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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제 동상 다음은.. 금상 도전?

by 초마

"어머님, 5학년 동상이면 정말 너무 잘한 거예요!"


첫째, 초롱이는 2학년때부터 집 근처 한우리를 다니는 중이다. 초롱이는 한우리를 너무 좋아하고 재미있어하는 아이이다. 그래서 한우리는 내가 초롱이가 말을 안들을 때 써먹는 협박카드 중 하나이기도 하다.


"너, 말 안 들으면 한우리 다음 달부터 끊을 거야!"


물론 마음에도 없는 소리지만 아직 그걸 모르는 초롱이에게는 잘 먹혔다.


친구들과 하는 수업도 재미있기도 하지만, 워낙 책을 보는 것을 좋아하기도 하는 초롱이에게는 싫어할 이유가 없다. 처음에는 언니들이 쓴 글을 읽는다고 수업시간에 집중을 못한다고 선생님께서 연락이 오기도 했다.


수업을 집중해야 하는데, 언니 오빠들이 쓴 글들이 어떻게 썼는지 너무 궁금해서 선생님의 이야기보다 그 글들에 시선이 팔린 것이다. 선생님은 조금 일찍 와서 언니들이 쓴 글을 읽어보라고 하셨고, 초롱이는 그 이후로 수업시간 20분도 전에 가서 책도 고르고 언니들이 오빠들이 쓴 글을 하나하나 다 읽어보았다.


그렇게 초롱이는 책 읽기와 글쓰기에 재미를 붙여가기 시작한 것이 바로 한우리이다.





사실, 나는 너무 속독을 하는 초롱이가 걱정되어 한우리를 보냈었다. 이동 중에 책을 읽는데 너무 빠른 속도로 책을 휘리릭 넘기는 듯 보였는데 책을 다 읽었다는 것이다.


한번 더 읽으라고도 한 적도 많았지만, 과연 책을 제대로 읽는 것이 맞는지 의심이 가서 책을 펼치고 퀴즈를 내었다.

제법 어려운 단어들은 몰라도 의미는 표현할 수 있었기에 초롱이는 책을 읽은 것이 확실했다.


하지만, 나도 책을 빨리 읽는 편인데, 나보다 더 빨리 책을 읽는다는 것은 내 상식으로도 이해가 되지 않았고, 남편은 더더욱 이해하지 못했다.


그래서 초롱이와 나의 신경전이 시작되었다.


다 읽었다고 하는데 자꾸 다시 읽으라는 것이 화가 나는 초롱이와 제대로 안 읽을 거면 읽지 말라는 나의 싸움은 한우리를 보내면서 제대로 된 독서 습관을 잡아주도록 해야겠다는 나의 큰 다짐으로 끝이 난 줄 알았다.


"어머니, 초롱이는 정말 잘하고 있어요!

책을 빨리 읽는다고 해도, 수업 중에는 전혀 대충 읽고 오는 아이가 아니에요. 몇 번씩이나 잘 읽고 오고요. 요즘에는 수업 태도도 너무 좋아요. 게다가 토론수업을 할 때는 모두가 같은 주장을 하면, 초롱이가 나는 반대편 주장을 하겠다고 그래야 토론이 재미있다면서 토론을 이끌어 가기도 해요!"


"그런데 선생님, 초롱이가 여전히 책을 휘리릭 넘기듯이 읽는데, 이제 책이 어려워지고 있는데 괜찮을까요?"


"네.. 지금 괜찮아요! 좋아하는 책이니 더 눈으로 빨리 훑어서 읽는 것 같아요. 아마도 초등 고학년으로 가게 되면 더 꼼꼼하게 보아야 하고, 그건 스스로 알아가는 수밖에 없는데. 지금은 너무 잘하고 있어요!"


이렇게 선생님의 말을 들으면서 안심이 되기도 하지만, 또 여전히 책에 대한 나쁜 습관을 가지게 될까 봐 걱정이 되었다.


코로나 시기에 처음 접한 한우리독서올림피아드는 초롱이에게 큰 목표가 되었다.


어찌하다가 본 첫 번째 올림피아드에서 장려상을 시작했고, 같이 수업을 들은 친구가 동상을 받자, 내년에는 무조건 잘하겠다는 마음으로 더욱 열심히 책을 읽었던 것 같다.


그 후, 초롱이는 너무나 아깝게 금상 같은 은상을 받았던 것 같다. 문제 하나만 더 잘 맞았어도 금상이 될 수 있었을까? 생각해 보았지만, 아쉽게 틀린 것도 실력이니 다음에는 이런 실수 없도록 하자고 마음먹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올해는 코로나가 끝나고 처음으로 직접 고사장에 가서 시험을 치르는 한우리독서올림피아드였다.

나름 5학년은 책도 제법 어려운 책도 있었기에 기대도 하면서도 걱정이 되었다.


며칠 전, 결과가 나온다는 문자를 받자마자 사이트에서 확인해 본 초롱이의 점수는 "동상"이었다.


엄마인 내가 보기엔 1교시인 책의 내용을 파악하는 부문에서 반도 맞지 못했다는 것이 조금 화가 났다. 분명히 책을 읽었지만, 문제를 대충 보면서 휙휙 넘겼을 초롱이가 눈앞에서 그려졌기 때문이다.

꼼꼼하지 않고 덜렁대는 성격 탓에 충분히 맞을 수 있는 점수를 그냥 놓쳤다고 생각하니 안타까웠다.


그다음, 2교시는 구술로 쓰는 시험이 인데 서술형 문제에서는 20점 만점을 받았다. 그리고 독서록을 쓰는 것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은 것을 보고, 일단 선생님께 결과지를 송부했다.


"어머니! 이 점수가 믿기지가 않는데요!!!"


선생님께서는 나에게 두 가지의 의미로 말씀하셨다.

첫 번째는 나와 같이 1교시에 아무리 어렵게 문제를 꼬아서 내었다고 해도 반은 맞아야 하는 부분에서 너무 많이 틀린 것이다. 그리고 두 번째는 서술형에서 만점을 받았다는 것이 정말 놀랍다고 하셨다. 더욱이 독서록을 쓰는 것도 높은 점수를 받아서 이 부분에서는 정말 초롱이의 글쓰기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라 하셨는데, 역시 매의 눈 같은 선생님은 초롱이가 고쳤으면 하는 부분도 말씀해 주셨다.


"여기까지만 해야지! 그럼 뭐 대충 90점은 나오겠지?"


이런 마음으로 책을 읽고 공부를 하는 것 같이 느껴진다는 것이다.

자기가 목표를 하는 선을 넘기보다 여기까지면 됐어! 오늘은 여기까지!! 이렇게 스스로 선을 그어서 그 선을 넘으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고 하셨다.


이런 부분이 중학교에 가면 차이가 나고, 스스로 공부를 해야 하면서 알을 깨고 나와야 하는데, 몇 번 치다가 말아버릴까 봐 이 부분을 초롱이가 좀 더 노력했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그렇다고 해도, 초롱이가 동상을 받은 것은 너무나 잘했다고 하셨다.


엄마와 선생님의 모두 같은 마음으로, 내년에는 초등 마지막 도전이니 금상을 목표로!



생각해 보면 나도 중학교 때 중간고사나 기말고사 시험공부를 할 때, 어느 정도 했다 싶으면 그냥 자자! 하면서 책을 놓고 잠을 자곤 했던 것 같다. 지금도 그때의 나를 후회하고 있는데, 초롱이가 나와 같은 후회를 하지 않게 되길.. 그 선을 넘으면 더 높이 날 수 있는 하늘이 있음을 알려주고 싶다.


이제 사춘기가 시작되는 초롱이에게, 엄마의 마음도 그때의 너와 같았음을 말해주고 싶다.


"그런데, 초롱아 잘했어! 정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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