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씨, 인생 너 뭐 돼? 내 박자로 사는 법

연습없는 무대를 아낌없이 누리는 _ 신승태의 네박자

by 유투리

"리허설 좀 하고 살면 안되나"

서툴게 일하고, 말 실수할 때.

더 기뻐하거나 더 슬퍼했어야 했는데 애매하게 반응한 날.

그럴 때마다 꼭 이런 생각이 들었다.

‘좀 더 잘했어야 하는데... 다시 돌아간다면...’

하지만 인생은 늘,

원 테이크 원 샷.

준비 없이 바로 시작되는 무대다.

어릴 때는 아무 생각 없이 흥얼거렸던 ‘쿵짝’.

지금은 가사를 듣기도 전에, 벌써 마음이 시리다. 네박자가 내겐 그런 노래다.


원곡과 재해석의 차이 '털어놓거나, 절제하거나'

출처: KBS Entertain 유튜브 송대관-네박자(1998년 12월 19일 이소라의 프로포즈)

1998년 국민가수 송대관은 네박자를 선보였다.


쿵짝쿵짝 쿵짜자 쿵짝 네박자 속에

사랑도 있고, 이별도 있고, 눈물도 있네

한 구절 한 고비 꺽어 넘을 때

우리네 사연을 담는

울고 보는 인생사 연극같은 세상사

세상사 모두가 네박자 쿵짜


감정을 숨기거나 골라내지 않는다. 인간사 희로애락 모든 감정이 '박자'가 된다. 국민히트곡 <네박자>의 원곡자, 송대관은 가사 속 단어 하나 하나를 곱씹어 전달한다. '사랑'은 달콤하게, '이별'은 절절하다 못해 애가 끊어지게, '눈물'은 쏟아내듯이 발음한다. 준비 없이 맞닥뜨리는 인생의 모든 순간을 네박자로 함축한다. 한 평생 신나게 살고 간 송대관이 펼쳐낸 네 박자를, 신승태는 어떻게 풀어 내었던가.

출처: MBN MUSIC 신승태-현역가왕2 11회

2025년 신승태는 <현역가왕2> 무대에서 네박자를 다시 불렀다.

노래 시작 전, 한 편의 독백을 덧붙였다.


세월이 가기는 흐르는 물 같고

사람이 늙기는 바람결 같구나

세상 만사 모든 시름 근심 걱정

잠시 잠깐이래두 다 잊어버리고

쿵짝 쿵짝 네 박자 위에 놀고 가세


신승태의 감정 전달은 담백했다. 정확하고, 절제되어서 더욱 살아있는 노래였다. 흥이 넘치지만 흥청망청하지 않았고, 무대 매너는 탁월하나 꾸며낸 과장이 없다. 감정이 있으나 울지 않았다. 세월의 무심함에 흔들릴 순 있으나, 꺾이지 않을 인생의 기개를 보여줬다. 심사위원 석에 송대관이 없었던 것이 아쉽다. 하늘나라로 간 그가 보고 있다면, 천진한 아이처럼 함박웃음을 짓다가, 넋을 놓고 보다가, 마침내 "승태야~ 참말로~ 최고다잉"하고 외칠 것만 같다.


박자를 어떻게 맞춰야 하나

요즘 내 인생을 어느 박자에 맞춰야 할지 매일 고민한다. 나만 바라보는, '엄마만이 내 세상'인듯 품에 파고드는 아기에게 맞는 박자로 살고 싶다. 그런데, 그러기에는 숨가쁘게 흘러가는 일터에서 도태되지 않고 싶은 직장인의 박자도 있다. 그 와중에, 나만의 무언가를 잃지 않고 싶은 '내'박자도 있다.

이런저런 박자로 맞춰가야 하는 시간 속에서, 너무 잦은 충돌이 일어난다. 매일 무너질 것 같아서 울며 잠들어도, 아침은 온다. 그렇게 다시 버티며, 매일매일 빼곡히 적힌 체크리스트를 지워가는 하루하루가 반복된다.


"학~ 씨~~. 인생. 너 뭐 돼?"

오디션 무대에서 온 국민이 다 아는 노래 선곡은 오히려 독이다. 기대감을 자아내지 못해서다. 장윤정의 <어머나>, 김수희의 <남행열차>를 부르는 이가 거의 없지 않은가. 그런데 신승태가 현역가왕2에서 국민 노래방 애창곡인 <네박자>를 부른다고 했을 때 악수라고 생각했다. '참나...여기가 KBS 불후의 명곡도 아니고...그냥 하고 싶은 거 부르나..??'

출처: MBN MUSIC 신승태-현역가왕2 11회

신승태는 그냥 하고 싶은 대로 했다. ㅎㅎ 간주에서 꽹과리를 신명나게 치며 돌아다녔다. 덩달아 흥이 난 심사위원과 관객들까지 하나의 난장을 이뤘다. 내 박자로 내 맘대로 즐기는 무대.

마치 "학 씨, 인생 너 머 돼? 머 있어?" 하는 듯한 신승태의 무대. 카타르시스를 제대로 느꼈다.

어떤 박자로 살아가야 할지 고민하고 괴로워 하는 시간들, 그 시간에도 아까운 삶이 흐른다. 그 누구도 아닌 날 위해서 좀 더 웃고, 좀 더 친절하고, 좀 더 재미있게 살아볼까 싶다.

날 위해서 내가 사랑하는 가족을 더 많이 사랑하자.

날 위해서 일터에서 싫은 사람이 미운 행동을 해도 웃어 넘겨주자.

날 위해서 하루 30분이라도 내가 좋아하는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려보자.

날 위해서 나만 듣기 좋은 노래라도 신나게 불러보자.

인생, 사실 그렇게 무겁지 않다. 넌 아무것도 아냐. 짜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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