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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아 Aug 17. 2020

회사 점심시간에 왜 혼자 밥을 먹냐구요?

점심시간에 혼밥하는 요즘 애들의 속사정

"네, 00팀 000입니다."

꿀 같은 휴가에 걸려온 반갑지 않은 업무 전화, 습관적으로 나오는 멘트.


통화를 마치고 돌아온 저를 보며 친구들은 놀라움을 내비칩니다.


"나 아까, 너 그런 목소리 처음 들었잖아. 어떻게 그렇게 목소리가 바뀌지?

왜 이렇게 상냥해ㅋㅋ  사회생활하면 다 이렇게 되는거냐ㅋㅋㅋㅋ"


출처_@ogqfriends_official


에이. 뭘 그렇게 많이 바뀌었나 싶기도 하지만, 친구들의 말을 쉽사리 부정할 수는 없었습니다.  회사에서 저는 평소와는 다른 캐릭터로 생활하고 있거든요. 업무 전화를 받을 때 나오는 특유의 목소리와 말투, 저도 문득 제가 좀 낯설게 느껴지는 순간들이 있습니다.


본캐와 부캐 간의 괴리,

이 때문에 저는 회사에서 종종 혼밥을 합니다.


 



본캐 OFF, 회사 전용 부캐 ON


출근과 동시에 저는 회사 전용 부캐를 장착합니다. 본래 멀티가 어려운 저 같은 사람에게 본캐가 아닌 다른 캐릭터 모드를 유지하는 것은 에너지 소모가 꽤 큰 일입니다. 그래서인지 회사에 있을 때는 잠수를 하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마냥 자유롭지는 못한 느낌, 숨을 계속 참고 있는 듯한 느낌, 자칫 방심해 숨이라도 들이쉬면 물을 먹게 되기에 계속 긴장하고 있어야 하는 느낌. 꼭 그런 느낌입니다.


시간이 지나며 이제는 많이 익숙해졌지만, 자칫 호흡이 달릴 때면 뭍이 그리워지곤 합니다. 물속에서 내뱉는 호흡과 물 밖에서 내뱉는 호흡은 엄연히 다르니까요.


그래서 저는 혼밥을 합니다.

점심시간이 되면 저는 수면 밖으로 나와 부족했던 숨을 다시금 들이마십니다. 물을 잔뜩 머금어 무거워진 잠수복 같은 부캐를 벗어버리고 본캐 모드로 돌아와 잠시나마 숨을 고릅니다.


그 어떤 생각도, 선택도, 행동도 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

본래의 나 자신으로서 잠시나마 휴식할 수 있는 시간, 바로 점심시간입니다.





부캐 OFF, 홀로 남겨진 점심시간


부캐 모드가 OFF 되었다고 해서 특별한 점심시간을 보낼 것 같지만, 사실 특별한 건 없습니다. 저의 경우는 그저 멍을 때립니다. 그 어느 누구의 이야기를 듣지도, 말하지도 않고 그저 멍을 때립니다. 부캐일 때는 생각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거든요. 그래서 점심시간만큼은 잠시 부캐를 OFF 시키고 그저 가만히, 시간을 흘려보냅니다.



보통 메뉴는 샐러드나 김밥, 샌드위치 등으로 가볍게 해결합니다. 간단하고 신속하게 허기를 달랜 후 자리에서 유튜브를 보거나, 게임을 하며 시간을 흘려보냅니다. 때로는 부족했던 잠을 보충하기도 하고, 때로는 나머지 공부하듯 못다 한 일을 하며 마음의 짐을 덜기도 합니다. 또 때로는 혼자만의 피크닉을 즐기기도 하지요.


사실 저는 점심시간에 홀로 즐기는 피크닉 시간을 꽤 좋아합니다. 근처 카페에서 커피와 샌드위치를 테이크아웃해 걸음을 빠르게 옮깁니다. 10여 분을 걸어가면 비밀의 정원처럼 숨어있는 공원에 도착합니다. 인적이 드문 넓디넓은 공원, 홀로 점심 산책을 즐기다 우연히 발견하게 된 저만의 힐링 플레이스입니다.

나만의 힐링플레이스:) 뷰가 참 좋다

빈 벤치에 얼른 자리를 잡고, 탁 트인 하늘과 푸르른 녹음을 마주하며 점심을 먹을 때면 그 어느 때보다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왜 그렇게 우리네 조상님들이 속세를 벗어나 자연 속에서 유유자적하고 싶어 하셨는지 알 것 같은 순간이랄까요? 여기에 풍류가 빠질 수 없죠. 좋아하는 음악을 한 곡조 더하니 완벽한 피크닉이 되었습니다.


점심을 다 먹은 후에는 주변을 둘러보며 산책을 즐깁니다. 푸릇푸릇한 풀빛과 흙내음을 즐기고, 곳곳에 피어있는 꽃들에도 관심을 주며 걷다 보면 점심시간이 끝나 가죠. 대단한 걸 하는 건 아니지만 나만의 시간을 즐겼다는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꽤 큰 에너지 충전이 됩니다.




요즘 젊은 애들은 말이야,


저와 비슷한 사람들이 많아져서인지 요즘 부쩍 그런 이야기들이 많이 들립니다. "요즘 젊은 애들은 말이야~"로 시작되는 말들. 저도 이러한 속사정을 일일이 설명하기에는 복잡해 웃음으로 그 답을 대신하거나, 흔히 말하는 '요즘 애들' 사이에 저를 끼워 넘기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요즘 애들'이 항상 혼밥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혼밥을 좋아할 뿐이죠. 팀원들과 밥을 먹으며, 일상을 나누고, 또 그렇게 쌓여가는 시간의 순기능 또한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 시간도 좋아하구요:) 그러니 이야기가 필요하다면 언제든 불러주세요!



++

모든 직장인들의 평화로운 점심시간을 응원합니다.

모두 맛점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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