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콩이는 영어 듣기가 좋아!
초등 1학년 초콩이는 영어학원을 좋아한다.
누나인 초롱이는 유치원 다닐 때에도 그 이전에도 영어 영상이라고 하면 울면서 싫어했는데, 초콩이는 달랐다. 초롱이가 너무 싫어함을 경험한 후로 억지로 강요하지 않았는데, 자연스럽게 영어 영상을 보는 것을 좋아했다.
초콩이가 5살 정도 되었을 때는 유명한 영어교재 프로그램에 체험단으로 선정이 되어 책 3,4권을 받아보면서 영상으로 다양한 미디어를 접하는 프로그램도 있었는데 초콩이는 너무나 재미있어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영상을 보고 또 보기도 했고, 나중에는 나도 그런 것이 있었나 싶었는데도 패드에 즐겨찾기 해 놓은 사이트를 기억하고 틈날 때마다 보곤 했으니 영어를 좋아하긴 했다.
하지만 영어를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은 확실히 달랐다.
팔불출 기질을 만연한 나는 초콩이가 유치원에서 영어특강을 시켜달라고 노래를 부를 때부터 왠지 혼자만의 착각에 빠지곤 했다.
'영어에 관심이 많네? 그럼 영어도 좀 잘하려나?'
초콩이에 대한 기대가 컸지만, 이전 누나인 초롱이의 경험이 있었기에 나는 그냥 마음 편히 초콩이를 7살에 영어특강을 시키고, 6살 때까지는 한글과 수학을 공부하는 영재 특강을 이어갔다.
드디어 유치원 졸업을 하고,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초콩이는 누나가 다니는 영어학원에 우여곡절 끝에 형제찬스로 들어가게 되었다. 시기상으로 회사가 바빴던 터라 형제 우선등록기간을 놓쳐서 다른 학원을 가야 하나, 또 테스트는 어떻게 하나 학원 스케쥴은 어떻게 하나 등등의 걱정이 많았지만, 다행히 초콩이가 1학년에 들어가기 전 기적적으로 티오가 생겨서 초콩이도 누나와 같은 영어학원에 들어가게 되었다.
'그래, 초콩이는 영어를 좋아했으니 테스트도 잘 보겠지?'
이런 나의 기대는 단 한순간에 무너졌다.
초콩이는 그저 영어를 보는 것을 즐기는 아이였고, 그렇다고 영어를 잘하는 것은 전혀 아니었다.
같은 유치원 또래 친구가 생각보다 높은 단계에 올랐다고 해서 설마 하는 기대가 있었지만, 초콩이는 맨 처음 파닉스부터 배우는 Class에 들어갔다.
그나마 파닉스 맨 처음은 아니라 그것은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지만, 교재를 보고서는 과연 초콩이가 이 수업을 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되었다.
그렇게 영어학원을 다니면서 6개월이 지났고, 초콩이는 다음 단계로 올라가느냐 한번 더 기존 수업을 듣느냐의 기로에 서게 되었다.
선생님은 한 번 더 수업을 듣고 확실하게 다녀서 올라가는 것도 좋을 것이라 추천 하시기도 하셨지만, 짧은 시간 수업을 함께 하며 초콩이의 성향을 빠르게 파악하시고서는 초콩인 친구들과 함께 올라가는 것을 더 좋아할 것 같다고 하셨다.
만약 기존 Class로 stay 하게 된다면 영어에 대한 흥미가 떨어질 수도 있을지도 모른다는 우려와 함께 말이다.
나 역시 초콩이의 기질을 보았을 때,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초콩이에게 다음 단계로 가기 위해선 우리가 정말 열심히 책을 읽고, 복습을 잘해야 한다고 말을 했다.
"엄마, 나 당연히 친구들이랑 같이 올라갈 거야! 그리고 진짜 열심히 할 거야!!!"
사실 8월 시험을 잘 못 쳤기에 선생님께서 우려를 하셨는데, 초콩이도 열심히 노력을 해서 그런지 새로 올라간 가을학기에는 기대 이상의 점수를 얻었다. 선생님께서도 너무나 놀랍다고 하면서 이전에 초콩이가 맞는지 너무 기특하다고 칭찬 일색으로 전화상담을 해주셨다.
처음에는 영어학원 수업에서 Reading 수업이 있으면 늘 읽는 것을 잘 못해서 수업을 따라가기 힘들까 봐 집에서 몇 번이나 읽어보고 갔고, 다녀오면 처음부터 다시 읽는 복습을 했다.
처음에는 짧은 한 unit을 읽는데도 20분 이상 걸렸지만, 어느새 5개의 unit을 읽는데 10여 분도 채 걸리지 않게 되었다. 게다가 스스로 읽어가면서 자신감이 생기니 잘 모르는 단어가 보여도 일단 스스로 읽어보려고 노력하니 선생님이 예뻐하지 않을 수 없다고 하셨다.
"초콩아, 초콩이는 영어수업에서 뭐가 제일 재밌어?"
"엄마, 나는 스피킹 수업이 제일 재밌어!"
생각해 보면 초콩이는 늘 듣고 말하는 것을 좋아했다. 글을 읽고 쓰는 것은 조금은 어렵지만, 그래도 영어를 너무나 좋아하는 초콩이에게 재미있는 영어 애니메이션 영상은 색다른 재미를 주고 있는 것이리라 믿는다.
그리고 이번 학기, 새로운 책들로 3개월을 보내게 되겠지?
이런저런 일로 책을 늦게 주문했더니, 수업 시간 전에 책이 안 올까 봐 노심초사했던 초콩이는 오늘 배송이 된 영어책을 보더니 너무나 설레어한다.
마치, 새 학기에 새 교과서를 받고 어떤 것을 배울까 설레어했던 나의 예전 모습처럼 말이다.
이 책들로 재미있는 3개월을 보내주길 바라며, 지금 이대로 영어에 대한 관심과 흥미가 오래가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