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의 히피스러움
요가원은 요가 외에도 많은 경험을 시켜주었는데, 그중 하나가 키르탄이었다. 키르탄은 발리에서 처음 들은 것이었는데 만트라(주문)이나 신의 이름을 반복해 함께 부르는 일종의 명상 음악 같은 것이다. 사실 요가원에서 키르탄 시간을 마련해 주기 전에, 일요일마다 친구들은 우붓 시내에 있는 유명한 요가원에서 하는 행사들을 매번 공유하며 모임을 만들어 참여하곤 했는데 전부 관심이 없던 중에 하나 눈에 띈 것이 키르탄이었다.
그렇게 친구들과 모여 우붓 시내에 사유리라는 카페에서 키르탄 공연을 갔었는데 다 같이 주변을 신경 쓰지 않으며 연주에 맞추어 노래를 부르는 광경이 처음에는 너무도 어색했다. 이런 히피스러움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던 찰나, 눈에 들어온 것이 바로 타블라 연주였다. 키르탄은 아코디언처럼 공기를 불어넣어 연주하는 하모늄, 통기타, 바이올린, 그리고 타악기인 타블라로 진행했다.
간결한 소리들로 이루어졌지만 키르탄 공연은 어딘가 모르게 경건한 느낌이 들었다. 키르탄은 한 곡이 시작될 때마다 단조로운 소리로 시작하여 느릿느릿 우리에게 가사를 익혀주는데, 점점 고조되며 타블라 소리며 모든 악기들의 소리가 격양되어 사람들을 일으킨다.
사람들은 처음엔 앉아서 얌전히 합창에 맞춰 만트라를 외친다. 그러다 점점 고조되는 분위기에 하나둘씩 몸을 일으켜 무아지경으로 춤을 추며 만트라를 온몸으로 느낀다. 그 누구도 춤을 추는 사람을 흉보지도, 제지하지도 않고 모르는 사람과 함께 몸을 흔들며 낯선 언어를 입 밖으로 내며 말 그대로 음악에 몸을 맡긴다.
그런 생경한 광경 중 타블라라는 악기에 푹 빠지고 말았다. 타블라 연주는 어느 발리인 남자가 연주를 했는데 그의 무신경한 표정에서 나오는 현란한 두드림에 눈을 뗄 수 없었다. 그래서 공연을 마치고 그에게 말을 걸었다. 너의 연주가 너무도 매력적이니 다음에 또 볼 수 있으면 좋겠다.라고 말을 전했다.
그리고 얼마 후, 요가원에서 마련해 준 키르탄 연주에 그와 다시 만나게 되었다. 너무 반가운 마음에 그날 처럼 말을 걸었다. 그는 나를 기억한다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그는 한결같이 연주했다. 무심한 표정이었지만 공연이 끝나면 그는 늘 땀범벅이었다.
나는 이후로도 여러 번 키르탄 연주에 다녀왔다. 나와 함께 첫 키르탄 연주에 갔던 친구들은 나를 웃기다고 했다. 별로라고 하지 않았느냐며. 나도 어이가 없었다. 그리고 우붓에 있는 동안 여러 번 그와 마주쳤다. 그는 이윽고 공연 중에 나에게 눈을 마주치며 웃어주기도 하고 나에게 작은 짤짤 흔드는 악기를 건네주며 함께 공연을 즐기도록 독려해주기도 했다.
그렇게 그와 나는 친구가 되었다. 요가원 바깥에서 친구가 생길 줄은 몰랐던 터라 이런 자연스러운 인연이 신기하고도 재밌었다. 그는 내가 발리를 떠난 지금도 한 달에 한 번은 "다음 달엔 발리에 올 거지?" 하는 익살스러운 연락을 보내온다. 나는 기약 없는 약속을 하며 다시 발리에 가 그의 타블라 소리가 들리는 키르탄을 들을 날만을 손꼽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