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인 언니도 나도 타향살이 고달팠구나

찬 가슴을 뎁혀주는 손난로_송가인의 서울의 달

by 유투리

처음 <서울의 달>을 들었을 때, 나도 모르게 숨을 고르게 됐다.
노래가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청파동의 골목과 좁고 가파른 하숙집 계단이 떠올랐다.

송가인의 목소리는 그날따라 유난히 조용하고, 포근했다.
아마 그녀에게도 서울은, 꿈을 좇아 올라온 낯선 타지였을 것이다.

어느 밤, 서울의 달 아래 대학 신입생이던 나도, 무명 가수였던 그녀도 고향을 그리워했을지 모른다.


“나는 괜찮아”라는 말이 괜찮지 않을 때

난생 처음 혼자 살게 될 하숙집을 알아보고 짐을 풀던 날, 부모님의 걱정어린 잔소리에 왈칵 서러워졌다.

서러움을 감추려 괜히 쌀쌀맞게 굴었다.

"난 괜찮다니까 알아서 한다니까"

좁고 어두운 층계를 올라가 6평 남짓한 방에 짐을 풀었다.
창문 밖으로는 소음이 끊이지 않았고, 습기 찬 공기 속에서 낮과 밤이 쉽게 뒤바뀌었다.

서울 사람들은 친절했지만 어딘가 깍쟁이 같았고, 거리는 멋졌지만 낯설었으며, 모든 게 빨랐고, 그만큼 치열했다. 20살 대학 신입생부터, 취준생을 거쳐 첫 직장까지 7년 서울살이를 했다. 그 시간 동안 나도 수없이 중얼거렸다.

“나는 괜찮아. 다 지나갈 거야.” 괜찮지 않은 날들 속에서도 그렇게 말하며 버텼다.


서울 살이 타향살이 고달픈 날에 울 엄마가 생각이 난다

조물조물 무쳐주신 나물반찬에 된장찌개 먹고 싶구나


<서울의 달>의 첫 소절을 듣는 순간, 그 시절의 내 방과 내 마음이 겹쳐졌다. 삼색나물과 닭도리탕, 멸치볶음, 미역국. 엄마의 반찬이 가득 담긴 택배가 도착할 때면 꽁꽁 얼었던 마음이 금방 녹았다. 얼마나 자주, 많이 보냈으면 택배 접수해주시는 분과 친해지셨을까. 정성들여 반찬을 만들고, 밥을 짓고, 쏟아질세라 공들여 포장을 하고, 무거운 택배를 실어 보내는 수많은 날들이 있었다. 엄마의 그 날들 덕분에 내가 버텼다.



겁도 없이 떠나온 머나먼 길에 보고 싶은 내 고향 눈에 밟힌다

언젠가 서울에 가서 성공을 해서 돌아온다 약속했는데

세상에 울고 웃다가 바쁘다 보니 꿈에서나 갈 수 있구나


울고 싶었던 수많은 밤이 생각났지만, 이상하게도 눈물이 나기보다 마음이 조용해졌다. 그녀의 목소리는 울지 않았지만, 그 노래는 지친 마음을 살그머니 내려앉게 만들었다. 위로는 꼭 눈물로 오지 않아도 된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다.


정통에서 대중으로, 마음을 품은 확장

2019년 11월, 송가인은 1집 앨범을 발표했다. 미스트롯 진(眞) 우승자이자, 전라도에서 올라온 정통 트롯 가수였던 그녀는 트롯 붐의 시작점이 되었다. 하지만 우승 후 발표한 앨범에서 그녀는 ‘정통’을 넘어서 있었다.

<서울의 달> 한 곡으로, 세대와 세대를 잇는 감정의 언어를 만들어냈다. 그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이 노래가 그녀 자신의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9년간의 무명 시절, 늘 곁을 지켜주던 어머니. 고단한 현실 너머에서, 그녀는 이 곡으로 자신의 마음을 풀어냈다. 미스트롯 무대에서 토해냈던 한(恨)도 감동적이었지만, 잔잔히 삶을 회고하는 이 무대는 더 깊게 남는다.


서울의 달, 그리움의 이름으로 남다

서울의 밤하늘은 유난히 밝지만, 그 아래는 때때로 외롭다.
송가인의 <서울의 달>은 대한민국 수도 한복판을 살아가는 타지인들의 외로움을 조용히 어루만지는 노래다.

공허하게 반짝이는 빌딩숲 속, 그녀의 목소리는 찬 가슴을 데워주는 손난로 같다.
밤샘 과제 끝에 올려다본 서울의 새벽 달, 야근 후 버스에서 올려다본 저녁 달.
그날의 공기와 감정이, 지금도 아스라히 남아 있다.

울지 않아도, 위로가 되는 그런 노래.
내 지난 시간을 조용히 꺼내준, 소중한 음악 한 조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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