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일에 명세서를 공유합니다

돈을 나누는 일이 곧 삶을 나누는 일이라면

by Stella Note

우리 부부는 25일이 되면 월급 명세서를 공유한다. 어쩌다 한 번이 아니고, 매달, 월급 명세서가 메일로 날아오면 확인하는 대로 서로에게 전달한다. 우린 사내 부부다. 서로의 월급 내역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즉 별도 급여 통장, 성과급, 복지포인트 같은 ‘비자금’의 원천도 서로에게 절대 숨길 수가 없다는 뜻이다. 심지어 같은 해에 입사했기 때문에 월급까지 비슷하다. 굳이 명세서를 공유하지 않아도 각자 월급이 뻔하긴 하지만, 그래도 우리는 매달 명세서를 공유하곤 한다.


명세서를 공유함으로써 무엇보다 자산의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다른 이유는 둘 중 누군가 가계부를 작성할 때, 서로의 내역을 정확하게 입력해 주기 위함이다.


우리가 함께 가계부를 쓰기 시작한 건 결혼 전, 집을 마련하면서부터였다. 없는 형편에 가진 돈을 최대한 긁어모아 신혼살림을 시작했고, 당시 부동산부터 인테리어, 혼수, 결혼식 비용까지 함께 지출해야 하는 돈이 많았다. 현금 결제가 필요한 부분부터 할부 대금, 대출 이자까지 한 번에 몰리면서 자칫 잔금이 부족해질 수도 있었다. 둘의 자산을 합쳐 놓고, 전체 수입과 지출을 정리할 필요가 생겼다.


각자 자산을 따로 관리하며 일정 부분만 공금으로 모을 수도 있었겠지만, 우리는 둘의 자산을 합치기로 결정했다. 지출의 대부분이 이미 공금으로 쓰일 수밖에 없었고, 한 푼이라도 돈이 새어 나가는 것을 방지하자는 데 서로 동의했다.


한 달에 두 번, 서로에게 공금이 오갔다. 먼저 월급이 들어오면, 각자 명의로 된 보험금 및 연금, 용돈 등 고정비를 제외한 입금액 전액을 공용 통장에 이체했다. 그다음 각자 명의로 된 카드값, 대출 원리금 등 명세서가 오면, 각자 명의의 인출 계좌에 해당 금액을 이체했다. 이처럼 여러 개의 계좌와 카드, 그리고 대출이 있는 상태에서 항목별 자산 및 부채를 보다 정확하게 관리하기 위해 가계부조차 복식부기* 방식을 택했다. 복잡한 구조였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익숙해져 갔고, 매달 이 체계를 따라 가계부를 함께 정리하며 ‘부부 됨’을 실감하곤 했다.


요즘 각자의 경제적 독립을 강조하는 ‘반반 결혼’이 대세라지만, 우리는 단 한 번도 모든 재정을 하나로 합친 우리의 결정을 후회한 적 없다. 나아가 합쳐진 재정을 관리하는 것조차 한 사람의 몫으로 남겨두기보다 함께 투명하게 관리해 오는 과정에서 우리는 서로에게 더욱 신뢰를 쌓을 수 있었다. 결혼 서약만으로 신뢰가 완성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때때로 돈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불편한 감정들조차 가감 없이 공유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더 깊게 서로를 이해하게 되었다.



*복식부기는 모든 거래를 두 개의 항목(차변과 대변)으로 기록하는 회계 방식이다. 돈이 어디서 왔고(대변), 어디로 갔는지(차변)를 기록하는 것으로, 모든 거래의 차변과 대변의 금액이 같아야 한다.

예를 들어 월급이 300만 원 입금되었다면,
- 차변(자산 증가 혹은 비용 발생) :

국민은행 ㅇㅇ계좌 (자산 증가) +300만 원
- 대변(수익 발생 혹은 부채 증가) :

월급 (수익 발생) +300만 원
이렇게 기록하면 돈의 흐름을 명확해지고, 오류를 쉽게 잡을 수 있다. 계좌 및 카드 등을 각각 하나의 자산 및 부채로 관리할 수 있고, 각자에게 전달해 줘야 하는 카드 대금 등을 정확하게 관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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