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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의 속도대로 가다가도 결국 만나!

by 초마

날씨가 갑자기 추워진 오늘, 나는 운동을 나갈까 말까 또 혼자 갈등이 되었다.


남편은 허리디스크 증상으로 매일 밤 운동을 나가서 걷기 운동을 하고 있다. 이전에는 집 근처 공원 트랙을 달리기도 했지만, 매일의 증상이 호전되지 않아서 뛰는 것은 잠시 미루고 걷는 것 위주로 최소 5바퀴 이상을 돈다.





아이들과 나는 처음과 마지막 바퀴는 걷고, 3바퀴는 뛴다. 그렇게 다섯 바퀴를 각자의 속도대로 우리는 달리기도 하고 걷기도 한다.


우리도 처음에는 모두 다 같이 걷고 뛰었는데, 그렇게 하다 보니 아이들에게 제대로 하지 않는다며 화를 내거나 짜증을 내는 일이 많아졌다. 모두 건강하게 운동하려고 나왔는데 굳이 내 속도에 맞지 않는다고 아이들에게 화를 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 우리는,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나는 나대로 그리고 남편은 남편대로 각자의 속도에 맞추어 달리기도 하고 걷기도 한다.





사실, 아이들이 제대로 뛰는지는 알 수 없다. 크게 나무들이 있는 공간 사이로 있는 공원 가운데를 기준으로 위쪽 반바퀴를 뛰고서는 한 바퀴를 다 뛰었다고도 했던 아이들이기 때문이다.

나는 제대로 뛰지 않는다고 둘째를 채근하기도 하고, 걷더나 뛰면서 듣는 오디오북을 중간에 멈추어야 하는 것이 화가 나서 아이들에게 괜스레 화를 내는 일이 많았다.

그러다가 아이들을 믿고 내버려 두기로 한 이후로 우리는 각자의 속도대로 달리고 걸으니 그전보다 싸울 일도 화낼 일도 사라졌다.


그렇게 나의 속도로 걷거나 뛰다 보면 어디선가 나를 부르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린다.


"엄마!!!!"


이전에는 혼내기만 하니 공원 가운데서 설사 마주 보더라도 그냥 지나가기 일쑤였던 아이들이 이제는 나를 불러주고 반갑게 손을 흔들어준다.


아이들에게 크게 인사를 해주고 나면, 걸어오고 있는 남편과 만나게 되는 때가 있다.





그럴 때는 또 자연스럽게 반바퀴를 함께 나란히 걷곤 한다. 그때 우리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 이어폰으로 듣고 싶은 것을 들으면서 나란히 걷기만 한다.

나는 주로 오디오북으로 최근에는 트렌드코리아 2026을 듣고, 남편은 최근 시작한 경제공부를 유튜브 강의로 들으면서 걷는다.


이전에는 서로 옆에서 걸으면 무슨 이야기를 하지 않으면 뭔가 이상했지만, 이제 우리는 전혀 어색하지 않아 한다. 오히려 서로의 시간을 존중해 주니 따로인 것 같아도 함께인 것 같이 느껴진다.



각자의 속도대로 출발하지만, 결국엔 만나서 함께 걷는 우리의 모습이 인생에서의 남편과 나의 모습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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