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하게도 공백은 별로 없었다. 모험을 해도 좋겠다 생각했다.
지난 주, 대체 어떻게 해야 취직해 지금 내가 겪는 환난을 조금 수월하게 피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었다. 고민만 하다가 시간 다 갈 것 같아, 마포구청 채용박람회에 참여했었다. 회사에 들어가면 그래도 내가 안정적으로 살 수 있기 때문에. 그 때 만난 컨설턴트가 "충재님은 기존에 해 왔던 다른 업무로 지원할 때만 신입으로 지원 가능합니다. 계속 해 오셨던 소셜 마케팅 업무로 이직하실 거라면, 신입공채보다는 경력채용이 유리합니다"라고 해줬다.
나는 신입인 것 같았는데, 컨설턴트와 상담을 해 보니 어느덧 경력직을 쓸 때가 왔던 것이다. 광고 대행사 시절, 정부지원금까지 받으며 도전했던 창업 이력, 최근 퇴사한 회사를 포함하면 2년 6개월 경력이니... 진짜 경력직을 지원할 때가 온 것이었다.
나는 오늘 낮부터 경력기술서 사례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경력기술서에 대한 편견이 깨졌다. 이전의 나는 경력기술서라면 뭔가, 내가 성과가 뚜렷해야 하고 대리로 진급해야 쓸 수 있는 문서라고 여겼다. 경력이라 함은 진급도 포함하는 것이기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내가 본 경력기술서는 굳이 진급하지 않아도, 내 업무 현장에서 경험이 있으면 쓸 수 있는 문서였다.
편견이 깨지고 나니까, "나도 경력기술서를 한 번 써 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왕 한 번, 다시 취업에 도전하는 거라면, 그게 내가 일해왔던 분야라면 굳이 신입으로 갈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경력이 있으니, 신입보다는 경력으로 회사에 들어가야 전보다 더 좋은 직장을 만날 것 같았다(전 직장은 진짜 최악이었다. 여기서 끝).
나는 집 근처 카페로 가서, 내 경력들을 차근차근 살피기 시작했다. 경력기술서에 넣을 기록들을 골라내기 위해서였다. 블로그 활동을 시작했던 2012년부터 지금까지 7년 간, 회사원, 프리랜서, 개인 블로거, 인큐 수강생 등등 많은 활동을 했다. 하지만, 경력기술서에 이 모든 것들을 쓸 수 없었다. 진급을 안 해도 2년차 정도 경력이 쌓이면 쓸 수 있는 게 경력기술서였지만, 경력기술서는 철저히 내가 어떤 일을 해 왔는가를 적는 문서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경력기술서를 쓰면서 내 경험을 3가지로 압축했다. 1) 회사와 창업 등 단체에서 했던 경험, 2) 프리랜서로서 기업과 콜라보로 일했던 경험, 3) 개인 블로그 운영 경험으로 말이다. 경험을 3개로 압축한 기준은 "협업과 개인으로서 일한 경험"이었다. 회사는 나 혼자 일하는 곳이 아니기 때문에, 내가 팀으로서 융화되려면 같이 일한 경험이 필요하다. 또, 프리랜서로서 꾸준히 콘텐츠를 만들었고, 나에게 외주를 줬던 곳이 CJ E&M, JTBC, KB 국민은행, 인큐 등 기업이었기 때문에 개인 경험도 필요했다.
경험을 3가지 단위로 압축한 후, 나는 경력기술서 1차본 작성을 마무리했다. 경력기술서를 써 보니, 나에 대해 뭔가를 알게 됐다. 감사하게도, 나는 공백기가 그렇게 길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2015년 11월 온라인 마케터로 첫 경력을 시작한 후, 현재까지 총 3년 7개월 간 콘텐츠 제작을 하면서 쉰 기간은 8개월 정도 뿐이었다.
회사에 다녔을 때는 회사원으로서의 경력이, 프리랜서로 일했을 때는 프리랜서 경력이 나를 메꿨던 것이다. 첫 직장에서 억울하게 잘려서 얻었던 홧병 때문에, 쉬면서 영상편집제작 교육을 받았던 8개월, 딱 그 정도의 공백기만 있었다. 아, 그래서 컨설턴트가 나보고 이제는 경력직으로 도전해보라고 말한 거였구나 싶었다. 회사도 다녀봤고, 콘텐츠 제작도 2년 넘게 했으니까. 인담자들이 궁금해 할 공백기도 관련 직무 교육 활동으로 채웠으니 말이다.
하지만 반대로 걱정이 좀 되기도 했다. 정부지원금까지 받았지만 결국 실패한 창업 경력 때문이다. 창업 때, 내가 속했던 크루는 2기 때 매출 정점을 찍고 정부 지원금까지 받았었다. 하지만 2기 이후로 매출이 줄었고, 4기에는 정원 미달로 이어져 팀원 모두가 지쳐서 창업을 포기하기로 했다. 나를 포함한 4명이 팀을 떠나갔고, 남은 친구가 그 창업을 이어가는 중이다. 이 활동이 전 직장에서 면접 당시, 내 경력을 깎아내리게 만들었다. 이번에 경력직으로 넣는데, 면접보는 회사에서도 이전 회사처럼 같게 보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경력기술서를 계속 써 보고 보완하기로 생각했다. 세상에는 나를 깎아내리는 회사만 있지는 않을 거라고 믿으며, 꽃도 죽기살기로 핀다는 말을 믿으며... 나의 경험을 인정해 줄 회사를 만나기 위해서 말이다. 기회는 하늘이 주는 것이지만, 그걸 잡는 것은 사람의 의지라고 한다. 이 말을 두고 본다면, 마포구청에서 만났던 컨설턴트는 하늘이 준 기회이다. 그리고 내가 오늘, 경력기술서를 쓰면서 "나의 경험을 인정해 줄 회사를 꼭 만날 것이다"라고 자기 암시를 함으로써, 하늘이 준 기회를 잡겠다는 의지를 하늘에 보냈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하늘이 준 기회를 잡기 위해, 과감하게 모험을 하기로 선택했다. 2년 6개월의 소셜 마케팅 콘텐츠 제작이라는 총경력을 가지고 말이다. 이 모험을 하늘이 알아주신다면, 빠른 시일 안에 회사로 돌아가서 경력사원으로서, 내가 가지고 있는 글 콘텐츠 제작이라는 경험을 회사를 위해 쓸 것이라고 믿으며, 모험을 하기로 했다.
당분간은 경력기술서를 업그레이드 하고, 내가 좋아하는 작가님들 책을 읽으며, 내 취미인 게임을 즐기며 리뷰 글을 꾸준히 생산해 콘텐츠력을 쌓기로 했다. 기회는 하늘이 주는 것이지만, 가만 있는 사람은 잡지 못하는 것이니... 기회를 잡을 수 있도록 준비를 철저히 해 놓으려고 한다. 또, 내가 가고 싶은 회사를 마음 속으로 선정했다. 나답게 스타일링을 연출하도록 도와주는 비마이셀프, 내가 존경하는 마케터 강민호 님이 대표로 계신 턴어라운드 정도면 좋겠다.
비마이셀프에 들어간다면, 전에 나를 뽑아주셨던 감사함을 기억하며 일할 계획이다. 턴어라운드로 가게 된다면, 턴어라운드 북에서 하수연 작가님과 같이, 세상 사람들을 돕는 책을 내시는 작가님을 선정해서 콘텐츠를 만들어주는 일을 하고 싶다. 그래서 나는, 오늘 모험을 감수하고 경력기술서를 쓰기 시작했다. 경력기술서는 내일, 한 번 더 업그레이드 해볼 것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