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에서 만난 인연
감기에 걸려 몇 날 며칠을 골골거리던 때에, 유독 목, 기침감기가 심하게 들어 계속해서 국물 요리가 생각이 났다. 2주 차까지 한식이 한 번도 생각나지 않았건만, 국물 요리는 그렇게 생각이 났다. 그때 아마 한식은 국물 그 자체였음을 그 순간 느꼈던 것 같다.
그중 나와 친하게 지내던 친구인, 베트남에서 요가 강사를 하고 있던 투엣과 외출을 하며 먹었던 쌀국수가 자꾸만 생각이 났다. 한식은 아니지만 그 쌀국수 국물이 내 영혼까지 치료해 줄 것만 같았다. 나는 투엣에게 요가원 저녁을 넘기고 나가서 전에 먹었던 쌀국숫집에 다녀오겠다고 했다. 그러자 투엣은 혼자 나가면 위험하니 같이 가자며 나를 이끌어주었다.
아픈 와중에 따뜻한 마음씨를 마주하니 눈물이 찔끔 날 것 같았다. 그날 저녁 그랩을 잡고 나란히 우붓 시내로 향했다. 투엣과 쌀국수를 먹으며 한참 많은 이야기를 했다. 그 친구는 나보다 나이가 한두 살 더 많았고 태어난 곳이 달랐지만 어딘가 모르게 나와 닮은 구석이 많았다.
비수도권에서 태어났지만 부모님으로부터 떨어지는 게 좋을 것 같다는 판단이 서 수도로 향했다는 부분, 또 결혼을 원치 않고 독립적으로 삶을 살아가길 희망하는 부분. 이런저런 부분이 나랑 많이 맞았다. 속마음이나 가정사도 나누나 보니 참 우리는 불효녀들이구나 하며 웃기고도 슬픈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그렇게 투엣과는 급속도로 친해지게 되었다.
투엣과 나는 또 다른 공통점이 있었다. 바로 완성하고 싶은 아사나가 같다는 것. 바로 핀차마유라아사나. 둘 다 머리서기는 꽤 잘되었지만 핀차는 전혀 감을 잡지 못하고 있었다. 머리서기(살람바 시르사아사나)는 머리를 바닥에 두고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며 중심을 단단하게 잡을 수 있지만 핀차는 팔로만 바닥을 지지하고 머리를 들어야 해 팔과 어깨의 힘이 많이 필요한 자세이다. 둘 다 암발란스도 무리 없이 했지만 팔과 어깨로 몸통의 균형을 잡는 게 쉽지 않았다.
우리는 쌀국수를 먹으며 남은 몇 주간 맹연습을 해보자며 마음을 다잡았다. 요가를 하며 도반이라는 존재가 없는 것이 너무도 아쉬웠는데, 나는 발리에서 비로소 도반을 만난 것 같았다.
여태껏 요가는 혼자서 하는 운동이라서 좋다고 생각했는데, 어느샌가 나는 함께 성취와 아픔을 나눌 사람을 찾고 있었다. 결국 사람은 혼자보다, 함께일 때 더 멀리 가는 존재인 것 같다.
지금도 나는 인스타그램에서 매일 핀차를 연습하는 투엣을 보며, 그날의 저녁과 그때의 마음을 함께 떠올린다. 그리고 나도, 언젠가는 해내리라고 조용히 다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