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생각브레이커 Jun 01. 2021

원룸에 사는 집주인이 행복한 이유

나는 34살 원룸에 사는 집주인이다.

보통 집주인은 주인세대에 살지만 돈이 부족했던 나는 주인세대는 전세를 주고 원룸에서 살고 있다.


어디서 사세요?

원룸에서 살아요~

"아...그렇구나"

(차도 없어서 더욱 그런 반응인듯 하다)

34살 적지도 많지도 않은 나이지만 으레 물어보는 질문에 답하면 다들 비슷한 반응이다.

답변을 조금 포장하면 다른 반응이 나오기도 한다.


"어디서 사세요?"

"꼬마빌딩 하나 사서 살고 있어요"

"어떻게요?"

"얼마에 사셨어요?"

등등 이후 질문들이 쏟아진다.


3년전 다가구 구입이후에 여전히 나는 원룸에 살고 있다고 말한다. 사실이니까..ㅎ


주변에 지인들과 우연하게 나의 상황을 아는 사람들은 왜 그렇게 사냐고 물어본다

다가구 구입할때 들었던 돈은 10년간 모은 약2억원 남짓이였다.(대출이 훨씬 더 많다 ^^)


나는 철저한 흙수저였다. 10년간 2억 모은 얘기는 나중에 자세히 쓸 예정이다.

제일 많이 받는 질문중 하나기에..


당시 그 돈이면 2018년도 분당에서 20평대 아파트를 대출 받아 사기충분한 돈이였다.

(현재 시세 기준 10억이 넘어간다)


어떤 투자 관점 의미에서는 실패라고 생각할수 있지만 나는 전혀 그렇지 않다.


비록 원룸에 살고 있어 공간이 좁은 탓에 불편한점도 있지만

나는 지금 매우 행복하다.(계절마다 옷을 본가에서 가져오는건 매우 큰 단점이긴 하다.)

임대료 수익나느게 너무 부럽다고 사람들이 말한다.

물른 행복한 이유에 임대료도 있지만 내가 행복한 이유는 따로 있다.


우리집은  4인가족 이다.

내가 20살이 넘어야 가족에 첫 차가 생겼다.

균대 전역 이후 생애 처음 4살 터울 형과 따로 쓸수 있는 작은 공간이 생겼다.어머니는 평생 전업주부셨고 아버지는 벌이가 들죽날죽한 노가다 꾼이였다.


찢어지게는 아니였지만 돈이 없어 포기했던 일들이 참많았던 어린시절이였다.

그 덕에 자립심을 키우고 20살이후 일을 지금까지 쉬어본적이 없다. 당장 핸드폰비 만큼은 냈어야 됬다.

피곤했지만 지금의 결과가 있어서  행복하다.


뭐든 그렇듯 소유를 통한 행복은 잠깐이면 사라 진다.처음 다가구를 사고 너무 행복했지만 단순히 집을 샀다는 행복자체는 오래가지 않았다.실제로 세입자들과 트러블이 있을때 아파트를 살껄이라는 후회도 많이 했다.

내가 원룸에 살면서 가장 행복한 이유는 나와 비슷한 환경의 사람들에게 작은 도움을 줄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집도 4인가족 원룸에서 시작했다.월세로 살았는데 월세가 밀리기 일쑤였다.

당시 상처 받은 말이 아직도 마음에 남아 있다.밀린 월세에 화가난 주인 아줌마의 인식공격 발언들이  어렸지만 비수처럼 꽂혔다.


"자식 새끼들 한테 좋은거 가르친다"

"이 돈도 못내면 어떻게 사느냐 " 등등


집주인이된 지금 생각해보면 왜 그렇게 까지 했을까 싶다. 한번은 집에 가는 나를  붙잡아 두고

"니네 부모님 처럼 무책임한 사람 되지 않기 위해서 열심히 일해야 된다"

거지같은 충고 아닌 충고를 듣기도 했다.



그때 받은 상처가 한으로 남아 10대중반부터 돈을 벌면 친구들이 직업을 꿈꿀 때 나는 다가구집주인 꿈이자 목표였다. 단순 하게 집주인 눈치 보지 않고 세입자를 업신 여기지 않는 주인이 되어야지 생각했다.


현재 우리집에 사시는 12가구는 내가 원룸에서 살고 있는걸 알고 있다.나는 세입자들을 존중하려고 노력한다. 세입자분도 이런나를 존중해주려 한다.


물론 초반에 우여곡절이 많았다. 악성세입자때문에 한동안 괴로웠었다. 노하우도 쌓이고 대처 방법도 능숙해지면서 현재는 악성세입자 없이 평화롭다. 세입자와 계약하기 전에 무조건 만나서 대화해본다는 원칙이 가장 효과가 있었다.기분 나쁘지 않는 선에서 면접 아닌 면접을 보는 것이다. 현재 살고 있는 분들에게 불편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에서 하게 되었다.


10년간 전세로 살고 계신 한분은 여기 집이 너무 좋다고 자발적으로 주차장관리를 해주시기도 한다.

(물론 전세값을 올리지 않았으면 좋겟다는 말을 항상 하신다)

한번은 갑자기 사정이 어려워 집이 필요했던 후배에게 3개월간 공짜로 빈방하나를 빌려줬다.진심으로 고마워 하는 후배를 보면서 내가 무언가 대단한 사람이 된것 같은 자존감이 올라 갔다.


지금 내가  행복한 이유는 베풀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는 것이다.

크면 크고 작은면 작은 약2억이란 돈으로 이렇게 베풀면서 존중 받으면서 살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내 부족한 머리에서는 다른 방법은 없었다. 결론은  원룸에서 사는 집주인이 되기로 선택했다.

나는 지금도 명절,추석이면 부족하지만 월세를 살고 계신 분들에게 자그마한 쪽지와 선물을 걸어 드린다.

일종의 고객관리 차원(?)이기도 하다. 답례로 주시는 분들도 계셔서 설날 추석이면 인싸가 된것처럼 작은 원룸앞에 선물들이 쌓인다.


가끔 혼자 원룸 사는거 안타깝다고 먹을 것과 과일을 가져다 주신다.

이런 베품과 나눔의 문화를 만들수 있는 선택권이 나에게 있는게 나는 너무 행복하다.


원룸을 내맘대로 꾸밀수 있다는것도 하나의 장점이다. ㅎ

도배,페인트,가구배치 등등 내맘대로 할수 있으니..최대한 갬성을 가지게 꾸미는것도 재미가 있다.

눈치 안봐도 되니까..ㅎ


작은 목표는 내년쯤에는 이제 원룸에서 탈출해서 투룸으로 이사를 가는게 목표이다.

모두가 아파트를 목표로 집을 사고 있는 시대에 자신만의 관점으로 거주공간을 들여다 보는것도

좀더 넓은 시야를 갖게 되는게 아닐까 생각한다.


'구해줘홈즈'라는 프로에서 한가지 깨달은게 있다.모두가 아파트를 원할때 자기만의 0세권을 만들라는 이야기가 나에게 울림처럼 다가왔다.주거 공간의 가치를 각자의 가치관에 따라 바꿔 생각해보는것도 삶을 좀더 여유있게 바라 볼수 방법이라는것을 알게 되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