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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써볼까? 크리스마스카드

by 초마

오랜만에 잠시 들른 교보문고에는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가득했다.

그중에서도 내 눈을 사로잡는 것은 바로 입구에 전시되어 있는 크리스마스 카드였다.


언제였을까?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예쁜 크리스마스카드를 고르려고 그 당시 문구점이나 팬시점에서 한참을 골랐던 기억이 난다.

아마 어릴 적에는 엄마 아빠에게는 꼭 크리스마스카드와 작은 선물을 준비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 보면 엄마와 아빠는 그런 선물은 필요 없었을지 몰라도, 중고생이었던 나는 참 아기자기한 소품들을 좋아했었나 보다.

지금 기억나는 것은 동생과 집안일과 엄마 심부름등으로 아르바이트를 해서 모은 용돈으로 우리는 작은 소품 등을 샀던 것 같다. 크리스마스였으니 석고로 만든 작은 천사들?이었던 것 같다.


내가 어릴 때에는 문방구와 서점 앞에 이런 작은 소품 등을 함께 팔고 있었다. 아직까지 이런 것을 파는 곳은 없겠지만, 아마도 아파트 인근 상가에서 엄마들이나 할머니들의 옷이나 신발, 그리고 액세서리등을 파는 곳으로 바뀌지 않았을까 한다.


그렇게 용돈을 모아서 우리가 가진 돈으로 살 수 있는 것 들 중에서 제일 예쁘고 엄마가 좋아할 것이라 생각한 소품들을 우리는 설레는 마음으로 샀고, 엄마 아빠에게 크리스마스 카드와 함께 거실 소파 옆 테이블에 슬쩍 놓아두곤 했다.


그 이후로는 내가 대학생이 된 후, 아빠가 돌아가시고 나서 집안 사정이 급격하게 안 좋아져서 선물을 살 여유도 없었던 것 같고, 그렇게 크리스마스카드는 나에게서 멀어지는 것 같았다.


내가 반도체세일즈를 시작하기 전까지는..


무역업무를 하는 것으로 지원을 했던 회사에서는 나에게 영업이 더 잘 어울릴 것이라고 반도체세일즈 영업을 해 보라고 제안을 했다. 그 당시, 빨리 취업을 해서 엄마와 동생에게 도움이 되어야 했기에 나는 사장님의 제안에 도전해 보기로 했고, 그렇게 나의 반도체세일즈는 시작되었다.


사장님은 연말이 되면 모든 고객사에게 손으로 직접 쓴 크리스마스카드와 연말연시 연하장을 발송하게 하셨다. 2000년 초반의 나는 그 당시 지금은 없어진 휴대폰을 만드는 회사였던 팬택을 담당하는 세일즈였고, 내가 아는 연구원들만 해도 족히 몇십 명은 되었다. 그런데 대부분 옆팀이거나 같은 팀이고 하니 누구에게는 카드를 보내고, 누구에게는 안 보낼 수도 없는 상황이라 나는 손에 불이 나도록 며칠 동안은 카드만 써야 했다.


처음 열정으로는 감사와 새해 인사를 함께 적고 문구를 어떻게 쓸까도 고민했지만, 차츰 시간이 지날수록 문구는 단순해졌고, 형식적인 말이라도 할 수 없다고 할 정도로 짧게 쓰는 내용으로 바뀌었다.


나와 비슷하게 삼성전자와 엘지전자를 담당하는 직원들은 모두 손에 불이 나도록 카드를 썼다. 친했던 입사동료는 세일즈는 아니었지만 나를 도와서 함께 카드를 써 주기도 하면서, 일 년에 한 번 그렇게 우리는 미친 듯이 카드를 썼었다.


그 이후 회사를 이직하면서 제일 홀가분했던 것이 바로 크리스마스카드와도 안녕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리고 한참 동안을 잊고 있었다. 크리스마스카드를..


사실 연말이면 늘 크리스마스카드를 판매했을 것이고, 나는 그 주변을 늘 지나다녔을 것이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내 눈에 전혀 보이지 않았었다.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였을까? 아니면 내 마음의 관심에서 사라져서였을까?


그저 현실의 내가 크리스마스카드까지 신경 쓸 겨를이 없으니 눈앞에서 보면서도 보이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을까?


신기하게도 나는 이전보다도 더 머리로도 마음으로도 여유가 없는 요즈음이다. 그런데 무심결에 들어간 교보문고에서 이 카드가 나의 발길을 눈을 붙잡았고, 나를 잠시 추억 속으로 되돌아가도록 만들었다.


잠시, 예전의 그 따뜻했던 사춘기 소녀의 감성으로 말이다.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남편과 아이들에게 크리스마스 카드를 써봐야겠다.

각자가 좋아할 것 같은 카드를 골라서, 사랑을 가득 담은 마음을 전해보고 싶다.


그 예전, 내가 엄마와 아빠에게 보냈던 마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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