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의 아침해와 요가

그리고 몸이 완전히 망가져버리다.

by 시골쥐 아무개


매일 같은 일상이 반복되던 어느 날. 나는 여전히 콜록콜록 기침을 하며 몸이 낫기를 간절히 기다렸다. 하지만 생각보다 추운 날씨에, 온전한 휴식을 취하지 못하는 나날들이 반복되며 몸은 나을 기미가 없었다. 그리고 다가온 아침 요가의 날. 이번에는 우붓에서 조금 떨어진 바닷가에 가 야외요가를 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곳에서 나는 몸이 완전히 망가져 버렸다.


발리에 왔지만 웃기게도 바다를 보지 못했던 차에, 해변에서 하는 요가는 좋은 경험이었다. 화산활동으로 인해서인지 내가 간 곳의 바다의 모래색은 칠흑같이 검은색이었다. 바다가 있는 동네에서 나고 자라 몽돌이 있는 해수욕장만큼 특이한 곳은 없으리라 했지만 새까만 모래를 보니 그것도 아니었다.


모래들은 찰기가 있어 물과 합쳐지니 꽤 단단한 진흙 같았다. 아침해가 어스름하게 뜰랑말랑하는 바닷가는 신비한 느낌이 들정도였다. 모두들 요가원에서 준 요가매트를 하나씩 들고 일출을 감상했다. 잠도 덜 깬 채로 끌려왔지만 뜨는 태양을 보니 정신도 함께 깨이는 듯했다. 모두들 비슷하게 느끼는 듯했다.




우리는 그곳에서 둥글게 모여 가운데에 서서 큐잉을 하는 선생님을 따라 간단한 빈야사를 진행했다. 날이 추워 숄을 칭칭 감은 채 약간은 하는 둥 마는 둥 따라 하니 점점 요가매트로 침범하는 모래를 신경 쓰게 되었다. 야외요가의 현실인가 하며, 설마 이게 나의 마지막 야외 요가일까 온갖 생각을 하며 요가에 집중하려 애썼다.


큐잉을 도와준 선생님은 두 분으로, 우리의 담임 선생님 역할을 하시는 인도인 요가 선생님과 그의 파트너인 폴란드인 요가 선생님이 있었다. 두 분은 얌전한 빈야사를 마치시고는 서로의 몸에 의지해 서커스와 같은 아사나를 시연하셨다. 빙 둘러선 우리는 한 편의 공연을 본 듯 박수를 쳤다. 그러나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시연을 마친 선생님은 웃으며 말씀하셨다.

"이제 여러분들의 차례다."


이것 또한 요가의 한 종류였다. 바로 아크로바틱 요가. 인스타그램에서나 보던걸 내가 해야 한다니, 또 이 요가는 서로가 서로를 믿어야만 해낼 수 있을 법했다. 나는 일단 내 옆에 있는 친구 아무를 붙잡아 시도해 보았다. 그런데 웬걸. 생각보다 잘되었다.


나를 온전히 받쳐준 친구, 투엣과 발박수를 함께한 친구, 플로렌스


아픈 줄도 모르고 난생처음 시도해 보는 요가를 해보니 도파민이 돌았는지 척척해냈다. 너무 신이 나서 아침해가 중천이 되는 것도 모르고, 모래가 완전히 요가매트를 집어삼킨 줄도 모르고 모래를 뒤집어쓰며 해댔다.


요가로 마음이 통했던 친구에게 의지해서 몸을 완전히 맡기게 되자, 나는 모든 게 친구에게 의지한 상태가 되었다. 두려움으로 가득한 채 몸을 맡길 줄 알았건만, 안정적인 친구의 지지에 이상하게도 편안함을 느꼈다.



한참 친구들과 요가를 마치고 우리는 근처 카페로 향해 커피를 마셨다. 햇살이 점점 아침 한기를 밀어내는 것을 느끼며 이런 여유가 너무도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행복했다. 컨디션을 고려하지 않은 요가를 한터라 점점 열이 오르고 내일도 아프리라는 것을 직감했지만, 마음은 왜인지 편안했다.





아침 야외 요가를 마친 다음날. 결국 나는 몸을 일으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아무에게 연락도 못한 채 아침수업부터 아침식사까지 모든 수업을 자체로 휴강했다. 시간이 흐르는지도 모르고 누워있다 누군가가 내 방문을 다급히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 깼다. 눈이 뜨이자마자 기침에 거침없이 나왔다. 나는 입을 가린 채 방문을 슬쩍 열고 문밖을 빼꼼 보니 인도인 선생님과 바르셀로나 친구 로제가 서있었다.


둘은 이미 나에게 여러 차례 연락을 했었고, 무응답이었던 내가 걱정이 되어 문 앞으로 찾아왔다. 나는 너무 당황해서 미안하다, 내가 아팠다. 나오는 기침을 참으며 횡설수설 이야기했다. 둘은 괜찮으면 됐다며 약은 먹었냐며 되려 걱정해 주었다. 그리고 로제는 너 수업 안 오는 건 괜찮은데 연락이 안 되는 건 걱정되니까 꼭 연락을 달라며 재차 나를 혼내었다. 나는 미안한 마음에 "sorry, I'm fine."을 도돌이표로 중얼거리며 선생님과 친구를 보냈다.


타지에서 나를 이렇게 걱정해 주는 사람들이 있다니.. 미안한 마음이 들면서도 고마운 마음이 들어 주섬주섬 일어나 세수를 하고 꾸역꾸역 다음 수업으로 향했다. 이 이후로는 아침에 몸이 일으켜지지 않을 때면 로제의 목소리가 허공에 들리곤 했다. 사실 로제는 내 또래가 아니라 우리 엄마 또래라 더 그녀의 목소리가 맴돌았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나는 약 4주간의 과정 중에 2주를 앓아 겨우내 회복하였다. 그 아침의 따뜻함과 그 이후의 고통까지, 전부 발리의 겨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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