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겨울 따뜻하면 그만이지! 우리집도 아닌데!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집은 남편과 내가 결혼하면서부터였으니 13년째 살고 있는 집이다.
이렇게 한 집에서 13년을 살고 있다고 하면, 모두들 자가겠거니 생각하지만, 실은 자가이고 싶은 전세이다.
우리가 집을 구할 때는 전세가 씨가 마르기 시작했던 때였고, 인근 공인중개사에서 서로 간에 암묵적인 양보?로 우리가 이 집을 얻게 되었다. 그 당시도 원래 이 집을 구하고 있는 공인중개사가 있었지만, 이전에 도움을 받은 일이 있다고 하여, 우리에게 이 집을 양보했다고 들었다.
그렇게 우리는 신혼집이었던 이 집을 13년째 살고 있다.
처음 집을 보러 다녔을 때, 이 집을 들어서는데 큰 거실 창으로 햇살이 내리쬐면서 환하게 들어오는 그 햇살에 반해버려서 무조건 이 집에서 살고 싶다!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다행히 공인중개사 사장님들끼리의 거래로 우리는 이 집에 들어올 수 있었고, 우리의 첫 집주인은 대구에 사시는 분들이시고 애초에 전세를 주려고 집을 분양받으셨다고 하셔서 몇 년 동안을 정말 편하게 잘 살았다.
중간에 집주인이 바뀌면서 그 당시 지금의 반도 안 하는 집 시세에 우리가 사자고 하고 싶었지만, 남편은 새 아파트에 가서 살고 싶다는 둥, 서울에서 살아야 한다는 둥 당장 우리 형편에 할 수 없는 말들만 고집하면서 집을 사자는 나의 말을 뒷등으로도 듣지 않았다.
사실 그 당시에 우리 아파트는 툭하면 엘리베이터가 고장 나거나 중간에 멈추어 버리는 통에 불안한 마음도 없지 않았기에, 곧 다른 곳으로 이사 가고 싶은 마음은 나도 가지고 있었다.
그것은 우리의 첫 번째, 아니 두 번째 실수였다.
첫 번째는 우리가 신혼집을 구할 당시, 공인중개사 사장님이 굳이 우리에게 이 집을 양보하지 않았어야 했다. 당시 집을 알아보다가 우리는 전세가 없으면 매매라고 해야겠다라고 생각했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참 아쉬운 순간이었다.
그리고 두 번째는 첫 번째 집주인이 집을 매매해야겠다고 했을 때 그 때라도 샀어야 했다.
첫 번째는 지금 시세의 40% 정도밖에 안 되는 금액에 살 수 있었고, 두 번째는 적어도 지금 시세의 50% 의 가격에 살 수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과감하게, 집값이 이렇게 될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한 채 두 번의 기회를 보내버렸다.
그리고, 어마무시하고 자기밖에 모르는 배려 없는 오로지 투자만 생각하는 두 번째 집주인을 만나게 되었다.
그래서 그 이후부터 우리는 집에 어떤 투자도 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결혼 후에, 다급하게 맞추었던 암막커튼은 길이가 조금 짧아서 안방 창으로 겨울이면 외풍이 들어왔다.
아직 바닥에서 아이들과 잠을 자는 나는 늘 침대 아래로 통해서 들어오는 외풍에 몸을 웅크리고 자느라 아침이면 늘 찌뿌둥했다. 아이들도 늘 바닥은 따뜻해도 공기가 차가움이 돌아서 감기가 걸리기 일쑤였다.
그렇게 버틸 만큼 버티다가 올해는 더 이상 안 되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래, 아무리 그래도 2만 원 정도는 내가 투자해 주지!"
그렇게 초파와 쿠 O에서 가성비 최고 암막커튼을 구매했다.
사실, 얼마 전 독감으로 아이들이 아픈 후, 나도 계속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 미루고 미뤘던 암막커튼을 산 것이다.
"엄마, 이게 뭐야??? 왜 이렇게 시꺼먼 색으로 샀어?? 다른 색은 없었어?"
있었지... 물론 있었다. 하지만 판매 사이트에서 블랙이 최고 인기였고, 후기 역시 대부분 블랙이었기에, 나 역시 암막 커튼은 블랙이지.. 하면서 블랙을 선택했다.
그런데, 왠지 이전의 베이지였던 짧은 암막커튼만 보다가 이렇게 바닥까지 내려온 블랙 암막커튼은 사실 나도 잘 적응이 안 된다.
그래도 뭐 어떠한가, 올 겨울 따뜻하면 그만이지! 우리 집도 아닌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