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폴라 레고

by 일뤼미나시옹



그림에 분석에 들어가기에 앞서 시 한편을 읽어보겠습니다.


희생자들

- 샤론 올즈 (Sharon Olds)


어머니가 당신과 이혼했을 때, 우리는 기뻤어요. 어머니는 마치 당신을 공처럼 튀겨 계단 아래로 쫓아냈죠. 우리는 키득거렸어요. 당신이 마지막 점심 도시락을 챙기러 몸을 굽혔을 때, 우리는 마치 쓰레기를 걷어차듯 그것을 발로 찼어요. 들리나요? 우리는 짹짹거리는 어린 새들처럼 그것을 즐겼어요. 우리는 마치 당신을 해고한 사장 같았고, 파티를 열어 전화선을 끊어버린 직원들 같았어요. 우리는 당신의 양복들이 바람에 펄럭이는 것을 보며 환호했죠. 우리는 당신이 죽기를 바랐어요.


하지만 지금은, 내가 출입구에 웅크린 부랑자들을 지나칠 때면, 그 짙은 회색 양복이 굳어진 흙처럼 뭉쳐진 것을 볼 때면, 그 더러운 옷 틈새로 껍질 벗겨진 민달팽이처럼 희게 번들거리는 그들의 육체를 볼 때면, 나는 당신 생각이 나요.


그들을 만들어낸 것도 결국 여자들이었겠지요. 그들을 벗겨 먹고, 고문하고, 요리하고, 그들 목구멍의 한가운데를 찢어놓았겠지요. 물론, 그랬겠지요. 하지만 나는 궁금해요. 누가 그들을 저 출입구의 아치 속으로 끌고 갔는지, 빗속에서 잠들 수 있도록, 그리고 어둠 속에서 누가 그들에게 저 양복을 입혀주었는지.




강렬하고 불안한 긴장감이 감도는 그림은 포르투갈 출신의 영국 화가 폴라 레고(Paula Rego)의 1988년 대표작 <가족>입니다.

그림 중앙에는 한 남자가 침대 끝에 무력하게 앉아 있습니다. 아내와 큰딸로 보이는 두 여성이 그에게 옷을 입히고(혹은 벗기고) 있습니다.

그는 마치 인형이나 병자처럼 수동적입니다. 시선은 초점을 잃었고 신체는 경직되어 있습니다.

아내는 뒤에서 재킷을 입히며 남자를 꽉 붙들고 있고, 체크무늬 치마를 입은 소녀는 다리 사이로 파고들어 바지를 추켜올립니다. 이들의 손길은 '돌봄'이라기엔 너무 거칠고, 마치 남자를 제압하거나 포박하는 듯한 공격성을 띠고 있습니다.


폴라 레고는 배경 속 사물에 깊은 의미를 숨겨두었습니다. 뒤에 있는 장식장을 주목해 보세요.

장식장 하단에는 여우와 두루미 그림이 있습니다. 서로 다른 그릇 때문에 상대가 주는 음식을 먹지 못하는 이 우화는, 가족 간의 '소통 불가능성'과 '충족되지 않는 욕구'를 암시합니다.

장식장 상단에는 성인이 용을 무찌르는 조각상이 있습니다. 이는 전통적으로 악(용)을 물리치는 선을 의미하지만, 이 그림에서는 '가부장적 권위(용)의 살해' 혹은 '가족 내의 투쟁'으로 읽힙니다.

창가에 서 있는 작은 소녀는 이 모든 광경을 지켜봅니다. 창밖에서 들어오는 빛은 그녀를 비추지만, 그녀의 표정은 아이답지 않게 냉소적이고 조숙해 보입니다. 그녀는 이 기이한 가족 드라마의 관객이자, 미래의 잠재적 가담자입니다.


이 그림을 이해하는 데 있어 작가의 개인사는 매우 중요합니다. 당시 폴라 레고의 남편(화가 빅터 윌링)은 다발성 경화증으로 20년 가까이 투병하다 사망했습니다. 그림 속 무력한 남자는 병든 남편을 투영합니다. 레고에게 남편을 돌보는 일은 사랑인 동시에, 자신을 옭아매는 끔찍한 짐이기도 했습니다. "죽여버리고 싶을 만큼 미우면서도, 없으면 살 수 없는" 애증의 감정이 이토록 기괴한 장면을 만들어낸 것입니다.


미셸 푸코의 '권력의 미시물리학'과 줄리아 크리스테바의 '비체(Abject)'


이 그림은 미셸 푸코(Michel Foucault)가 말한 '권력의 미시물리학(Micro-physics of power)'이 가정이라는 사적 공간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권력은 단순히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모세혈관처럼 말단에서 작동하며, 신체를 통해 순환한다." — 미셸 푸코


전통적인 회화에서 가장은 권위 있는 모습으로 그려지지만, 여기서 가부장(남편)은 '대상화된 육체'로 전락했습니다. 푸코의 관점에서 볼 때, 옷을 입히고 씻기는 행위는 상대방의 신체를 통제하고 규율하는 권력 행위가 됩니다. 여성들은 더 이상 수동적인 존재가 아니라, 남자의 육체를 장악하는 지배자입니다.

줄리아 크리스테바(Julia Kristeva)의 '비체(Abject)' 개념을 적용해볼 수 있습니다. 비체란 '나'도 아니고 '대상'도 아닌, 경계가 허물어진 역겨운 상태(시체, 오물, 병든 몸 등)를 말합니다. 가족은 가장 친밀하면서도 서로의 배설물과 병든 육체를 처리해야 하는, 경계가 무너진 비체적 공간입니다. 그림 속 여성들이 느끼는 감정은 사랑과 혐오가 뒤섞인, 끈적하고 분리될 수 없는 '비체적 공포'에 가깝습니다.


이 그림은 가족이 단순히 사랑으로 묶인 공동체가 아니라, 서로가 서로를 살리기 위해 끊임없이 억압하고, 돌보기 위해 지배해야 하는 처절한 생존의 현장임을 고발하고 있습니다. 창가의 소녀가 짓고 있는 알 듯 모를 듯한 미소는, 이 비극이 대를 이어 반복될 것임을 암시하는 듯하여 더욱 서늘한 여운을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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