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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보내줄게, 재벌집 막내아들

by 초마


나는 출퇴근 시간, 외근을 가는 이동 중에는 늘 오디오북을 듣는 편이다.


사실 책을 듣는다고? 오디오북이라니?

AI가 읽어주는 것처럼 어색한 것 아니야?


이런 생각을 단 한 번에 없애 준 것이 아마도 밀리의 서재로부터 시작되었던 것 같다.


나의 첫 오디오북은 밀리의 서재에서 들었던 '하란사'이다. 역사소설을 좋아하는 나는 조선의 여성독립운동가 하란사의 이야기에 푹 빠져들어 버렸다. 그렇게 나는 오디오북의 세계로 발을 들어서게 되었다.


대학 때 학교 가는 스쿨버스나 그 당시 버스에서 자주 들렸던 라디오 드라마로 무슨무슨 공화국 같을 거라고 생각했던 나는 어느새 이동 중에는 오디오북에서 들을 책을 먼저 고르고 출발하게 되었다.


그렇게 밀리의 서재는 전자책만이 아니라 오디오북에서도 빠져나올 수 없던 나는 본격적으로 윌라를 듣기 시작했다. 그 당시 윌라는 남편이 사용하던 국민은행 앱에서 한 달에 한번 추첨으로 받았던 서비스로 들었었다. 그렇게 꽤 오랫동안 윌라는 무료로 듣게 되다가 갑자기 윌라가 국민은행 앱의 서비스에서 빠지게 되니 나는 뭔가 잃어버린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게다가 무료로 들을 수 없다고 포기할 수 없는 윌라였다.

그래서 본격적으로 윌라를 정기결제해서 두 가지의 독서 플랫폼이 나에게는 든든한 양대산맥이 되었다.


둘 중의 하나만 선택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밀리의 서재에서만 들을 수 있는, 읽을 수 있는 책이 있었고, 윌라에서만 들을 수 있는 책이 있었다.

그래서 나는 윌라 연간구독을 최대한 경제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들을 찾았다.


그렇게 오디오북 서비스만 이용하던 나는 문득, 웹소설의 담장을 넘고야 말았다. 나는 웹툰이나 웹소설을 즐겨 보지 않았기에 당연히 웹소설이 탭도 살펴보지 않았었다. 그런데 그날은 왠지 살펴보고 싶어 졌고, 재벌집 막내아들을 발견했다.


'어? 이건 TV에서 드라마로 나온 거 아냐? 그게 끝 아니었나?'


드라마도 재미있게 보았는데, 그 드라마 이후의 이야기가 계속 연재가 되는 것 같았다. 그러니 문득 들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 1화를 듣기 시작했다.


이상하게도 주인공의 목소리는 드라마의 주인공인 송중기 배우의 목소리처럼 들렸다.

그러자 다른 성우들의 목소리도 드라마의 배역이었던 배우들의 목소리와 비슷하게 들리는 착각에 빠졌다.


처음에는 꽤 오랫동안 연재를 해 왔기에 7월은 출퇴근 시간뿐만 아니라 외근 중에도 계속 1.6배속으로 듣기 시작했으니 거의 하루에 짧게는 3시간에서 길게는 7시간 이상을 듣기도 했다. 아마 7시간까지 들은 날은 여행을 갔던 날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강원도로 떠나는 여행길에 이보다 더 반가운 여행친구는 없었을 테니까 말이다.


아이들이 자기들이 듣고 싶은 오디오북인 '의사어벤저스'를 틀어달라고 해도 안된다고 단호하게 잘랐다.


"엄마, 운전하면 힘드니까 엄마가 듣고 싶은 것 들으면서 갈 거야. 너희들은 각자 패드로 책봐! 초콩이는 엘리하이로 한국사영상 봐!"


밀리의 서재를 나보다 더 좋아하는 첫째 초롱이는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는 표정으로 나에게 아이패드를 가져갔고, 초콩이는 이 당시 엘리하이에서 한국사를 애니메이션영상으로 재미있게 만들어 놓은 신라시대에 푹 빠져 있어서 역시 입이 귀에 걸렸다.


모두가 좋아하고 만족하는 여행길 우리 집의 따로 또 같이인 순간이다.

남편 역시 휴대폰으로 본인이 보고 싶은 경제, 주식 강의를 듣고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 7월의 빠져들었던 시간이 지나고 나니 그동안 밀렸던 연재는 다 들었고, 그 이후부터는 월화수목금 연재되는 날 아침 출근길 나의 출근파트너였다.


어떤 날은 출근 중 거래처와 통하하거나 하면서 듣지 못해서 그다음 날 2편을 함께 듣기도 하면서, 매일의 쫄깃함을 즐겼던 너무나 재미있게 들었던 웹소설이 오늘 완결로 끝이 났다.


드디어 진도준이 할아버지의 자리인 회장자리에 취임하는 것으로 끝이 났고, 평소에는 듣지도 않던 배우들의 인사까지 듣고 싶었다.


웹소설에서도 내가 좋아했던 진도준 역, 오세현 역의 배우가 궁금하기도 했고, 아마 끝까지 보내고 싶지 않았던 나의 미련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늘 들으면서 아무리 다시 태어난다고 해도 이렇게까지 과거의 크고 작은 사건들을 기억하며 자기의 목표를 위해서 이용하고, 자기 것으로 만들었던 주인공이 새삼 대단하게 느껴졌다.


나라면, 내가 만약 20년 전의 누군가로 태어난다면 나는 과연 다르게 바꿀 수 있는 내가 될 수 있을까?


답은 절대 아니다!이다.

이런 설정 역시, 아마도 소설이니까 가능한 일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 내 인생에서 20년 전의 나로 다시 돌아가게 된다면? 나는 지금의 내 모습이 될까?

이 질문에는 확실히 대답을 하고 싶다.

내가 20년 전, 아니 10년 전의 나로 돌아간다면 나는 확실히 지금과는 달라진 모습일 것이다.

지금 내가 후회하는 것들을, 하지 않아서 미련이 남았던 것들을 바로 시작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 내가 이렇게 매일 글을 쓰는 이유 역시 같다.

10년 후 내가 또 후회하지 않길 바라기 때문이다.


우리의 인생은 언제나 크고 작은 후회가 있을 것이다. 우리는 오늘의 실패를 경험으로 내일은 성공할 수 있을 것이고, 그 덕분에 오늘보다 내일은 1cm라도 1mm라도 더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나는 더 이상 나이를 생각하지 않는다. 이미 백세시대를 말하고 있는 요즘, 노력해서 안 되는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시간이 조금 더 걸리겠지만, 대신 나에게는 시간보다는 더 큰 경험과 노하우가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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