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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희걸 Oct 27. 2024

다양성과 존중의 팀 매지니먼트

멀티 제너레이션 팀의 지향점

세대별 다름에 하나의 답이 있는 것은 아니다


“팀장님, 재현 대리에게 한 말씀해주십시오. 팀에 바쁜 시기에 며칠씩 휴가를 내니 원활한 협업이 어렵습니다. 우리 팀은 휴가 사용에 너무 관대한 것 같아요.”


시니어 선배님이 면담을 신청하더니 후배인 재현 대리의 근무 태도에 대해 조언을 한다. 이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지 고민하고 있는데 잠시 뒤에는 재현 대리가 면담을 하자고 한다.


“팀장님, 박 부장님이 제 휴가에 대해 사사건건 간섭합니다. 처음에는 어디로 휴가를 가냐, 누구와 가냐, 프라이버시에 해당하는 것을 묻기 시작했습니다. 이제는 휴가 일정까지 간섭합니다. 저에 대해서 지나친 간섭을 자제하도록 얘기 좀 해주세요.”


여러 세대가 어울려 일하는 팀을 운영하다 보면 이런 하소연을 자주 듣는다. 처음에는 이런 경우에 시니어의 의견을 들을지, 주니어의 의견을 들을지 고민했다. 박 부장님의 말대로 바쁠 때는 휴가를 쓰지 말라고 하면, 요즘 세대를 이해하지 못하는 꼰대로 치부될 것이다. 반대로 재현 대리의 말대로 부장님께 지나치게 관여하지 말라고 전하면 Gen-Z 편만 드는 우유부단한 팀장 취급을 받을 것이다.


이제는 A 또는 B가 답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A의 의견도 맞고, B의 의견도 맞을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단순히 맞고 틀림의 문제가 아니라 각자의 입장이 다를 뿐이고 서로의 견해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또, A나 B가 아닌 제3의 해답이 가능하다는 것도 안다.


왜 쉽게 누구 편을 들지 않고 어렵게 새로운 답을 찾으려는 것일까? 다양성을 존중하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서다. 누구도 자신의 의견이 무시당했다고 느끼지 않길 바란다. 각자의 의견이 다 일리가 있고, 팀장은 그 모두를 경청하고 수용하려 애쓴다는 사실을 느끼게 해주고 싶은 것이다.


왜 다양성이 중요할까? 지나치게 다양성을 용인하려다가 팀워크가 깨지고 조직의 단결된 힘이 줄어드는 것은 아닐까? 다양성은 단순한 윤리적 가치가 아닐까? 윤리적 가치를 추구하다 정작 성과의 기회를 놓치는 것은 아닐까?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등장하여 ‘파괴적 혁신’을 만들어내는 모습을 자주 본다. 사업의 기본적인 전제가 바뀌는 변화의 시대에는 새로운 아이디어, 새롭게 일하는 방법이 조직의 생존을 좌우한다. 조직이 얼마나 다양성을 만들어내고 효과적으로 유지하느냐에 혁신과 생존이 달려있다고 믿는다.




존중으로 구성원의 마음을 얻는다


체육관을 운영하는 친구의 말에 의하면 선생님이나 부모의 말을 전혀 듣지 않는 불량 학생이 복싱 코치의 말은 잘 따른다. 반항을 일삼는 사춘기의 아이라도 자기를 인정해 주고 존중해 주는 어른에게는 절대적인 신뢰를 보인다. 


사춘기 아이들이 선생님이나 부모님의 의견에는 그렇게 반항하는 것일까? 어른들의 세계는 학업 성적이라는 단일한 기준을 강요한다. 학교는 그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아이는 존중받지 못하는 곳이다. 하지만 체육관이나 피시방은 다르다. 이곳에서는 학업 성적이 중요하지 않다. 주변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운동이나 게임을 즐기면 된다. 이들에게 코치나 피시방 사장님은 자신의 세계를 인정해 주는 어른이다. 그렇기에 불량 학생도 복싱 코치와 피시방 사장님에게는 웃으며 깍듯하게 인사한다.


회사는 성인이 모인 곳이므로 더욱 개개인에 대한 존중이 중요하다. 그런데 단일한 규칙을 강요하는 것은 아닌지 고민해 보아야 한다. 20세기에는 체계화, 효율화라는 핑계로 통제 중심의 경영이 자리를 잡았다. 우리 경제도 빠른 산업화를 추진하기 위해 한 몸처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조직을 추구했다. 이제는 성공의 룰이 바뀌었으므로, 팀을 운영하는 원칙 또한 변화되어야 한다. 밥을 먹을 때나 일상적인 대화를 할 때는 아무도 의견을 내지 않는데, 회의 시간에만 다양한 의견이 오가게 만들 수는 없다. 평소 다름이 인정받는 문화가 밑바탕에 깔려 있어야만 결정적인 아이디어가 필요할 때 다양성이 발휘될 수 있다.


팀장으로서 팀원의 여러 모습을 인정하고 존중하기가 쉽지 않다. 때로는 말도 안 되는 특권을 이야기하는 팀원을 보면 도대체 어디까지 베풀어주어야 하는 건지 울컥 화가 치밀어 오르기도 한다.


“배려가 반복되면 권리인 줄 안다.”


팀장이 팀원을 존중하려 할 때, 실행을 가로막는 말이다. 이렇게 매사에 배려하고 존중하면 점점 더 많은 요구를 하지 않을까 걱정이 되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작은 배려를 했는데 점점 더 선을 넘는 사람을 많이 보지 않았나.


한번 보고 말 사람이라면 과도한 요구를 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계속해서 함께 일하는 관계라면 막무가내로 그런 행동을 하기 어렵다. 팀원이 특권을 요구할 것이라고 미리 짐작하지 말고, 어느 수준까지는 먼저 존중과 배려를 해주도록 한다. 혹시 그래도 우려가 줄어들지 않는다면, ‘내가 존중을 베풀 수 있는 한계’를 미리 정해두면 좋다.


리더와 구성원의 관계는 평등한 기브 & 테이크의 관계가 아니다. 리더는 얼마만큼 받을지 모르는 채 먼저 주는 역할이다. 그렇게 계속해서 베풀다가 진정으로 구성원의 마음을 얻었을 때, 구성원은 받은 것 이상의 성과로 보답한다. 그 수준에 이르기 전까지는 리더는 일방적으로 주는 역할을 맡는다. 리더라면 이해타산과 이익을 따지지 말고 팀원을 존중하려고 애써야 한다.




멀티 제너레이션 팀의 다양성과 존중


다양성 참 좋은 말이다. 그런데 다양성을 존중한다는 게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라는 말일까?


각 세대의 특성을 공부하고 이해하도록 애쓴다. 밀레니얼과 Gen-Z가 공평을 주장하는 건, 워라밸을 요구하는 것은 배경과 이유가 있다. 지금은 과거와 달리 저성장기다. 회사 일만 열심히 한다고 일정 규모의 자산을 형성할 수 없다. 평생직장을 보장받을 수 없으므로 끊임없이 자신의 시장 가치를 높이고 스스로 기회를 찾아야 한다.


부장 팀원이 자기주장을 굽히지 않는 것은 자기 의견이 수용되는지가 곧 정체성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일과 개인의 정체성이 동일화된 시대를 살았다. 업무적인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곧바로 자신이 배척된다고 여긴다. 따라서 어떻게든 의견을 일부 수용하는 스탠스를 취하면서 팀장이 원하는 결론을 끌어내도록 한다.


참 어려워 보인다. 시니어면 시니어대로, 주니어는 주니어대로 어르고 달래면서 일을 시켜야 한다는 건가? 아마도 이렇게 일일이 팀원에게 맞춰주다 일은 언제 할지 의문스러울 것이다.


세대별 대응 스킬을 습득하고 발전시키면 좋다. 처음에는 부담스럽고 거추장스럽겠지만, 관련 스킬을 몸에 익히면 멀티 제너레이션 팀의 강점을 충분히 활용하면서 팀 운영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세밀하게 팀을 관리하면서도 성과 부담에서 벗어나려면 팀원이 자율적으로 일하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팀장은 각 계층의 다양성을 아우르고 창의적인 성과를 내는 데 집중한다. 그리고 그 외의 일은 팀원들이 자율적으로 처리하도록 규칙을 만든다. 이것이 멀티 제너레이션 팀의 세밀한 관리에 들어가는 시간 부족과 만성 야근에서 벗어나는 방법이다.


팀원이 자율적으로 움직이려면 역할과 책임(Role & Responsibility)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회사에서 일이란 누구의 것인지 명확하게 구분되는 것도 있지만 그 구분이 불명확한 때도 있다. 이런 역할 책임을 명확하게 확인하고 필요하면 문서로 정리하도록 한다. 각자의 역할과 책임이 어디까지인지 반복해서 소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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