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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희걸 Oct 22. 2023

이렇게 멘탈을 관리한다

실무형 팀장의 마음 치유

불안과 초조에서 빠져나오기

1) 자신을 자책하려는 시점을 깨닫는다.
2) 한 발 멀리서 상황을 바라본다.
3) 정기적으로 뒤를 돌아보고
    장기 계획을 세운다.


팀장이 불안에 사로잡히면 의사결정 방식이 변한다. 스트레스가 과도한 상황이 계속 반복되면 리더는 과거에 성공했던 전략에만 집착하게 된다. 실패를 회피하려는 성향이 강해지면서 보수적으로 변한다. 팀장이 매사에 보수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다면 팀원은 일하기 힘들어진다.


불안한 팀장은 팀원이 각자 자율적으로 일해서 성과를 가지고 올 때까지 기다리지 못한다. 팀원의 일거수일투족이 불안해 보인다. 당연히 사사건건 개입하고 마이크로 매니징을 하게 된다. 팀장과 팀원 사이에 마찰이 끊이질 않는다.


이러한 심리적 방어 상태는 거의 자동적으로 작동된다. 인간의 마음은 그냥 가만히 놔두면 불안 상태에 빠지기 쉽다. 팀의 성과가 조금이라도 부진하면 모든 게 다 끝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이렇게 가다가 팀장인 나는 경질되고 팀원들은 모두 최저 평가를 받게 될 것 같다.


가장 최악의 상황은 끝도 없이 자기를 자책하는 것이다. 불안하고 초조한 마음이 과도하면 모든 게 다 내가 부족한 탓으로 보인다. ‘내가 의사결정을 잘못해서 팀의 성과가 부진한 것인가.’, ‘내가 리더십이 부족해서 팀이 이 모양인가.’ 등등 스스로 할퀴는 부정적인 생각이 끝도 없이 이어진다. 


만일 머릿속에서 ‘만약 했더라면~’ 이라는 말이 계속 반복된다면 당신은 과도한 불안 상태에 해당한다. 제일 먼저 내가 심리적 위기 상태에 빠졌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 정신적으로 한계에 이른 사람은 자신의 상태를 깨닫지 못한다. 그러다가 갑자기 한계를 넘어서고 급격하게 무너지게 된다. 지금 위험한 상태라는 점만 깨달아도 한계를 넘어서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이럴 때는 잠시 멈추어 서서 조용히 자기 내면을 들여다보는 액션이 큰 도움이 된다. 한 발 떨어진 곳에서 자신을 바라본다고 생각하고 차분히 나와 내 앞의 상황을 바라본다. 그러면 자동적인 심리적 방어 기제가 작동을 멈춘다. 심리 방어 기제가 작용하지 않으면 조금 더 객관적으로 상황을 볼 수 있게 된다.


준혁 팀장은 매주 토요일 오전이면 집 근처 한적한 카페에 간다. 회사에서는 도통 차분히 생각할 시간이 부족하므로 주말에 따로 자기를 돌아볼 시간을 갖는다. 반복되는 회의, 임원의 성과 독촉, 팀원의 불만 제기… 준혁 팀장을 몰아세우는 것들로부터 잠시 자유로워진다. 상황에 휩쓸려 가다 보면 불안에 사로잡힌다. 늘 마음은 급하고, 일은 모두 잘못될 것만 같고, 부정적인 생각이 끝없이 이어진다.


그래서 시작한 <토요일 커피 브레이크>는 마음의 평화를 찾아 주었다. 이상하게 회사에서는 당장 큰일 날 것만 같은 일도 커피 브레이크 시간에는 모두 잘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주중의 나와 토요일 카페에서의 나는 전혀 다른 사람 같다.


준혁은 이 시간 동안 자신의 상황을 돌아본다. 고민거리를 하나하나 적어보는데 적고 나면 그다지 심각한 문제가 아닌 것들이 70%에 이른다. 실제 중요한 문제는 2~3가지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발견한다.


커피 브레이크처럼 정기적 여유의 시간을 마련하면 큰 효과가 있다. 시간과 장소를 바꾸면 우리의 생각도 달라진다. 긴장이 풀어지고 문제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진다. 여유와 성찰의 시간이 습관이 되면 어떤 어려운 상황도 풀어나갈 수 있게 된다.



주 단위로 <한 발 멀리서 상황을 바라보는 시간>을 정해 둔다. 그리고 분기나 반기 단위로는 <되돌아보기>와 <반기 목표 세우기> 시간을 갖는다.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의도적으로 벗어나 심리적 객관화를 하는 시간은 과도한 불안에 빠지는 것을 막는 좋은 방법이다.


회사 화장실에 좋은 글귀가 붙어 있었다. 한참을 곱씹으며 되뇌었다.      

“차를 타고 달릴 때는 하늘이 얼마나 푸른지, 길가의 꽃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알지 못합니다. 천천히 길을 걸을 때야 이 모든 풍경을 볼 수 있습니다. 앞만 보고 달리지 말고 주변의 아름다움에 눈길을 주는 것이 어떨까요?”


목적지에 일찍 도착하는 것만을 생각하면 삶에서 또 일에서 놓치는 것이 많아진다. 때로는 차분히 현재를 살피고, 뒤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우리는 경험을 통해 배운다. 하지만 똑같은 경험을 해도 배우는 것이 다르다. 경험을 되돌아보고 반추하는 사람은 단순히 경험만 한 사람에 비해 더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운다.


회사에서는 분기, 반기, 또는 연간 단위로 성과를 점검하라고 한다. 각 팀원의 실적을 체크하고 피드백하도록 한다. 이 시점에 팀장인 나의 지난 시간도 돌아보고 반추하면 어떨까? 꼭 복잡한 양식을 찾을 필요도 없다. 단지 한두 시간 정도 여유를 내서 그동안 내가 이뤄낸 것, 부족한 것, 만족스러웠던 것들을 떠올려보면 된다.


뒤를 돌아보는 시간에서 발견한 것이 있으면 앞으로 계획도 세워본다. 나는 6개월마다 개인적인 목표를 세운다. 책이나 교육 과정을 통해 피드백 스킬이나 코칭 기법을 배워볼 수도 있다. 팀원 면담 노트를 정리하며 면담 스킬을 늘려나갈 수도 있다. 다음 반기에 진행될 프로젝트를 통해 어떤 능력을 키울 것인지 미리 생각해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되돌아보고 나아갈 길을 점검해보기. 이것만으로도 마음이 든든해진다. 심리적으로 안정을 느낄 수 있다.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갈지를 알면 발이 흙탕물에 빠지고, 가시덤불에 둘러싸인 지금의 여정이 다르게 보인다.



긍정심리 자산을 쌓아가자

1) 공감하고 지지해줄 사람을 만들자.
2) 스몰 석세스를 자축한다.
3) 롤모델을 정해놓고
    간접 경험을 한다.


‘회사 생활을 계속해나가기 위한 꼭 필요한 것’이라는 주제로 동료들과 이야기 나눈 적이 있다. 여러 가지 필요한 것들이 언급되었지만, 내 마음을 사로잡은 딱 하나가 있었다.

‘언제든 내 편을 들어줄 한 사람’


나를 응원하고 지지해주는 한 사람을 만들기. 쉬운 것 같으면서도 어렵다. 팀장에게는 이런 한 사람이 필요하다. 팀장으로서 외롭지 않기 위해, 흔들리는 때 중심을 잡기 위해 늘 나를 응원해줄 사람을 한 명 만들어 두자. 심지어 도저히 안 되겠다고 그만두고 싶다는 마음도 단 한 사람으로 인해 바뀔 수가 있다.


나도 담당 임원에게 몇 시간을 크게 질책을 받고 욱하는 심정에 회사를 그만두겠다는 마음먹은 때가 있었다. 실제로 사직서를 써놓고 자리를 정리하기도 했다. 그런데 가장 친한 후배가 ‘선배가 그만두면 나도 따라 그만두겠다.’라며 나를 만류했다. 순간의 감정이라 시간이 지나니 좀 차분해지고 다시 일에 매진할 수 있었다. 순간의 위기를 넘기면 나중에는 그 시점에 내가 왜 그렇게 생각했을까 싶을 때가 누구에게나 있지 않은가. 물론 후배는 진짜 그만둘 생각은 아니었다. 그의 단단한 믿음이 내가 계속 걸어 나가는 큰 힘이 되었다.


한 사람이라도 언제든 나를 믿고 지지해 줄 사람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나를 이해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안도감을 느끼게 된다. 꼭 멘토나 코치가 아니라도 상관없다. 좋은 멘토는 찾기 어렵지만, 단순히 응원해주는 사람이라면 나의 노력으로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그렇다고 언제나 그에게만 의지해서 기운을 얻을 수는 없다. 스스로 멘붕에서 빠져나올 방법을 찾아야 한다. 좋은 방법 하나는 <스몰 석세스를 자축하기>이다. 사실 매일 일에서 당신이 이루어 내는 사소한 성공이 많다. 큰 결정이 아니라서 무시했을 뿐 오늘도 여러 건의 성공적인 결정을 해냈다. 칭찬 한마디로 팀원의 의욕을 불러일으켰다. 팀원이 서로 티격태격하던 일도 조율했다.


우리는 큰 실패는 기억하는 반면, 작은 문제 해결은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실패는 보려 하지 않아도 잘 보이지만 사소한 성공은 일부러 들여다보아야 눈에 띈다. 매일 내가 사소한 것에서부터 내가 잘한 일을 찾아 1~2가지씩만 적어보자.


가끔은 그런 스몰 석세스에 대해 조그맣게 보상한다. 자기에게 맛있는 커피를 한 잔 선물한다. 저녁 메뉴로 자주 먹기 힘든 요리를 선택한다. 소소한 소품을 소비하는 방법도 좋다. 실무형 팀장은 실무자와 다름없지만 칭찬해줄 상사가 많지 않다. 그렇다고 팀원이 팀장을 칭찬한다는 것은 생각하기 어렵다. 따라서 누구에게도 칭찬받고 격려받을 기회가 부족하다. 그러니 수시로 내가 나를 칭찬해야 한다.



커다란 슬럼프에 빠졌을 때는 롤모델을 찾아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팀장의 탄생>을 쓴 페이스북의 팀장 줄리 주오는 저명한 인물을 롤모델로 삼으라고 조언한다. 그리고 그 인물의 시련을 찾아본다. 위대한 리더도 모두 시련을 시간을 겪는다. 나만 이런 위기와 고난을 겪는 것은 아니다. 어쩌면 이 땅의 모든 팀장이 똑같이 고민하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자꾸 ‘나만 왜 이런 일을 겪는 거야.’라는 쓸데없는 생각에 빠져든다. 리더들의 이야기는 공감하며 위로받게 해 준다.


실제 주변의 다른 팀장님을 롤모델로 삼을 수도 있다. 멘토가 되어주길 요청하고 계속 만나며 더 나은 팀장으로 성장하도록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꼭 멘토링과 같은 절차가 아니라 하더라도 그의 선택과 대응을 바라보며 이런 때 나는 어떻게 할까 하는 힌트를 얻기 좋다.


독서 토론 모임에서 다른 회사의 선배 팀장을 만났다. 그는 유통회사에서 꽤 규모가 큰 팀을 담당하고 있었다. 그만큼 팀에서 발생하는 크고 작은 일이 많았다. 그런데도 항상 차분하게 그 문제들을 대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내가 위기에 대처하는 방법을 묻자 이렇게 대답했다.


“저는 항상 최고의 장면을 떠올립니다. CEO에게 중요한 안건을 보고하고 호되게 혼난 적이 있었습니다. 처음부터 기획안을 재작성하고 다시 보고를 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요, 막상 다시 보고를 들어가려니 온갖 잡념이 떠오르더라고요. 그래서 재보고가 끝나고 긍정적인 결과가 나오는 장면을 30분 정도 상상했습니다. CEO께서 크게 칭찬하고 임원 모두가 긍정적인 피드백하는 장면이었죠. 덕분에 떨지 않고 보고를 잘 끝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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