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결산: 삼재와 사마의, 극단적 선택, 그리고 대전환
올해가 지나간다. 누군가에게는 행복스러운 한 해였을 것이고, 누군가에게는 비극의 드라마가 써진 한해였을 것이다. 나는 그중에 후자에 해당한다. 올해는 정말 버티기 힘든 한 해였다. 재물적으로 버티지 못할 뻔했으며, 그것보다 더 심한 것이 있었다면 정신적으로 버티기 힘든 한 해였다. 올해를 돌아보니, 벌써부터 눈물이 핑 돈다. 그 정도로 올해는 정말 언제 지나가나 싶었다.
누군가는 나에게 그랬다. 인생에서 꽃이 피는 시기가 있다면, 웅크리는 시기도 있는 법이라고. 다들 힘든데 왜 너만 그렇게 유별나게 티내냐고. 하지만 어쩌겠는가. 그것은 내 성향이 그러하기 때문에 나타난 것을. 다행히도 2019년 하반기 마지막은 상반기때보다 바쁘게 보내서였을까. 아주 스무스하게, 마이크로 인플루언서들이 소화하는 일정으로 보낼 수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결산글을 적는 이 지금, 올해의 마지막 키워드가 그나마 긍정적인 게 아니었을까. 나의 2019년은 크게 3가지 키워드로 정의할 수 있을 것 같다. 삼재와 사마의, 극단적 선택, 마지막 키워드는 대전환.
01. 삼재, 그리고 사마의
올해 초, 나는 어머니로부터 "야, 너 올해 삼재라는데? 조심해야지?"란 말을 들었다. 그냥 웃어 넘겨도 될 일이었는데 크게 신경 쓰였다. 그도 그럴 게, 나의 불행은 2018년 7월부터 시작됐었다. 드라마에 나올 법한 검색어 조작 등으로 포털이 뒤집혔을 무렵, 꿈을 향해 달려가던 내 블로그가 거짓말 같이 폭락했다. 그와 함께, 파워블로거란 지위도 박탈됐었다.
힘들게 보냈었던 2018년이었기에, 2019년은 좀 나아질 거라고 했는데 삼재라니. 삼재라니! 근데 진짜로 그런 해였다. 힘들게 들어간 회사에서는 파워블로거 출신이냐, 널 검증하겠다, 난 네 방식 마음에 안 드니 내 방식대로 해라고 말하는 사람들 때문에 엄청 시달렸다. 설상가상으로 지인 중 한 명은 "네가 땅바닥에 떨어지는 날도 있구나"라고 날 놀렸다. 심지어 "넌 놀리는 맛이 있어"라고 대놓고 주변에 말하기까지 했다.
돈으로도 힘들었지만, 나는 심리적인 게 더 힘들었다. 파워블로거일 때는 그렇게 칭찬하던 인간들이, 한번 나락으로 떨어졌을 때 바로 등 돌린 것은 물론이고 나에 대한 악소문까지 퍼뜨리고 다녔었다니... 하늘이 왜 나에게 이런 시련을, 그것도 인생 31년 전체를 힘들게 살아온 나에게 왜 또 그런 짓을 하시는지 싶었다.
혹자는 나에게 그랬다. "하늘이 널 더 크게 하려고 일부러 초년에 시련을 몰아주시는 것이다. 그 시련으로 너는 성장할 것이다. 그러니 감사하라"고. 뭔 개소리인가 싶었다. 힘들어 죽겠고, 내가 이런 시련을 언제 달라고 했나? 그렇게 위안하면 나아지냐고 말하며 살았다. 버티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면서.
그래도 나는 꿋꿋하게 상반기를 버텨냈다. 사마의라는 사람 덕분에. 너무 힘들어서 TV라도 보면 좀 낫겠지 싶어서 채널을 돌리다 발견하게 된 [사마의 미완의 책사]와 [사마의 최후의 승자]를 보고 뭔가 마음의 위안이 생겨서. 드라마로 본 사마의의 인생을 통해서, 다시 파워블로거의 자리로 돌아가면 나를 비웃었던 인간들, 시험하고자 했던 인간들에게 내 방식이 옳았음을, 나는 아직 죽지 않았음을 보일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02. 극단적 선택
2019년 6월 30일, 나는 그날을 아직도 잊지 못하겠다. 그날 나는 극단적인 선택을 실행에 옮겼었다. 이유는 내가 너무 지쳐서였다. 망했던 블로그를 버리고 새로운 블로그로 이전하려고 했으나, 내 주변 사람들과 책 리뷰를 제안해줬던 출판사에서 은근 슬쩍 "망한 블로그를 계속 운영해주세요"라는 뉘앙스를 보였으니까.
그래서 그 블로그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생각해서 돌아갔다. 하지만 나는 기쁘지 않았다. 돌아간 블로그에서 1일 1글에 가깝게 콘텐츠를 발행했는데도 불구하고 정상적 상위노출이 되지 않았다. 신규 블로그는 게임사 및 게이밍 PC 제조사 광고를 받을 정도로 급성장했는데, 그래서 그곳을 더 운영해야 했었는데 내 주변 사람들이 허락하지 않았다.
그 사람들은 나보다 네이버 상에서 만들어진 나를 더 좋아했던 것 같다. 이 생각이 들었다. 결국 6개월 동안 삽질을 한 끝에야 지금 현재 김프로 블로그로 돌아갈 수 있었다. 그 안에서 나는 속이 곪아터져 있었다. 열심히 노력하면 나의 상황이 나아질 거라던데, 나는 퇴직까지 당하고 사회적으로 무시당하는데 죽어가는 블로그 살리겠다고 뭔 뻘짓을 하나 싶었나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내 주변 사람들은 망한 블로그가 뭐가 좋다고 그렇게 그걸 더 운영하기를 바랐는가에 대한 서러움도 같이 들었었다. 설상가상으로 운영하던 유튜브는 포기해야 했을 정도로 악화되었다. 나의 현타 때문에.
결국 그 상태에서 나는 코너에 몰리게 되었다. 그래서 이깟 세상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왜 무시당하면서까지 이런 삶을 살아야 하며, 나의 도전이 환영받지 못하는 세상에서 내가 왜 이 짓을 해야 하나 싶었다. 2019년 6월 30일에서 7월 1일로 넘어가던 때, 나는 핸드폰 충전기로 내 목을 졸랐다.
근데, 거기서 반전이 일어났다. 이제 다 됐다 생각했는데 내 손에서 힘이 절로 빠졌다. 여기서 힘을 주면 되는데 왜 힘이 나지 않는 건가. 힘대신 눈에서 눈물이 쏟아져 나왔다. 날 좋아해주던 사람들, 망했어도 나를 반겨주던 사람들이 떠올랐다. 그래, 죽지 말자. 나는 아직 할 일이 많다. 더 진격해야 할 곳이 많다.
2019년 7월 1일, 나는 다시 살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6월 30일에 했던 행동을 후회하게 되었다. 하반기에 린치에 몰린 일이 있었는데, 그때 너무나도 끔찍한 환청에 4일간 시달렸었기 때문이다. "너는 어차피 세상에서 원하지 않잖아? 빨리 죽지 않고 뭐해?", "나는 네가 죽는 거 보고 싶어" 등등... 오 마이 갓... 한 무속인이 극단적 선택을 결심한 사람들에게 악령이 꼬인다던데 진짜였네. 허.... 그래서 사람 목숨은 자기 것이라도 함부로 해서는 안 되는 것임을 배웠다... 다시 2019년 6월 30일 ~ 7월 1일로 돌아간다면 글쎄다. 나는 어떻게든 마음 다스리기라도 해서 살아갈 길을 더 모색하는 쪽으로 가지 않을까 싶다.
03. 대전환. 드디어 때가 왔다.
죽음의 문턱에서 가까스로 살아 돌아왔던 나는 하반기에, 내 리뷰 콘텐츠 제작능력을 더 키우고 퇴사하게 만들어 준 회사에 입사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그간 새 터전으로 계속 옮기려 했을 때마다 반대했던 사람들이 잠잠해지기 시작했다. 나는 과감하게 불곰이라는 6년간 운영했던 블로그를 버리고 게임 블로그로 돌아갔다. 게임 블로그에 마지막으로 글이 써진 게 2018년 12월 3일이었다. 6개월 공백을 마무리짓기 위해 더 빠듯하게 일과 함께 내 사이드 프로젝트인 게임 블로그 운영을 병행했다.
이와 함께 동시에, 무기력했고 꼴보기 싫었던 내 2019년 상반기의 모습이 싫어서 더 많이 활동했다. 트렌드 공부 모임인 트렌토리를 통해서 나의 업을 재정의하며 견문을 넓히는 시간을 보냈다. 열정에 기름붓기에서 운영하는 모임인 크리에이터 클럽에서 목표를 달성하는 모임인 기름붓기 활동을 했다.
중간에 너무 무리했던 탓에, 상반기에 나를 매몰차게 대했던 곳 때문에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긴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반기의 내 모습이 싫기도 하고, 이왕 터전을 바꿨던 만큼, 그리고 내가 힘들 때 뽑아줬던 회사를 위해서 내 블로그를 홍보용 채널로 쓰기 위해 더 매달렸다. 씁쓸한 건 올해 전체가 내게 힘든 기간이었기 때문에 내가 하루에 한 번씩 주사를 맞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몸이 나빠져 6개월 만에 그 좋은 곳을 나오게 된 거였다. 에휴. 사람이 욕심을 내면 안 되는 거였나보다.
내가 열심히 달려온 만큼 시대도 바뀌기 시작했다. 올해 하반기부터 기업들이 소수 스타 크리에이터나 블로거들에게만 몰아주기로 줬던 광고들이 구독자 1500명 대(블로그), 1~4만 구독자(유튜버)들에게 광고를 주는 마이크로인플루언서들이 뜨기 시작했다.
거기서 내가 반사이익을 얻었다. 게임블로그 재건과 수익창출을 위해서 크리에이터 클럽에서 "게임리뷰 5편 쓰기" 미션을 나에게 줬는데 오잉? 4번째 포스팅 때 NC 소프트로부터 블레이드 앤 소울 캠페인을 해달라는 요청이 들어왔다. 드디어 나에게도 숙제포스팅이 생겼구나. 그토록 바라던 게임리뷰 광고가 들어오다니? 구독자 1400명 블로거인 나에게? 믿기지 않았다.
근데 기적은 그 다음에도 계속됐다. NC에서 나에게 리니지 2M과 게임 플레이 플랫폼인 퍼플 홍보 포스팅을 요청했고, 그후에는 NC와 같이 일하는 다른 회사에서 파이널판타지 14 확장팩 소개 광고까지 맡겨줬다. 또, 저품질 걸렸던 불곰 말기 당시, 기회를 줬던 출판사에서는 자극제가 될 만한 책을 보내주셨다(그 책은 감사해서 내가 리뷰를 따로 써 줬다).
그리고 블레이드 앤 소울은 상위노출에 실패했지만, 리니지 2M과 퍼플 그리고 그 이후에 내가 개인적으로 리뷰했던 게임콘텐츠 전체가 상위노출에 뜨면서 블로그 조회수도 일일 1,200 건에서 일일 2,300건으로 증가했다. 동시에 맛집 광고들까지 계속 들어오면서, 퇴사해서 슬퍼해야 할 백수께서 마이크로 인플루언서가 되셔서(?) 회사에서 있을 때보다 더 바쁘게 보냈다. 연말인 오늘도 광고 콘텐츠와 맛집 의뢰한 곳에서 촬영을 다녀올 정도로 말이다.
2019년 하반기 막바지. 드디어 내가 원하던 대전환이 일어났다. 이제는 명실상부 도서 블로거에서 게임 블로거로 전환이 확정되었다. 불곰의 역사는 종료되었지만 불곰과 게임 블로그 이전 자아인 로아를 통합하는 나의 새로운 자아인 김프로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이와 함께, 내 게임 콘텐츠 또한 콘솔 중심에서 PC 온라인 + 모바일 게임 중심으로 바꿨다. 동시에 많이 사기만 했던 전자제품을 중고로 정리하고, 게이밍 PC와 서피스만 구매해 일을 하기로 결심했고 실행에 옮겼다. 꿈만 같았다. 올해에 누구보다 죽기를 희망했던 사람이, 억지로 긍정적인 모습을 꾸며 온라인에서 보여주는 삶을 살았던 내가 드디어, 바라고 바라던 모습으로 진화하는 데 성공하다니... 그리고 내년에는 나에게 진짜로 연애(+결혼)운세와 금전운세가 같이 들어온다니.... 어쩌면 올해 내가 아프고 아팠던 이유는 뱀이 허물을 벗고 더 커지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싶다.
END. 내일은 강화도 보문사에서 새해를 시작하며, 바라는 것을 적는다
내일은 기도 명당이라고 불리는 보문사에서 한 해를 시작하려 한다. 이미 연말 액땜은 봉은사와 진관사에서 마무리지었으니, 내년에는 조금 더 나아지는 나의 모습을 보기 위해서 내가 바라는 것을 보문사에서 기도드리고자 한다.
내년에는 회사에 들어갈 것이다. 리뷰의 정석을 전 회사에서 배웠으니, 이제 나에게 남은 마지막 퍼즐인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글을 쓰는 회사"에서 일하며 고퀄리티를 향한 조각을 맞추고 싶다. 그와 함께, 소정쌤이 운영하시는 아이리그에 소속된 프리랜서로서 일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추고 싶다. 동시에, 게임블로그를 방문자 500만까지 증가시키고 싶다.
이 바람을 담아, 내일 보문사에서 기도를 드리고자 한다. 그와 함께, 나를 죽음의 문턱 앞까지 몰았던 2019년을 보낸다. 힘들었던 2019년, 안녕히 가시기를! 그리고 나에게 재물과 애인, 커리어와 게임블로그 부흥을 가져다 줄 2020년! 웰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