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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6시부터 본격적으로 울리는 휴대전화

by 초마

내 휴대폰은 6시가 되면 쉴 새 없이 울리기 시작한다.


초등 1학년인 초콩이가 태권도에서 하원하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태권도 차에 타면서부터 전화를 건다.


"엄마 어디야?"


"응, 엄마 지금 가고 있지!"


"그럼 엄마 언제 도착해?"


"초콩이가 집에 가서 조금만 기다리고 있으면 엄마가 금세 갈 거야!"


"아빠는?"


"아빠도 퇴근해서 가면 7시가 조금 넘을 것 같아! 초콩이 엘리하이 보면서 있어!"





초콩이는 올해 초 1학년이 되고 얼마 되지 않아서 같은 아파트 단지의 할아버지에게 엘리베이터 앞 공동현관에서 추행을 당했었다. 한동안 집에 혼자 있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었고, 공동현관에서 혼자 집에 올라오는 것은 더욱이 절대 할 수 없는 일이 되었다.


초롱이가 1학년이 되기 위한 준비로, 나는 유치원 때부터 미리미리 혼자서 집에 올라오는 연습, 학교나 학원이 끝나고 엄마에게 전화하고 집에 있는 방법 등을 준비했었다. 그 덕분에 초롱이는 나의 걱정과 우려와는 달리 초등 1학년을 너무나 멋지게 잘 해내었고, 5월쯤이 되었을 때는 내가 그런 걱정을 했었었나? 싶은 생각을 했을 정도로 혼자서 집에 잘 올라오고 또 혼자서 잘 해내는 아이였다.


그래서 초콩이도 잘해 낼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 아들 엄마는 초등 1학년이 제일 힘들다고 했지만, 때로는 누나보다도 더 똘똘했던 모습을 보였기에 충분히 해 낼 것이라 생각을 했다.


그 사건이 일어나기 전까지만 해도 초콩이는 누나보다도 훨씬 더 빨리 학교생활과 학원에 적응을 하는 모습을 보여서 나는 안심을 했었다.


하지만, 3월이 채 지나기 전 일어난 그 사건으로 초콩이는 다시 엄마바라기가 되었고, 나는 1여 년간을 불안과 안쓰러움 그리고 초콩이 전화로의 피로에 지쳐가는 시간들로 보내게 되었다.


혼자서는 절대 공동현관을 지나치지도 못했던 초콩이는 여름방학이 지나고 가을이 되면서 다시 용감한 초콩이라며 치켜세워 준 덕분에 혼자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오는 것은 가능해졌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바뀌지 않는 것은 바로 저녁 6시가 되면 본격적으로 끊임없이 울리는 나의 휴대폰이다.


우리의 첫 대화는 항상 이렇게 시작한다.


"엄마, 어디야?"


"응, 엄마 이제 퇴근해서 가는 길이야. 초콩이...는?"


'는'이라는 말도 채 말하지 못했는데 전화는 이미 끊어진다.


그리고 1분 정도 후면 다시 전화가 울린다.


"엄마, 지금은 어디야? 몇 시에 도착해?"


"엄마는 지금 퇴근해서 가고 있어. 초콩이가 집에 도착하면 혼자 올라가서 있을 수 있지?

엘리하이 보고 있어!"


"응!"


여기까지면 나도 살짝 안심을 한다.

하지만 초콩이가 태권도 차에서 내리는 순간부터가 진짜시작이다.


"엄마, 어디야?"

"엄마 몇 시에 도착해?"

"엄마 지금 어디 지나고 있어?"


첫 번째 대답도 하지 못했는데 초콩이의 질문은 끝도 없이 쏟아진다.


"엄마 지금 가고 있으니까, 혼자 올라가 있어!"


"엄마, 나 집에 갈 때까지 같이 전화하면서 가고 싶어!"


여기서 전화를 그냥 끊으면, 또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르니 일단 알았다고 하면서 우리는 통화를 계속한다.


띠리링!

초콩이가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는 알람이 나의 휴대폰으로 울린다.

초콩이가 그 사건 이후, 지문인식이 되는 도어록으로 바꿔달라고 해서 큰맘 먹고 바꾼 도어록은 누가 들어갔는지 지문으로 들어갔는지, 번호로 열고 갔는지도 알려주는 제품이라서 더 안심이 된다.


"초콩아! 이제 손 씻고 엘리하이 보면서 엄마 기다려줘."


"응! 그런데 엄마, 끊지 말고 올 때까지 전화하고 싶어!"


별일이 없으면 집에 갈 때까지 초콩이와 휴대폰으로 통화를 해야 한다.

아무 말하지 않고 혼자서 엘리하이를 듣고 있더라도 갑자기 '엄마!' 부르면 바로 대답해야 안심이 되는 것을 알기에, 나는 내가 좋아하는 오디오북 듣는 것도 잠시 미루고, 소리 없어 보이지만 내가 전화를 끊었을까봐 가끔 나를 부르는 초콩이의 ‘엄마?’ 소리를 들으면서 집으로 향한다.


이 시기도 곧 지나가리라...라고 믿으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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