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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뤼미나시옹 Sep 13. 2018

마크 로스코 : 무제



가을엔 독서 따위는 집어치워야 한다. 거친 들판에서 가을걷이하는 일 외에  다른 일을 굳이 강조한다면 가을엔 애인이 있어야 한다. 최소한 가을 동안만이라도  애인이 있어야 한다. 바라보면 오만 가지 매력이 다 있어야 하고 깊고 속을 알 수 없는 내면에 이야기는 씁쓰레한 웃음과 따뜻한 이맛 빛에서  알아챌 수 있는 애인. 지난여름의 이야기 따위는 하지 않아도 되고 당신의 취미나 취향 기호 따위도 묻지 않아도  되고 돈 벌이나 직업 따윈엔 전혀 관심이 없는 애인 그러나, 키우는 화분의  일 년 치 생을 눈동자에 담을 수 있는  감정이 예민한 애인 손가락 끝 만 닿아도  한 사람의 인생의 이야기가 모두  흘러가고 흘러오는 애인 가을엔  애인이 있어야 한다. 알듯 말 듯 추상적이고 속을 알 수 없지만 색채의 내면을 품고 있는 애인 심미안처럼 내면에 색채를 읽어주는  색면추상의 애인 그 애인이랑 하늘의 푸른빛을 보는  낮술의 취기만 있어도 되는  가을인데도 애인도 없는 이들, 헛살은 거나 마찬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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