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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아 Oct 30. 2020

회사에 다니면 원래 이렇게 화가 많아지나요?

회사에 다니면서 화가 많아졌다


하-아, 깊고 짙은 한숨을 내뱉어도 답답함이 가시지 않습니다. 그래도 일단은 참아봅니다. 모니터 뒤로는 표정을 한껏 일그러뜨릴 망정, 채팅창에는 스마일을 띄우며 다시 한번 요청해봅니다. 1이 사라진 채팅창은 감감무소식... 또 한 번의 한숨을 내쉬며 화를 삭여봅니다. 시간  뒤, 수류탄처럼 툭 떨어지는 뚱딴지같은 소리에 펑, 터져버렸습니다. 내용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게 분명합니다. 하-아.


쒸익쒸익, 이런 갈등 상황은 겪어도 겪어도 쉬이 익숙해지지 않습니다. 구멍 난 풍선처럼 바르르 떨며 푸쉬식 가쁜 숨을 토해냅니다. 우리는 분명히 '같은 일'을, '같이' 하고 있는데... 우리의 '상식'은 왜 맞지 않는 걸까요?



요 근래 화가 많아졌습니다. 쿵짝쿵짝, 업무 파트너와의 리듬감이 톱니바퀴처럼 잘 맞아떨어질 때는 업무에 가속도가 붙고 신이 납니다. 이렇듯 손발이 척척 맞는 파트너만 만나면 좋으련만, 그런 일은 은근히 흔하지 않습니다. 앞으로 나가지도 않으면서 자꾸만 브레이크만 밟는 파트너를 만나면 일상에 한숨이 늘고 화가 많아집니다.


예상치도 못한,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듯한 비상식적 반응에 펀치를 맞습니다. 결국 목마른 쪽이 우물을 판다고.. 그들이 팽개쳐버린 일을 내가 수습하게 되며 또 한 번의 펀치를 맞습니다. 무엇보다 더 억울한 건, 그들은 내가 이렇게까지 화가 났는지 모른다는 사실입니다. 


이런 상황은 회사원에게 정말 불가피한 일인 걸까요..?

사회생활의 굳은살이 좀 박이면, 이런 일 정도는 감정 소모 없이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게 되는 걸까요?





분노의 역치 값이 낮아졌다


요즘 저는 꽤 혼란스럽습니다. 저는 원래 이렇게 화가 많은 사람이 아니었거든요. 저는 꽤 밝고 긍정적인 편이었습니다.  학부시절 팀플 프리라이딩을 수없이 겪었어도 이렇게까지 화가 가득하진 않았는데...... 저는 왜 이렇게 변한 걸까요? 쒸익쒸익 화를 삭이며 퇴근길에 화를 아내는 내 모습이 어느 순간 좀 낯설게 느껴집니다.


출처 / @marugadesuyo


아무래도 분노의 역치 값이 낮아진 것 같습니다. 별 거 아닌 일에도 더 빨리 화가 나고, 더 뾰족해지거든요. 역치 값이 낮아졌다기보다는 기본적으로 깔려있는 스트레스 지수가 높아져서 일수도 있겠네요. 이런 갈등 상황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회사에 종일 있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일 같기도 합니다. 


입사 초기의 낯섦에서 오는 긴장감과 열정이 다 소진되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합니다. 처음엔 몰라서 분노하지 못하고, 내가 부족해서 그런 것만 같고, 더 좋은 성과를 내서 내 존재의 필요성을 입증해 보이고 싶고, 문제가 생기더라도 열정으로 커버했다면, 이제는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먼저 고개를 듭니다. 생각보다 이 일이 다른 사람에게는 중요하지 않을 수 있음을, 모두에게는  각자의 롤이 있기에 내 열심으로 그들이 할 일까지 다 처리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그리고 무엇보다 나 스스로를 지키는 일 또한 내 몫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로는 아직 놓지 못한 한 줄기 열정 때문에 더 화가 나기도 합니다. 포기하면 편하지만, 포기하지 못해서 분노가 솟구치는 거지요. 이런 모습을 보면 이 감정은 단순한 분노가 아닌 애증인 것 같기도 합니다.





분노를 해결하는 법


몇 차례의 크고 작은 분노를 겪으며 터득한 저만의 분노 해결법이 있습니다. 상황을 바꾸지 못할 바에는 내 마음을, 내 상태를 바꾸는 게 훨씬 빠르고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더군요. 소소하지만 저의 분노 해결법 몇 가지를 적어봅니다.


1. 공백 만들기

유독 마음이 힘든 날에는 저는 그 자리를 벗어나 공백을 만듭니다. 핸드폰을 가방 깊숙이 넣고, 모든 자극에서 나를 off 시킨 뒤 그저 길을 걷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멍을 때리기도 하고,  주변 풍경들을 바라보며 시답잖은 생각을 흘려보내기도 하며 그저 걷습니다. 회사에서 30여분을 걸으면, 이내 저의 힐링 플레이스 석촌호수에 도착합니다. 호수를 유유히 헤엄치는 오리들을 보며, 푸르게 드리워진 녹음을 보며, 잔잔히 호수 위로 얼굴을 비추는 달을 보며, 그저 길을 걷습니다. 이렇게 생각에 공백을 만들면, 보다 수월하게 감정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것 같습니다.

2. 관심 분산시키기

그저 멍을 때리는 잔잔한 공백도 좋지만, 때로는 몰입할 수 있는 이벤트를 만들어 인위적인 공백을 만들기도 합니다. 영화를 보거나, 마사지를 받으며 아예 다른 곳으로 관심을 집중시킵니다. 스토리에 푹 빠져들고, 나를 릴랙싱 시켜주는 손길에 집중하다가 다시 본연의 자리로 돌아오면 감정이 보다 순화되어 있음을 발견합니다.


성난 아이에게 사탕을 쥐어주듯, 저도 종종 성난 저에게 먹을 것을 안겨줍니다. 때로는 속이 쓰리도록 매운 떡볶이를, 때로는 당을 뇌로 바로 쏴버린 듯한 달달한 디저트를, 때로는 부드러운 라떼 한 잔을, 때로는 머리가 찡하게 차가운 아이스크림을 말이죠. 단순한 방법이지만 효과는 꽤 좋은 편입니다. 먹을 것으로 인해 즉각적으로 생기는 감정을 분노 위에 임시방편으로 덮어놓는 방법이랄까요?  


나만의 아지트에서 휴식을 취하며 관심을 분산시키기도 합니다. 편안한 잠옷으로 갈아입고, 세상에서 제일 편한 제 침대에 몸을 파묻고, 읽고 싶었던 책을 읽거나 드라마를 보다가 잠드는 순간을 좋아합니다. 그렇게 에너지를 충전하고 나면, 금세 또 순둥순둥 해진 제 모습을 발견합니다. 에너지 방전으로 뾰족해졌을 경우 쓰는 방법입니다.

세젤편 나만의 아지트:)


3. 탐정 놀이

보다 분노가 클 때는 공백을 만들기 어렵습니다. 감정이 깊어 헤어 나오기 쉽지 않거든요. 그럴 땐 (역시 길을 걸으며) 분노를 쏟아냅니다. 사무실에서보다 격한 추임새도 넣으며, 왜 이렇게 내가 화가 났는지 그 원인을 찾아 나섭니다. 그 상황이 불합리했던 건지, 아니면 받아들이는 내가 너무 유연하지 못한 건지, 그 사람의 말투에 기분이 상한 건지 등을 찾아봅니다. 상황 너머에 있는 내 감정의 원인을 발견하고 나면 생각보다 분노를 받아 들고 인정하기 쉬워지더군요. 또 나의 분노 포인트를 알게 되니, 다음에 비슷한 상황이 생겼을 때의 대처도 (아주 조금) 더 능숙해지는 것 같기도 합니다.     


이렇듯 해가 갈수록 분노도, 분노에 대처하는 노하우가 쌓여가지만, 그럼에도 분노보다는 웃음과 감사함으로 채워지는 날들이 앞으로 더 많길 바라봅니다.



++

모두의 일상에 이너피스가 가득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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