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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스티나(Testina)- 마리오 토치

by 일뤼미나시옹


마리오 토치(Mario Tozzi)의 <테스티나(Testina)>


이탈리아 현대 화가 마리오 토치(Mario Tozzi, 1895-1979)가 1967년에 그린 유화 <테스티나(Testina)>는 그의 작품 세계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중요한 주제 중 하나입니다. '테스티나'는 이탈리아어로 '작은 머리'를 의미합니다.

인물의 얼굴은 사실적으로 묘사되지 않고 입체파의 영향이 엿보이는 기하학적인 형태로 재구성되어 있습니다. 코와 뺨, 턱 등은 여러 개의 평면과 직선으로 단순화되어 현대적인 감각을 부여합니다. 캔버스에 그린 유화임에도 표면의 질감은 마치 오래된 프레스코 벽화처럼 거칠고 매트(광택이 없다)하게 표현되었습니다. 이러한 기법은 작품에 시간의 흐름을 초월한 듯한 고전적이고 영원한 느낌을 더합니다.

그림 속 인물은 움직임 없이 고요한 조각상처럼 보입니다. 이는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에서 유행했던 '질서로의 회귀(Return to Order)' 운동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고전주의적인 안정감과 조화를 추구했던 화가의 스타일을 잘 보여줍니다. 붉은색, 갈색, 황토색 등 전반적으로 따뜻하고 차분한 흙빛 계열의 색상은 그림에 평화롭고 온화한 분위기를 조성하며, 배경의 작은 원 안에 있는 노란색과 보라색은 단조로움을 깨는 색채의 포인트가 됩니다.

인물은 눈을 감고 깊은 명상에 잠긴 듯 보입니다. 이러한 표현은 외부 세계와의 단절을 통해 자신의 깊은 내면세계에 집중하는 듯한 인상을 줍니다. 이는 관람자에게도 차분하고 명상적인 분위기를 전달하며, 스스로를 성찰하게 만듭니다.

가을볕에 바스러지는 듯한 오래된 벽돌담의 질감을 볼 때, 우리는 무의식 속에 간직했던 따뜻한 원형(原型)의 무언가를 더듬게 됩니다. 그것은 한 사람의 얼굴이기도 하고, 후미진 골목길 모퉁이의 석벽이기도 하며, 빛바랜 사진 한 장이기도 합니다. 무엇이든 간에, '사건'은 우리의 시선과 만나는 그 현상에서 일어납니다. 바라보면 현상이 일어나고, 일어난 현상은 곧 사건이 되어 내 감각의 조각들과 만나 비로소 활성화됩니다.




마리오 토치는 이탈리아 북부 포사냐에서 태어나 볼로냐 미술 아카데미에서 공부했습니다. 하지만 학업을 마치기도 전인 1915년 제1차 세계대전에 징집되어 참전했으며, 이 경험은 그의 초기 작품에 깊은 영향을 미쳤습니다. 전쟁의 비극과 인간 존재에 대한 성찰은 그의 작품 전반에 흐르는 정적이고 명상적인 분위기의 바탕이 되었습니다.


1920년 토치는 파리로 이주하여 1971년까지 오랜 기간 활동합니다. 당시 세계 미술의 중심지였던 파리에서 그는 아메데오 모딜리아니, 조르조 데 키리코 등 여러 예술가와 교류하며 자신만의 스타일을 발전시켰습니다. 특히 그는 '이탈리아 파리파(Italiens de Paris)' 그룹의 핵심 인물로 부상하며 국제적인 명성을 얻기 시작했습니다.


그의 작품에서는 어머니와 아이(Maternità), 여성의 누드, 그리고 특히 '테스티나(Testina, 작은 머리)'로 불리는 여성의 두상(頭像)이 반복적으로 등장합니다. 이 주제들을 통해 그는 인간 존재의 근원적인 고독과 내면의 평온함을 탐구했습니다.


"나는 사과를 그리는 것이 아니라, 둥근 형태 그 자체를 그리고 싶었습니다. 나는 눈에 보이는 현실을 넘어선, 영원하고 절대적인 리얼리티를 추구합니다." - 마리오 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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