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습없는 무대를 아낌없이 누리는 _ 신승태의 네박자
"리허설 좀 하고 살면 안되나"
서툴게 일하고, 말 실수할 때.
더 기뻐하거나 더 슬퍼했어야 했는데 애매하게 반응한 날.
그럴 때마다 꼭 이런 생각이 들었다.
‘좀 더 잘했어야 하는데... 다시 돌아간다면...’
하지만 인생은 늘,
원 테이크 원 샷.
준비 없이 바로 시작되는 무대다.
어릴 때는 아무 생각 없이 흥얼거렸던 ‘쿵짝’.
지금은 가사를 듣기도 전에, 벌써 마음이 시리다. 네박자가 내겐 그런 노래다.
1998년 국민가수 송대관은 네박자를 선보였다.
쿵짝쿵짝 쿵짜자 쿵짝 네박자 속에
사랑도 있고, 이별도 있고, 눈물도 있네
한 구절 한 고비 꺽어 넘을 때
우리네 사연을 담는
울고 보는 인생사 연극같은 세상사
세상사 모두가 네박자 쿵짜
감정을 숨기거나 골라내지 않는다. 인간사 희로애락 모든 감정이 '박자'가 된다. 국민히트곡 <네박자>의 원곡자, 송대관은 가사 속 단어 하나 하나를 곱씹어 전달한다. '사랑'은 달콤하게, '이별'은 절절하다 못해 애가 끊어지게, '눈물'은 쏟아내듯이 발음한다. 준비 없이 맞닥뜨리는 인생의 모든 순간을 네박자로 함축한다. 한 평생 신나게 살고 간 송대관이 펼쳐낸 네 박자를, 신승태는 어떻게 풀어 내었던가.
2025년 신승태는 <현역가왕2> 무대에서 네박자를 다시 불렀다.
노래 시작 전, 한 편의 독백을 덧붙였다.
세월이 가기는 흐르는 물 같고
사람이 늙기는 바람결 같구나
세상 만사 모든 시름 근심 걱정
잠시 잠깐이래두 다 잊어버리고
쿵짝 쿵짝 네 박자 위에 놀고 가세
신승태의 감정 전달은 담백했다. 정확하고, 절제되어서 더욱 살아있는 노래였다. 흥이 넘치지만 흥청망청하지 않았고, 무대 매너는 탁월하나 꾸며낸 과장이 없다. 감정이 있으나 울지 않았다. 세월의 무심함에 흔들릴 순 있으나, 꺾이지 않을 인생의 기개를 보여줬다. 심사위원 석에 송대관이 없었던 것이 아쉽다. 하늘나라로 간 그가 보고 있다면, 천진한 아이처럼 함박웃음을 짓다가, 넋을 놓고 보다가, 마침내 "승태야~ 참말로~ 최고다잉"하고 외칠 것만 같다.
요즘 내 인생을 어느 박자에 맞춰야 할지 매일 고민한다. 나만 바라보는, '엄마만이 내 세상'인듯 품에 파고드는 아기에게 맞는 박자로 살고 싶다. 그런데, 그러기에는 숨가쁘게 흘러가는 일터에서 도태되지 않고 싶은 직장인의 박자도 있다. 그 와중에, 나만의 무언가를 잃지 않고 싶은 '내'박자도 있다.
이런저런 박자로 맞춰가야 하는 시간 속에서, 너무 잦은 충돌이 일어난다. 매일 무너질 것 같아서 울며 잠들어도, 아침은 온다. 그렇게 다시 버티며, 매일매일 빼곡히 적힌 체크리스트를 지워가는 하루하루가 반복된다.
오디션 무대에서 온 국민이 다 아는 노래 선곡은 오히려 독이다. 기대감을 자아내지 못해서다. 장윤정의 <어머나>, 김수희의 <남행열차>를 부르는 이가 거의 없지 않은가. 그런데 신승태가 현역가왕2에서 국민 노래방 애창곡인 <네박자>를 부른다고 했을 때 악수라고 생각했다. '참나...여기가 KBS 불후의 명곡도 아니고...그냥 하고 싶은 거 부르나..??'
신승태는 그냥 하고 싶은 대로 했다. ㅎㅎ 간주에서 꽹과리를 신명나게 치며 돌아다녔다. 덩달아 흥이 난 심사위원과 관객들까지 하나의 난장을 이뤘다. 내 박자로 내 맘대로 즐기는 무대.
마치 "학 씨, 인생 너 머 돼? 머 있어?" 하는 듯한 신승태의 무대. 카타르시스를 제대로 느꼈다.
어떤 박자로 살아가야 할지 고민하고 괴로워 하는 시간들, 그 시간에도 아까운 삶이 흐른다. 그 누구도 아닌 날 위해서 좀 더 웃고, 좀 더 친절하고, 좀 더 재미있게 살아볼까 싶다.
날 위해서 내가 사랑하는 가족을 더 많이 사랑하자.
날 위해서 일터에서 싫은 사람이 미운 행동을 해도 웃어 넘겨주자.
날 위해서 하루 30분이라도 내가 좋아하는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려보자.
날 위해서 나만 듣기 좋은 노래라도 신나게 불러보자.
인생, 사실 그렇게 무겁지 않다. 넌 아무것도 아냐. 짜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