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워드 호퍼 : 호텔 방

by 일뤼미나시옹



어디에서 그녀는 이 호텔 방을 찾아왔을까요. 방이래야 TV도 창문도 없습니다. 벽시계도 보이지 않고 그림도 한 점 걸려 있지 않습니다. 싯누런 벽지를 들춰내는 빛은 어디서 오는지 알 수 없습니다. 녹색 밸벳 의자에 겉옷은 던져져 있고 구두는 편한 데로 벗어놓아 한 짝은 넘어져 있습니다. 검은 모자도 검붉은 옷장 위 끄트머리에 간당하게 걸려 있습니다. 외로움에 젖은 여인의 큰 한숨 한번 내쉬면 바닥으로 떨어질 것입니다. 이러한 현상은 자기를 방치한 거나 같습니다. 무엇보다 침대에 걸터앉은 그녀의 손바닥에 펼쳐진 종이입니다. 그림에서는 글자의 흔적은 나타나 있지 않지만 몇 번 접었던 종이를 편 것으로 펼쳐진 종이는 편지 인지, 해고 통지서인지. 아님 법원 출두 명령서인지.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여인의 어두운 표정으로 보아 종잇장이 여인에게 어떤 심리적 압박감을 느끼게 한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연인의 편지일까요. 그렇다면 분명 편지의 내용은 여인의 얼굴에 모두 쓰여 있습니다. 양손 엄지손가락으로 지그시 누르고 있는 종이는, 그녀의 시선에서 비스듬히 비껴 나 있습니다. 그녀는 지금 세상 그 무엇에도 기억되어 있지 않고 관계 맺지 않고 있습니다. 카프카의 <변신>에서 '그레고르 잠자'처럼 자고 일어났더니 벌레로 변해 버린 것입니다. 자고 일어났는데 아무 데도 갈 곳 없고, 아무도 찾아오거나 갈 곳 없는 것입니다. 여인의 안색은 칠흑 같고 깊은 외로움에 젖어 있습니다. 그녀가 고독하다면 종이의 내용은 읽겠지만 외롭기 때문에 종잇장을 펼쳐두고 있기만 하는 겁니다. 누가 가서 저 여인의 방문을 두드려주어야 합니다. 꽃이라도 한 송이 박카스나 캔커피 한병 들고 가서 마주 앉아 주어야 합니다. 그녀에게 상처받는 말 따윈 절대로 해서는 안됩니다. 오로지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주어야 합니다. 그녀를 두고 방을 나와 버리면, 그녀는 여동생이 던진 사과에 맞아 죽어버린 ' 그레고르 잠자' 같은 벌레가 되고 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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