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손톱 깎아주는 내가 '보호자'지.

<아빠> 뇌경색에 걸린 아빠와 딸의 이야기

by 정겨움

난소에 5cm 혹이 있단다.


회사 앞 작은 산부인과 의사가 말하는 혹이 차라리 ‘똥’이길 마음속으로 바랬다. 그러나 큰 병원을 가서 재진을 받아도 혹은 혹이었다. 크기는 9cm로 최종 확정되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맞이하는 수술 앞에 한동안은 무기력했다. 네이버에 검색을 해서 수술 후기를 읽어보니 온통 아프다는 평뿐이었다. 두려웠다.


바람 빠진 풍선처럼 혹이 쪼그라들면 좋겠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혼자서 병원을 여러 군데 다니고 믿고 내 몸을 맡길 수 있는 의사를 찾았다. 회사에 병가를 내고, 인수인계를 힘들게 하고, 준비하고 있던 공연도 중도 하차했다.


무엇 하나 쉬운 게 없었다.


입원을 했다. 수술 동의서에 사인을 하니, 응급 상황 시 연락할 가족 및 친척의 연락처를 쓰라고 한다.


첫 번째 칸에는 엄마를, 두 번째 칸에는 동생을 쓰고 나니 더 이상 쓸 사람이 없다.


(간호사) 마지막 분까지 해서 세 분 채우셔야 해요.

(나) 더 쓸 사람이 없는데요?


아빠 번호를 적었다가 혹여나 연락이 갈까 봐 두려웠다. 아빠는 아직 내가 수술을 하는 사실을 모르기 때문이다.


아빠가 미리 걱정을 너무 할까 봐가 첫 번째, 두 번째는 서울까지 어떻게든 오겠다고 난리를 치면 피곤해질 것 같아 거짓말을 했다.


(나) 아빠, 나 내일부터 이틀 동안 연락 안 될 거야

(아빠) 왜?

(나) 그.. 저기.. 깊은.. 깊은 산골에 들어가. (내가 무슨 말을 하는 거지?)

(아빠) 깊은 산골? 거기가 어딘데

(나 : 당황하며) 그.. 깊은 산골 있어. 핸드폰 안 되는…

(아빠) 응 알았어.. 나.. 담주.. 에 이마트 갈 거야

(나) 알았어. 용돈 보내 놓을게


수술 당일 아침에 아빠 통장으로 용돈을 보냈다.

혹여나 수술 후 며칠 동안 통장 체크를 못하는 사이에 잔고가 부족할까 봐.


난소 혹을 떼는 수술하던 날 더욱 명확해졌다.

아빠의 보호자는 ‘나'이며, 아빠는 더 이상 내 보호자가 될 수 없음을.


이게 자연의 섭리다.

아장아장 아빠 손을 잡고 걷던 나는

아빠의 절뚝이는 걸음에 보조를 맞추며 걷고 있다.


어느새 아빠를 품어야 하는 다 큰 딸이 되었다.




아빠의 손톱과 발톱을 깎아 드린 지,
횟수로 8년이 되었다.

손톱 깎아주는 내가 '보호자'인 게다.
아빠는 내 손톱 이제 못 깎아 주니까:)



캡처.JPG 아빠의 손톱과 발톱은 바짝~ 깎아야 하는 고난도의 요구가 항상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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