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엄마, 안경 바꿨어? 너무 잘 어울려!

by 초마

"엄마, 안경 바꿨어? 너무 잘 어울려!"


수요일 축구까지 마치고 집에 들어서는 초콩이가 나를 보더니 말을 해준다.

역시 초콩이는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말과 기분 좋은 말을 가끔 해주는 편이다.


오랜만에 안경을 바꾸기도 했지만, 이전 안경은 짙은색 테 여서 색다른 분위기 전환으로 투명한 뿔테를 해보고 싶었다. 한동안 이런 테가 유행이기도 해서 뒤늦었지만 말이다. 나는 눈이 꽤 나쁜 편이라 안경을 맞추러 가면 기본 3번 압축을 해야 하기에 안경알 가격이 제법 만만치 않은 편이다. 그런데 지난번부터 다초점이 들어간 기능성렌즈를 맞추다 보니 안경알 가격이 후들후들하게 올라가서 쉽사리 안경을 바꿔야겠다고 말을 하기 어려웠다.


최근 들어 책을 많이 보고, 필사를 하다 보니 눈이 더 피로해졌다. 처음 다초점렌즈를 맞출 때 안경점 사장님께서, 2~3년에 한 번씩은 이제 점점 더 노안렌즈 쪽으로 바꿔야 할 것이라고 말씀해 주셨다.


'뭐 안경이야, 이제 내 눈이 더 나빠질 일이 있겠어? 그냥 또 와서 맞추라고 하는 거겠지.'


이렇게 생각을 하면서 다초점렌즈를 쓴 나는 또 한 번 신세계를 접하는 듯했다. 평소에 책을 보거나 할 때면 찡그리면서 초점을 맞추거나 해야 했는데, 한 번에 너무 또렷하게 잘 보이는 글씨에 나도 모르게 환호성이 나왔다.


그렇게 2,3년이 지났고, 초콩이의 거친 손 덕분에 나의 안경은 여기저기 긁히고 떨어지면서 안경알에 흠집이 많이 나기도 하고 코팅도 벗겨져서 그런지 그저 닦아도 더 닦아야 할 것 같았다.


"배똘! 당장 안경 맞추시오!"


초파가 더 이상 미루지 말고 바로 안경을 맞추라고 나를 재촉했다. 실은 나도 책을 보거나 할 때, 안구건조증이 심해서 그렇기도 하지만, 눈이 잘 안보이기도 해서 안경을 새로 바꾸고 싶은 마음이라 슬며시 미소 지으며 말을 했다.


"그럼, 내가 좀 싸다고 하는데 알아볼까? 우리 집에서도 가깝던데.."


그렇게 알아보던 중, 광교에 정말 가성비 최고라면서 싸게 해 주신다는 안경점을 발견했다. 네이버에서 후기를 찾아서 읽어보고, 블로그 후기도 찾아보았지만, 모두가 다 만족하는 안경점이었기에 믿져야 본전이겠지 하는 마음으로 초파와 퇴근 후 방문했다.


"나 이거 어때?"


내가 처음부터 원하는 스타일의 안경테는 수입안경테라 가격이 좀 나갔다.

처음 가격을 듣고, 너무 비싸다 싶은 마음에 가격이 좀 저렴한 국산테로 추천을 해달라고 했다.


그런데 이미 내 마음도 그렇고 내 눈도 영 다른 테는 눈에 들어오지 않아서 이것저것 손에 집었다 놓았다를 반복하기만 할 때, 다시 한번 초파가 나에게 슬며시 말한다.


"그 안경테가 제일 낫네. 마음에 들면 그걸로 하시오! 이 안경테는 예전에 하고 싶었던 그 테랑도 비슷한 것 같은데? 괜찮아!!!"


사장님이 아무리 할인을 많이 해주는 안경점이라고 해도, 안경테 값도 비쌌기에 나는 왠지 초파의 눈치가 보였다. 그나마 다행인 건 아직 내 노안의 진행상태가 빠르지 않아서 예전에 했던 기능성렌즈로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사장님은 그 렌즈를 내가 3년 전에 맞췄던 가격보다도 훨씬 더 저렴한 가격으로 주셨다. 왠지 초파에게 어깨를 으쓱하게 되었지만, 그래도 안경테 가격이 있으니 40여만 원이라고 해도 예상치 못한 지출이라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초파는 나에게 마음에 드는 안경을 해서 다행이라며 얼른 안경이 나와서 책 보거나 할 때 눈이 편해졌으면 좋겠다고 말을 해주니 그저 고마웠다. 그리고, 안경을 맞추고 집으로 돌아온 후 대략 1주일 정도가 지났다.


막상 테를 바꾸고 나니 나에게 잘 어울릴까? 이런 걱정에 안경점에서 오는 문자가 조금 두려운 마음이 들었다. 이제 와서 안경이 나에게 안 어울리면 어쩌지? 하는 마음에 걱정이 앞서기 시작했다.


"안경이 도착했으니 편하신 시간에 찾으러 오세요"


그리고 오늘 안경점에서 안경이 완성되었으니 찾으러 오라는 문자가 왔다.


새로운 안경은 나에게 더 환한 세상을 보여 주었고, 이전 다초점렌즈로 처음 맞춘 안경을 썼을 때와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해 주었다.


다만 나에게 너무 어색한 것이 문제였다.


"초파, 이 안경 잘 어울리는 것 같아?"


이런 바보 같은 질문이 또 있을까 싶었지만, 나는 초파에게 잘 어울린다는 말을 듣고 싶었나 보다.

초파 역시 이런 나의 마음을 알았는지 너무 잘 어울린다고 말해주며 나의 마음을 안심시켜 주었다.



초콩이 역시 현관문으로 들어서자마자 나에게 하는 말이 정말 괜찮은가? 하는 생각이 들게 해 주었다.


하지만...

영어학원에서 늦게 하원한 초롱이는 나를 보자마자.


"엄마! 엄마 안경 했어??????

옛날 안경은 어딨어? 그 안경 너무 이상해! 옛날 안경이 훨씬 나아!"


역시... 초 울트라 T는 나에게 교육을 좀 받아야 할 것 같다.


DAX-EhnVFe_L2WoLLw31dXgihqg.heic


keyword
월, 화, 수, 목, 금 연재
이전 02화이젠 보내줄게, 재벌집 막내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