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콜라우스 스토이클린: 외로움

by 일뤼미나시옹

Stoecklin, Niklaus - DER EINSAME, 1960




미안하다. 네 외로움이 너무 커서 내가 가닿을 수 없구나.

다가가서 농담 섞인 말투로, 너의 어깨를 툭 치고

마주 앉아 네가 건네는 무거운 술잔의 무게라도 느끼고 싶지만,

미안하다. 지금 네 외로움이 너무 커서 사방이 잿빛이고

바라보는 내 심중의 깊이까지 잿빛의 독주가 번졌으니...


술잔의 크기로 보아 빨리 취기가 오른 독주가 분명하지만

나는 다가가서 너의 술잔을 잡아채거나 술병을 쏟아버릴 수가 없구나

네 외로움은 네 안에 독주처럼 가득 차 있어서,

감싸 쥔 두 손의 얼굴에서 외로움에 겨운 신음이나, 눈물이라도

흘린다면 차라리 취기가 가시지 않을까.


세상에게서 버림받은 이들은 모퉁이 선술집에서

술기운으로 욕지기라도 뱉어낸다 하지만,

네 외로움은 세상의 한퉁이에서 견뎌내기엔

잿빛으로 짙고, 무겁기가 납덩이같구나.


네 외로움의 무게는 그렇게 한 잔의 술

가볍게 해주는 것이라면, 너는 밤을 새워 마시고 또 마시겠지

그렇게 한 잔의 술이 네 외로움의 농도와 무게를

희석시키고 가볍게 해준다면,

내가 다가가 네가 건네는 독주를 네 외로움의 쓰라린 맛이나는 술 한잔 목안으로 흘려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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