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 치열한 행복에 적응해가고 있다
일을 계속하게 될 줄 알았던 시절, 아이가 초등학교 입학하게 되면 어떻게 해야 하나 한참 고민하던 경험이 있다. 초등학교 입학, 하교시간이 오후 한 시 안팎이라서 학원 뺑뺑이를 안 돌릴 수가 없다는 이야기는 괴담보다 무서웠다. 그리고 난 지금, 그 초등학교 입학생과 태어난 지 1년도 안 된 갓난쟁이를 동시에 돌보고 있다.
하교시간이 이른 것보다 더 어려운 것은 일정하지 않다는 데 있다. 4교시만 있는 날은 12시 40분에 마치고, 5교시까지 있는 날은 1시 40분에 마친다. 하고 싶다는 방과 후가 있는 날은 그 후로 한 시간이 더 있는데, 방과 후도 3개월마다 바뀌기에 익숙해지려야 익숙해질 수가 없다. 낮잠시간과 밥 먹는 시간, 간식타임까지 챙겨야 하는 갓난쟁이를 돌보면서는 더더욱. 내 알람시계는 하루 단위로 바뀌어서 울린다.
그나마 아기가 잘 때 자고, 먹을 때 먹어주면 괜찮다.
대부분의 아기가 그렇듯, 내 아기는 자는 걸 극도로 싫어한다. 재울 때가 되어서, 또 졸려 보여서 눕히면 눕히는 순간 등은 활시위가 당겨진 활처럼 퉁 튕겨지며 발레 하듯 발가락으로 안간힘을 써서 버틴다. 어디 한 대 맞은 애 마냥, 얼굴은 시뻘게져서 고래고래 고성으로 악을 써가며 안 자겠다고 발악을 한다. 머쓱하게 머리를 긁으며 ‘그래, 그럼 자지 마.’ 하고 안 재우면 이제 곧 점심밥 먹일 시간이 된다. 문제는 여기에서 시작된다. 밥을 먹이고 바로 오빠 하교하러 가야 하는데 이때부터 졸음을 이기지 못하고 먹지 못한 채 짜증만 내다가 꾸벅꾸벅 졸고 있다.
어쩔 수 없이 잠든 아기를 데리고 아들에게 가면, 보통 그냥 집으로 오지 않는다. 아이가 자고 있으면 신이 나서 카페 가서 책을 봐야 하거나, 아니면 놀이터를 가고 싶어 한다. 동생이 언제 깨서 밥 내놓으라고 화낼지 모르는 상황인데, 그걸 이해해 달라고 설득을 시키는 것도 일이기도 하고 동생 때문에 못 놀게 하는 것도 못 할 일이라서 그냥 둘째가 먹을 걸 준비해서 나가야 한다.
이 모든 일이 아침 9시부터 오후 1시 안에 이루어지는 일인데, 그 사이에 빨래도 청소도 신경 써야 한다. 첫째가 집에 오고 나서는 첫째의 공부도 신경 써야 한다. 말로 하면 되는 나이라서 손이 많이 가지는 않지만, 그래도 흔히 말하는 ‘육아퇴근’이 이루어지기 전까진 나만의 시간은 머리카락 한 올의 틈새조차 찾기 힘들다.
한 톨의 여유조차 세워두기 힘들 때 제정신이기 힘들 때도 있지만, 현재가 한 달 전보다는 그나마 숨 쉴 틈이 있다는 사실을 되새겨보며 심호흡을 해본다. 상황은 여전하지만, 나는 이 치열함에 적응해가고 있다.
아이를 낳지 않았더라도 행복했으리라는 것을 안다.
조금 다른 행복이었을 것이다.
조금 덜 고통스럽고 조금 덜 맹렬한 행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