게 즐기는 모습을 꾸준하게 담아, 나라는 콘텐츠를 채우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한다면 빠른 나이에 성공해야 한다, 나도 저들과 같은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강박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 것이다. 매사를 배우는 즐거움, 팀원과 함께 일하는 감사함, 내 경험의 영역을 확장시키는 삶을 즐겁게 살 수 있을 것이다. 운이 좋다면, 여자 친구를 만나 그녀를 사랑하며, 알콩달콩한 삶을 추가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렇게 된다면, 내 삶이 조금 더 재미와 감동, 사랑으로 채워지지 않을까?
초보토리에서 박막례 할머니에 대해 배웠던 시간. 나는 나라는 콘텐츠를 어떻게 채울지 생각해볼 수 있었다. 그리고 "남들보다 성공이 늦을 것이다"는 내 운명을 탓하고 원망하기보다, 내가 성공할 때 어떤 모습이고 싶은가를 떠올렸다. 나는 사주, 타로, 수비점, 점쟁이의 살풀이에서 공통적으로 "남들보다 재난은 빠르게 겪을 것이나, 늦게 성공해 영광이 오래갈 것이다"라는 점괘를 받아 왔다. 어떻게 보면, 박막례 할머니와 약간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내가 이 이야기와 초보토리 모임 끝에 떠올려 본 사람은 사마의와 백종원이었다.
사마의와 백종원의 공통점은 "출세가 늦었고, 인생의 황금기가 후반부에 찾아온 사람"이란 것이다. 사마의는 조조의 의심과 조 씨 종친에게 견제를 받으며, 제갈량과 맞짱을 뜨고 조 씨 일족을 몰아내기 전까지 생명을 장담할 수 없었다. 백종원도 인생 초반에 사업에 실패해서 온갖 고초를 다 겪었다. 하지만 둘은 운이 억세게 나빴던 인생 초반을 벗어나, 황금기를 스스로 만들었다. 사마의는 제갈량을 견제하는 데 성공했고, 그 노하우를 살려 자기를 핍박했던 조 씨 일족을 쿠데타로 축출, 위나라의 모든 권력을 독점했다. 백종원은 사업 실패 후 요식업에 중점을 뒀고, 요식업으로 대박을 쳤다. 그 후, 아내 소유진을 만났고, 자기 노하우를 [백종원의 골목식당]을 통해 어려운 사람들에게, 성공이 절실한 사람들에게 나눠줬다. 그 힘은 백종원이 유튜브를 뒤늦게 시작했지만, 단기간에 구독자 218만 명이란 거대 채널로 성장하게 만들어줬다.
박막례 할머니를 주제로 한 모임에서, "나는 나라는 콘텐츠를 어떻게 채울 것인가?"라는 질문은 결국,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속도와 나이가 아닌, 방향과 생각이라는 것을... 그동안 성공에 집착했고, 성공이 느릴 것이라는 내 운명을 싫어했던 나 자신에게 다시 한번 일깨워줬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대중들에게, 내가 어떤 모습으로 기억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게 만들었다. 내가 남들보다 어릴 때 삶의 굴곡이 거세고, 성공이 느린 운명이라면... 그 운명을 수용하고 나 자신이 성공할 때까지 오늘 배웠던 것으로 나를 채워 나간다. 그리고, 사마의와 같은 모습보다는 백종원과 같은 모습으로 대중들에게 기억되도록 나를 만들어 갈 것이다.
인생이 늦게 성공한다면, 자기 관리는 잘했지만 꿈을 이루기 위해 배신을 하고 타인을 죽여 자기 이미지를 다 깎아 먹은 사마의보다... 백종원과 같이 내가 살아온 길에서, 나만이 했고 느끼고 배웠던 경험이 담긴 노하우를 진심으로 나눠, 나와 당신의 동반 성장을 도와주는 사람으로 성장한다면... 나라는 콘텐츠를 잘 채운 것이 아닐까. 내 삶이 조금 더 행복과 긍정, 감사, 사랑으로 채워지지 않을까. 그렇다면, 내 인생에서 성공이 박막례 할머니와 같이, 늦게 찾아와도 상관없을 것이다. 그 사이, 나는 조금 더... 나라는 사람을 만들고 있을 것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