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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색과 흰색 옷을 입은 소녀-디에고 리베라

by 일뤼미나시옹


"두목, 책은 뭐라고 말합니까? 당신의 그 하찮은 종이들은. 나는 발바닥으로 세상을 읽소. 땅이 차가운지, 뜨거운지, 슬퍼하는지, 아니면 춤추고 싶어 하는지를 내 발은 알고 있단 말이오! 머리로 아는 것은 전부 의심투성이지만, 내 발이 땅을 딛고 느끼는 것은 전부 진짜요. 이 아이를 보시오. 저 발은 이미 삶의 진리를 알고 있소."

- 니코스 카잔차키스, <그리스인 조르바>



그림은 멕시의 화가 디에고 리베라(Diego Rivera, 1886-1957의 1939년 작 <푸른색과 흰색 옷을 입은 소녀> 입니다.


디에고 리베라의 작품 특징 중 하나는 인물을 마치 조각처럼 단단하고 육중하게 표현하는 것입니다. 이 그림 속 소녀 역시 작은 체구임에도 불구하고 둥글고 단순화된 형태를 통해 기념비적인 존재감을 발산합니다. 이는 그가 젊은 시절 파리에서 경험한 입체파의 영향과 멕시코 고대 아즈텍 조각의 미학이 결합된 결과입니다.

화가는 소녀 뒤의 배경을 거의 아무런 정보가 없는 단순한 벽과 바닥으로 처리했습니다. 이를 통해 모든 시선이 오직 소녀에게만 집중되도록 하여, 인물이 가진 힘과 이야기에 더 깊이 몰입하게 만듭니다.

소녀가 두른 짙은 남색의 숄(레보소, rebozo)과 그녀가 든 흰 보자기, 그리고 파란색과 흰색 줄무늬가 있는 바구니 덮개는 그림의 중심에서 강렬한 시각적 대비를 이룹니다. 이는 멕시코 민중 예술의 특징인 생생한 색채 감각을 보여줍니다.


디에고 리베라는 평생에 걸쳐 멕시코의 역사, 문화, 그리고 민중의 삶을 예술의 중심에 두었습니다. 그는 특히 멕시코의 심장이자 미래라고 믿었던 원주민과 노동자 계층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화폭에 담았습니다.

이 그림 역시 단순한 소녀의 초상화를 넘어, 어떠한 역경 속에서도 꺾이지 않는 멕시코 민중의 강인한 정신과 미래에 대한 희망을 상징합니다. 소녀가 들고 있는 짐은 고된 삶의 무게를 암시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녀가 굳건히 살아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그녀는 결코 아름답지 않았다. 그녀의 발은 넓었고, 몸은 억셌으며, 얼굴은 고된 노동으로 그을린 평범한 얼굴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단 한 번도 불평하지 않았다. 그녀는 땅 그 자체와 같았다. 묵묵히 씨앗을 받아 품고, 생명을 싹 틔우며, 어떤 가뭄과 홍수 속에서도 가족을 위해 그 자리를 지켜냈다. 그녀의 침묵 속에는 세상의 그 어떤 말보다 더 큰 힘이 있었다."

- 펄 벅, 『대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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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뤼미나시옹 인문・교양 분야 크리에이터 직업 예술가 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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