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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ylogic Mar 24. 2018

한글과 영문, 기호

한글만을 가지고 문장을 만들 수 있다면 좋겠지만, 외래어의 표현을 위해서 알파벳을 사용할 경우도 있고, 숫자와 기호를 함께 사용하는 것도 피할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 한글 폰트 파일에는 최소한의 기호와 알파벳이 기본적으로 포함되게 된다. (키보드에서 입력할 수 있는 영문 및 기호 94자는 최소한 포함)


처음 글꼴을 만들 때 각 기호의 상하 위치를 어디에 둬야 하느냐는 커다란 숙제였다.


지금도 그런지 모르겠지만, 초창기의 아래한글의 경우 대표 글꼴 이름을 만들고 한글, 영문, 한자 등을 서로 다른 폰트 파일로 지정하여 사용하는 것이 가능했다. 한글을 사용하며 다양한 영문을 사용하는 것이 필요하기도 했고, 당시만 해도 국내에서 유통되는 영문의 숫자가 그리 많지 않았다.

이럴 경우 기호의 위치가 한글과 맞지 않아 괄호가 한글의 중간 아래에 걸쳐지는 것과 같은 문제가 발생하기도 하였다.


앞서 "폰트 제작"관련 강좌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영문 폰트의 경우 그 디자인 형태에 따라 Ascent(기준선 상단 영역)와 Descent(기준선 하단 영역)를 구분하는 기준선을 놓고 그 기준선 위에 기본 알파벳을 위치시키고, g, p, q, y 등의 영문은 Descent까지 내려가는 디자인을 하는 것이 일반적인 형태이다.


영문 전용 글꼴의 알파벳과 기호의 위치

물론 영문도 그 디자인에 따라서 다양한 위치에 기호의 위치를 정할 수 있겠지만, 전형적인 영문의 상하 구조는 위에 보여준 형태를 가지고 있다.

반면에 한글에 영문을 포함한 글꼴의 경우 기준선에 대한 개념이 달라지게 된다. 물론 이 역시 디자인에 따라 다른 형태를 가질 수 있겠지만 한글과의 조화가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영문전용, 한글용 글꼴들의 영문 및 기호 위치


첫 번째 글꼴은 한글은 맑은고딕, 영문은 Microsoft Sans Serif이고,

두 번째 글꼴은 한글 전용 글꼴인 나눔바른고딕,

세 번째는 윈도우즈에 포함됨 바탕체이다.


한글 글꼴의 기호 위치 선정이 영문 전용 서체와 다른 점은 괄호와 쉼표 마침표 등이 한글과 중심선을 같이하고, 영문 기준선이 아래로 내려와서 대소문자의 발란스가 영문 전용과 다르게 느껴지게 된다. 이렇게 디자인을 하게 되면 g, y, p, q 등의 영문 소문자는 상대적으로 하단이 찌그러진 형태로 디자인되게 되는데(특히 위의 예에서 바탕체의 경우), 과거의 워드프로세서들이 Descent 밑으로 내려가는 글자들을 표현하지 않고 잘라 버리는 경우가 많이 있었고, 심지어는 그런 경우 몇몇 문서 편집기에서는 글자가 제대로 출력되지 않는 에러를 발생시키기도 하였다.


한글 글꼴에 포함된 기호와 영문은 한글을 가장 아름답게 표현할 수 있는 형태로 존재해야 한다. 처음 조판과 편집기의 기능을 공부할 때 일본에서 나온 수동 자판의 경우 영문과 일본어용 기호가 별도로 있는 것을 신기하게 생각했었는데 그 이유가 이러한 기호 위치의 차이였다. 초창기에 우리 회사에서 만든 폰트의 경우도 이러한 한글과 영문의 조화를 잘 맞추기 못한 것은 몹시 후회스러운 일이다.


데이터의 상호 교환이 많은 시대이므로 기호와 알파벳이 다른 나라와 다른 코드를 가지는 것은 불가능하겠지만, 최소한의 기호들이 한글 전용 영역을 차지하여 입력되고 출력될 수 있는 방안이 만들어진다면 영문과 한글을 모두 아름답게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러한 불편도 우리가 알파벳 사용 민족에 비하여 전산화를 늦게 하여 빚어진 불편의 한 가지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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