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디오니소스, 트롯 역사를 새로 쓰다

기세를 대세로 만든 쾌남_영탁의 막걸리 한잔

by 유투리

'氣勢', 기운차게 뻗치는 모양이나 상태.

트롯은 기세다.

특히 오디션 무대에서는 첫 한 소절에 기세를 장악해야 한다.

감정을 서서히 끌어올리는 전략은,

자칫하면 통편집이다.


타고나길 특출난 기세를 지닌 트롯쾌남이 여기 있다. 5년이 지난 지금, 조회수 3,175만에 달하는 레전드 영상. 트롯 오디션 역사 상 딱 한 무대를 꼽으라면 이거다.


<영탁, 막걸리 한 잔>


트롯 쾌남, 인생 곡을 만나다


"막껄.리. 하안~~~~~~~~~~잔!!!!!!!!!!!"

첫 소절부터 기세 몰아치기 작렬.

"에!!!!"

추임새까지 더한 그 에너지에 심사위원 석 반응이 더 난리다.

황홀한 어이없음 이랄까. 붐과 김준수는 고개를 숙이고, 작곡가 김영수는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기 한다.

평온한 표정으로 누워 TV를 보던 아버지 반응이 생생하다.

"와~~~~~쟈는~~뭐고? 누고?"


기세를 무난히 제압한 사내는 생글생글 웃으며 노래 속의 인물이 된다.

노래를 부르는 것이 아니라, 노래 안에서 살아간다. 마치 그 자신의 이야기인양.


온 동네 소문 났던 천덕꾸러기 / 막내아들 장가가던 날

앓던 이가 빠졌다며 덩실 더덩실 / 춤을 추던 우리 아버지

아버지 우리 아들 많이 컸지요 / 인물은 그래도 내가 낫지요



‘사부곡’과 ‘사모곡’이 넘쳐나는 효자효녀 가득한 트롯 세계에서 <막걸리 한 잔>의 가사를 듣고 있노라면

피식 웃음이 난다.

'황소처럼 일만 하시는 데 살림살이는 그대로'라 아버지를 원망했다 하고,

'아빠처럼 살기 싫다'고 가슴에 대못박았던 못난 아들의 이야기라서.


회한에 잠긴 표정으로 아버지와 주고받던 막걸리 한 잔을 추억하는 이 노래의 화자가 그야말로 영탁같았다.

그의 일생을 잘은 모르지만, 가사 하나 하나에 실린 표정이 모두 달라서다.

원망과 그리움, 회한, 애틋한 행복을 절절하게 묻어내는 그의 표정과 손짓 때문이다.


인생을 담은 막걸리 한 잔

원곡자 강진과 함께 노래를 부르는 영탁

후일담을 알게 됐다.

영탁의 아버지는 뇌경색으로 쓰러지신 지 2년째. 영탁은 아버지와 나눈 막걸리 한 잔을 추억하며 이 곡을 불렀다고 한다. 표현에 서툰 직업군인 출신의 경상도 아버지, 오랜 무명 끝에 서서히 빛나기 시작한 아들.

노래는 단지 가사가 아니라, 그들의 진짜 이야기였다.


기세를 대세로


기세는 찰나지만, 대세는 꾸준함에서 나온다.

<누나가 딱이야> <니가 왜 거기서 나와>의 위트넘치는 가사로 사랑받은 영탁은 미스터트롯 역사상 최고 무대인 <막걸리 한 잔>으로 온 국민의 관심을 트롯으로 끌어들였다.

미스터트롯 결승 무대에서 또 다른 레전드 무대,

초등학생도 따라부르는 <찐이야>로 국민가수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신사답게> <전복 먹으러 갈래> <꼰대라떼> <알수 없는 인생> 등..


트롯의 뽕 FEEL을 제대로 살렸다가, 때론 낮췄다가

때론 EDM으로 싸이급의 엔터테이너 기질을 맘껏 발휘하며

종횡무진 중이다.


나는 <막걸리 한 잔> 무대를 100번은 넘게 봤다.

가을 들녘의 햇살같은 미소,

가슴을 뜨겁게 울리는 목소리 때문 만은 아니다.

그 무대를 처음 봤을 때 TV 앞에서 나란히 웃던 아빠의 표정이, 지금도 선명하게 떠오르기 때문이다.


인생을 노래해서,

내 인생의 소중한 조각을 돌아보게 만들어 준

<막걸리 한 잔> 무대가 선물 같아 고맙다.

기세를 대세로 만든 트롯 쾌남

영탁의 트롯 꽃길을 무한히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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