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생각브레이커 Jun 08. 2021

벤츠 타는 월세 세입자는 어떤 사람일까?

3년 동안 다가구를 운영하면서 기억에 남는 세입자들이 있다.

얼굴 한번 제대로 못 보고 아무 문제없이 지내는 세입자가 대부분이지만

꼭 1년에 2~3명 내외로 독특(?)하신 분들을 만나게 된다.


그중 한 명이 월세 사는 50대 남성 벤츠를 끄시던 세입자이다.

이분이 눈에 들어온 건 당연히 고급 외제차였다.

보통 카푸어는 몰지 못하는 고급 시리즈였다...

(나는 아직도 차가 없다..ㅎ)


1억 원 상당의 차량을 타고다니는 분이 월세 30만 원짜리 방에 들오 온다는 건 

궁금증을 유발했다. 개인 프라이버시가 있기에 딱히 사정은 묻지 않았다.


신경 쓰이기 시작한 건 하루가 멀다 하고 오는 전화였다.


"수압이 마음에 안 든다"

"베란다에 물이 새는 것 같다."

"위쪽에서 층간 소음이 들린다"

"주차장 관리가 제대로 안된다"

"방충망이 너무 허술하다"


입주하고 한 달 동안에만 다섯 통이 넘는 전화를 했다. 처음 있는 일이 였다.

게다가 그방에 살던 이전 세입자에게 한 번도 받아 본 적 없는 불만사항이었다.


'벤츠 타는 사람이 왜 이렇게 쪼잔해.."

처음에 이것저것 태클을 거는 세입자가 너무 짜증이 났다.

하지만 내 건물 이니까.. 라는 마음으로 최대한 원하는 대로 해주었다.


그래도 좋았던건 주차장 안쪽에 처음으로 세대마다 번호를 공개해서 붙여 놓았다.

서로서로 다른 차량을 관리할 수 있도록 했다.

벤츠 타는 아저씨의 아이디어였다.

귀찮았지만 주차장 관리를 서로 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아 진행했다.


여기까지 조금 예민한 분, 그래도 이것저것 피드백들을 고쳐야지 라는 생각을 했다.

월세가 밀리기 전까지... 말이다.


50대 넘는 남성분들을 세입자로 잘 들이지는 않는다.

문제가 생겼던 적이 많았기 때문이다.

직업이 불분명하거나 꼬투리를 잡고 월세를 깎으려고 하는 분들도 있었다.


하지만 고급차량을 끌고 말도 잘한다는 부동산을 말을 믿고 계약했다.

그런데... 이것저것 불평불만하시면서 월세 입금은 제대로 되지 않았다.


문자를 보내도 묵묵부답

내가 정말 화가 났던 순간은 월세 입금 문자에는 답이 없다가

세탁기 고장 났다는 전화는 즉각 바로 한 모습이었다.


자신의 의무는 다 하지 않고 권리만 주장하는 태도..

상당히 마음이 불편했지만 어르신이라 사정이 있겠지 하고 넘어가곤 했다.

그러다 1달 이상 밀려 있는 상황에서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서 찾아뵙기로 하였다.

자신은 밤에만 연락된다는 얘기를 종종 듣고 밤에 무작정 집으로 찾아갔다.


"집주인입니다. 저번에 누수 문제 확인하러 왔습니다."

티비를 보시던 아저씨가 문을 열어 주었고 집에 들어갔다.


집에 들어가자 마다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지 바로 알 수 있었다.

벤츠 타고 작은 월세방 사는 아저씨는 건축업을 하시는 분이 셨다.

개인 물품보다는 작업복이 널려 있었고, 연장들도 문 앞에 놓여 있었다.

아버지가 노가다꾼이었던 나는 아버지와 익숙한 모습을 보고 단번에 알 수 있었다.


"건축일 하시나 봐요?"


말 한마디에 아저씨는 자신을 건물 짓는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전국 방방 곡곡 다니면서 건물을 짓기도 하고 부시기도 하고 현장을 돌아다닌다고..

월세 살이 하는 이유도 이번에 우리 집 근처에 공사하는 곳이 자신이 현장이라고 했다.


월세가 밀린 건,, 공사대금을 받지 못하고 일이 정신이 없어서 자꾸 깜빡했다고 했다.

그러더니 눈앞에서 이번 연도 월세를 한꺼번에 지불해 주었다...  허탈했다.

아저씨의 고향은 서울 사람이고 강남에 아파트가 있는 부자였다.


진상 아닌 진상짓(?)에 월세도 제대로 입금하지 않아

소위 말하는 나이 먹은 카푸어구나..라고 생각했던 내가 부끄러워졌다.


알고 보니 월세방에 고장 나고 오래돼서 낡은 것들을 자신의 솜씨(?)로 고쳐주기도 했다.


벤츠 타는 진상 세입자에서 능력 있는 건축업자 세입자로 달리 보이는 순간이었다.


'아 나는 아직 멀었구나..'라는 생각했다.


여러 사람들을 보며 섣불리 판단하지 말아야지라고 생각했었는데 내공이 부족함을 느꼈다.

다행히 전화할 때마다 공손히 얘기하고 일을 처리해준 거에 아저씨는 좋게 봐주셨다.

혹시나 건물 부시고 새로 지을 생각 있으면 연락 달라고...ㅎ


다시 한번 겉으로 판단하면 안 된다는 것을 배우는 사건이었다.

평소에 잘해 놓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배웠다.


여러분들도 혹시 겉만 보고 잘못 판단한 적이 있으신가요?? ㅎ








이전 01화 원룸에 사는 집주인이 행복한 이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