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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IMF의 'AI와 한국경제' 연구에 대하여

한국은행-IMF의 'AI와 한국경제' 연구의 한계와 보완 방향

by 장재준 Feb 12. 2025


오늘 저녁, 언론사마다 일제히 한국은행과 IMF가 수행한 'AI와 한국 경제' 공동 연구(2025년 2월 10일)에 대한 보도를 했다. 이 보도를 접하고 상세한 연구 내용이 궁금해 해당 보고서를 구해 읽어보았다. 그런데 몇 가지 오류와 보완점이 눈에 띄어 이를 지적하고 보완 방향을 정리해 보고자 한다. 보도의 주된 내용은 다음과 같다.


해당 연구는 AI의 직업별 대체 가능성을 평가하기 위해 'AI 노출도'와 'AI 보완도'라는 개념을 도입했다. 기존 연구는 주로 'AI 노출도'에 초점을 맞추었지만, 이번 연구는 '보완도'라는 개념을 추가하여 연구했다는 것이다. 즉, 기존 연구는 인공지능에 의해 노출 빈도가 높고 낮음에 따라 직업 변화 가능성을 탐구했던 것과 달리, 이번 연구는 AI가 수행한 일을 인간이 개입하여 결정하거나 보완하는 정도를 뜻하는 '보완도'를 고려한 것이다. 연구에 따르면, 'AI 보완도'가 높은 직업군(의사, 변호사, 금융 전문가 등)은 AI 도입을 통해 생산성이 높아지고 임금 상승의 혜택을 받을 것으로 분석되었다. 반면, 'AI 노출도'가 높고 '보완도'가 낮은 직업군(예: 회계·경리 사무직, 통신 관련 판매 종사자 등)은 AI에 의해 대체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이 연구에는 몇 가지 간과된 부분이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효율도', 즉 생산성의 증가 효과다. AI로 인한 효율성 증가(즉, 동일 업무를 적은 인력으로 수행 가능해지는 효과)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 본 논고에서는 한국은행-IMF 연구의 주요 내용을 검토하고, 보완이 필요한 부분을 분석한 후, AI 도입이 노동시장에 미칠 더 넓은 영향을 평가하고자 한다.




AI와 한국경제: 한국은행-IMF 연구의 한계와 보완 방향


우선, 이번 한국은행-IMF의 'AI와 한국경제' 연구는 인공지능(AI)이 우리나라 노동시장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고 경제적 효과를 탐구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시도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시도는 인공지능의 대두로 급변하는 국민의 삶과 노동, 그리고 미래 산업을 대비하기 위해 더욱 많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은 의심할 나위가 없다. 그러나 이 연구는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은 몇 가지 중요한 한계를 가지는 것으로 보인다. 우선, 이 연구의 내용을 살펴보자.


I. 한국은행-IMF 연구의 개요와 한계


연구의 개요:

한국은행-IMF가 수행한 'AI와 한국경제' 연구 결과 전체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AI는 최근 급격한 기술발전을 통해 글로벌 혁신의 핵심 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는데, 특히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 중인 한국에서 더욱 중요한 경제적 의미를 지닌다.


2. 모형 시뮬레이션 결과, AI 도입은 한국경제의 생산성을 1.1~3.2%, GDP를 4.2~12.6% 높일 수 있는 성장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이는 고령화와 노동공급 감소로 인한 성장 둔화를 상당 부분 상쇄할 수 있는 수준이다.


3. 다만 AI 도입에 따른 생산성 증대 효과는 모든 기업에 보편적으로 나타나지 않고, 대기업과 업력이 긴 기업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이는 기업 간 생산성 격차가 더욱 심화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4. 국내 일자리 중 절반 이상(51%)이 AI 도입에 큰 영향을 받을 것이다. 전체 근로자의 24%가 AI로 인해 생산성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높은 노출도, 높은 보완도” 그룹에 속하며, 27%가 AI에 의해 대체되거나 소득이 감소할 가능성이 큰 “높은 노출도, 낮은 보완도” 그룹이다. 또한 "낮은 노출도, 높은 보완도" 그룹인 의사, 변호사와 같은 전문 직종은 오히려 소득이 늘어나는 등, AI도입의 혜택을 받는 그룹이 될 것이다. 특히 여성, 청년층, 고학력·고소득층에게 AI는 위기이자 기회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내 노동시장의 경직성과 이중구조는 근로자의 원활한 일자리 전환을 가로막는 요인이다.


5. 마지막으로 한국은 선진국 대비 우수한 디지털 인프라와 혁신 역량을 보유해 AI 도입에 대한 준비가 잘 되어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AI 준비 지수 165개국 중 15위). 그러나 인적자본 활용과 노동시장 정책측면에서는 개선의 여지가 크다고 판단된다. 교육 및 재훈련 프로그램을 통해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제고하는 동시에 취약계층을 위한 사회적 안전망을 강화하는 맞춤형 정책(targeted policies)이 필요하다.


이 연구는 특히, 4번 영역이 연구의 핵심이라 볼 수 있다. 우리나라 노동시장 내 AI의 영향을 분석하기 위해 'AI 노출도'와 'AI 보완도'라는 개념을 도입했다. AI 노출도는 특정 직업이 AI에 의해 대체될 가능성을, AI 보완도는 AI의 영향을 상쇄하거나 활용하여 오히려 생산성을 높일 가능성을 의미한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AI 노출도와 보완도의 조합에 따라 다음과 같이 직업군이 크게 네 가지로 분류된다.


고노출·저보완 직업군: AI에 의해 대체될 가능성이 높고, 보완할 가능성이 낮은 직업 (예: 단순 사무직, 콜센터 상담원)

고노출·고보완 직업군: AI의 영향을 크게 받지만, AI를 활용하여 생산성을 높일 가능성이 높은 직업 (예: 금융 전문가, 연구원)

저노출·고보완 직업군: AI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 않으며, AI와의 협력을 통해 효율성을 증대할 수 있는 직업 (예: 의사, 변호사)

저노출·저보완 직업군: AI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 직업 (예: 일부 서비스직, 육체 노동직)


연구의 한계: 

앞서 언급한 대로 이 연구는 몇 가지 한계를 가지는데 그것을 자세히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AI의 발전 속도와 산업별 도입 속도, 규제 환경을 충분히 반영한 것인가 하는 의문이 있다. 연구에서는 특정 직종이 법적, 윤리적 이유로 인해 AI 도입이 지연될 수 있음을 인정하고 이러한 요인이 높은 직종을 'AI 보완도'가 높은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런데 이는 AI의 발전 속도에 따른 궁극적인 도입 가능성과 장기적 영향을 충분히 반영한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보완이 필요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의료·법률 분야에서 AI 도입이 기술적으로 가능하더라도, 법적·윤리적 문제로 인해 도입이 늦어질 수 있다. 의료 분야에서 AI 기반 진단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의료 행위의 법적 책임, 환자의 데이터 보호, 의료 오류 발생 시 책임 소재 등의 문제가 도입을 저해할 수 있으며 법조계에서도 AI가 법률 자문이나 계약 검토를 수행할 수 있지만, 법적 판단의 최종 책임이 인간에게 남아야 한다는 규제적·윤리적 이슈가 존재하므로 이에 따라 AI 도입 속도가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따라서 변호사, 의사와 같은 직종은 이러한 논리에 의해 '노출도'와 '보완도' 모두 반영하면 저노출, 고보완 직업군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이러한 직업 특성이 지속될 것인지 여부는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 보완도가 높다는 것은 현재 AI가 인간의 결정을 완전히 대체하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만, AI가 발전하면 인간이 개입할 필요성이 줄어들 수 있다. '보완도가 높은 직업'이 시간이 지나면서 '보완도가 낮은 직업'이 될 수도 있으며, 이에 대한 시나리오 분석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AI가 법적·의료적 판단을 인간보다 더 정밀하게 수행하면, 인간 전문가의 역할이 점진적으로 축소될 수 있다. 즉, 인공지능 기술이 현재보다 획기적으로 발전하여 인공지능이 제시하는 결과값이 인간보다 월등히 우월하다면, 결국 인간은 이를 선택할 수밖에 없으므로 '보완도'마저 가치가 떨어질 수 있다. AI가 법률·의료 판단에서 인간보다 신뢰성을 갖춘다면, 인간의 개입이 오히려 방해 요소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둘째, 직무의 변화에 대한 반영이 부족하다. AI가 단순히 인간 노동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직무를 변화시키는 방식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AI 도입은 기존의 직무를 없애기보다는 직무의 재구성을 초래한다. 예를 들어, AI가 신사업 기획 분석 업무를 자동화하더라도 신사업 기획자의 역할이 단순히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AI가 제공하는 분석 결과를 해석하고, 경영자나 관계자들과 커뮤니케이션 및 협력하여 전략적 판단을 내리는 역할로 변할 수 있다. 의료 분야에서도 AI가 영상 판독을 수행하더라도, 최종 진단과 치료 계획을 수립하는 것은 여전히 인간 의사의 몫일 가능성이 크고 AI를 도입하여 높아진 업무 효율로 환자와 커뮤니케이션하는 업무 비중이 늘어날 수 있다. 따라서 AI 도입이 단순 대체가 아니라, 업무의 본질과 속성을 변화시키는 방향으로 이루어질 것이라는 점을 고려한 연구가 필요하다.


셋째, AI 도입이 전체 경제에 미치는 거시적 영향을 제한적으로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AI는 개별 기업과 산업 차원에서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경제 전체의 생산성과 고용 구조를 변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AI가 기업의 생산성을 향상시키면 단기적으로 기업의 비용 절감과 이익 증가로 이어질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노동시장 내 일자리 감소, 실업률 증가, 소득 불평등 심화 등의 문제를 초래할 수도 있고 늘어난 실업율로 인해 경제 전체에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 또한, AI 도입으로 인해 특정 산업이 급격히 성장하면서 산업 간 불균형이 심화될 가능성도 있다. 이에 따라 정부의 정책적 대응이 필요할 것이며 이에 대한 방향 모색이 요구된다.


넷째,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AI의 생산성 향상 효과로 인해 특정 직업군 내 경쟁이 심화될 가능성을 간과했다. AI가 생산성을 극적으로 향상시킴에 따라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인력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는 결국 이 연구가 예측한 것과 달리, 고소득 전문직조차 경쟁이 심화되고 노동시장의 불안정성이 증가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예를 들어, AI가 의료진의 업무를 보조하는 수준을 넘어 진단과 치료 계획 수립의 일부를 담당하게 되면, 병원에서는 의사의 신규 채용을 줄이고 기존 인력을 재배치하려 할 것이다. 즉, 기존에 5명이 수행하던 업무를 숙련도가 높은 한두 사람이 담당하는 일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는 신규 의사들의 취업 기회를 감소시키고, 기존 의사들 간의 경쟁을 더욱 치열하게 만들 가능성이 있다. 법조계에서도 AI가 계약서 검토, 법률 리서치 등의 업무를 자동화하면 신입 변호사들이 수행할 수 있는 기초적인 업무의 필요성이 줄어들어, 법률 시장 내 경쟁이 더욱 심화될 수 있다. 따라서 AI의 도입이 특정 직업군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기존 직업군 내 경쟁을 격화시킬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II. AI 도입과 노동시장 구조 변화: 단순 대체가 아닌 효율성 향상


AI는 단순히 특정 직업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직업의 구조를 변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즉, AI의 도입은 노동의 양적 변화뿐만 아니라 질적 변화를 동반한다. 대표적인 사례로 법조계와 의료계를 들었지만 이는 전 산업 부문에서 일어날 것이다. 과거에는 여러 명이 수행하던 업무를 AI가 지원하면서 1명만으로 동일한 업무를 수행할 수 있게 될 가능성은 지식과 경험, 창의성을 필요로 하는 모든 직종에서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AI 기반 데이터베이스, 자동 분석 도구, 생성형 AI 시스템 등의 발전은 생산성을 크게 향상시킬 것이다. 마찬가지로, 의료 분야를 예를 들면, AI가 영상 판독, 진단 보조, 처방 제안을 자동화하면 의사의 업무 부담이 줄어들고, 결과적으로 숙련의의 고용 요구가 하락하고 신규 의사의 수요가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AI가 대체하는 직업군뿐만 아니라, 전통적인 직업 개념으로 AI 보완도가 높다고 평가받는 직업군에서도 노동 수요 감소 및 경쟁 심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 즉, 기존 연구가 예측한 것처럼 의사·변호사와 같은 직업군이 보호받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경쟁이 심화되고 일자리 안정성이 줄어드는 방향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큰 것이다.



III. AI가 가져올 경제적·사회적 영향


따라서 AI 도입으로 인해 생산성이 증가하면, 노동시장 내에서 몇 가지 주요한 변화가 예상된다.


고숙련 직업군의 경쟁 심화: AI 보완도가 높은 직업조차 노동 수요 감소로 인해 경쟁이 심해질 가능성이 크다.          

노동시장 내 양극화 심화: 고숙련 인력 중 일부는 AI를 활용해 생산성을 극대화하지만, 그렇지 못한 인력은 도태될 가능성이 있다.          

신규 일자리 창출의 불확실성: AI가 사라진 일자리만큼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것인지에 대한 실증적 증거는 부족하다.



맺으며.


한국은행-IMF AI와 한국경제 연구는 AI가 노동시장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는 의미있는 시도이지만, 몇 가지 중요한 한계를 보인다. 이것은 앞으로도 이러한 연구가 다각화 되어야 하며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함을 시사한다. 특히, 이 연구가 AI가 노동 수요 자체를 줄여 경쟁을 심화시킬 가능성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다는 것은 인공지능과 직업 변화를 경제적 측면만을 고려할 것이 아니라, 산업, 노동, 사회 등 전방위적이고 다학제적인 연구의 필요성이 증가함을 뜻한다. AI의 도입이 단순히 특정 직업군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전반적인 노동시장 불안정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반영한 보다 정교한 연구가 필요해 지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노동시장의 변화를 예측하고 정책적 대응을 모색해야 하며, 특히 AI 활용 교육, 노동시장 안전망 강화 등의 정책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AI가 가져올 변화는 단순한 직업 대체가 아니라, 근본적인 노동시장 재편이라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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